그야말로 고단하고 지루한 일이다. 명문 초등학교에서 아랑후에스 협주곡 제2악장을 연습하는 귀한 가문의 장손의 삶이란 말이다. 모두들 2:8 가르마에 군인처럼 허리를 꼿꼿이 펴고, 철든 어른처럼 능숙하게 수업을 듣는다. 어느 날 나타난 가짜 보조교사 듀이 핀(잭 블랙)은 어른 흉내에 지친 아이들에게 로큰롤(rock&roll)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저항과 자유의 상징인 록은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도구가 되어간다. 엄격한 부모와 학교 규율에서 벗어나 나다운 모습에 한걸음 다가간다. 0.1t의 하이 텐션 듀이 핀 선생님과 함께 즐거움이란 감정을 익히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뚱뚱한 외모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한 로렌스와 토미카는 록을 통해 음악적 재능은 물론 자신감을 찾아가고, 잭 무니햄은 엄격한 아버지의 보수적이던 마음을 돌려놓는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고탄력 주접 때문에 밴드에서 쫓겨난 듀이 핀도 마차간지다. 특유의 독선적 언행은 아이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지지와 존중의 의미를 알게 된다. <스쿨 오브 락>이 고막이 터질 듯한 고 텐션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지만, 보급형 <죽은 시인의 사회>로 평가받는 이유다.

“재즈는 지루하다.” 이 문장에 동의한다면 <스윙 걸즈>를 보길 권장한다. 영화는 종일 경쾌하며 하이 텐션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스윙재즈’는 미국 대공황 전후로 심심했던 젊은이들이 텐션을 올리고 춤추고 놀 때 듣던 장르이기도 하다. 재즈를 따분한 음악으로 여기던 13명의 보충수업반 친구들은 우연한 기회에 재즈의 흥겨운 매력에 빠지게 된다. 학업과 담을 쌓다 못해 수업을 간식 먹는 시간으로 아는 타나카 나오미, 화장 고치는 시간으로 아는 사이토 요시에, 숙면 및 딴짓 시간으로 아는 스즈키 토모코(우에노 주리)는 재즈를 통해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난다. 비싼 악기를 구매하기 위해 알바를 하고 짬을 내 수줍은 버스킹도 한다. 무능했던 낙제 여고생들에게도 음악이라는 기분 좋은 목표가 생긴 것이다. 재즈가 있어 충만해진 주인공의 일상에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재즈를 사랑하고, 재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자존감 회복(회복 탄력성)을 그린 영화. 싱싱하고 유쾌한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는 <스윙걸즈>의 또 다른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