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하면 흔히 드넓은 쪽빛 바다나 짙은 향기 가득한 커피거리를 먼저 떠올릴 터. 하지만 한 번쯤은 강릉 사람들이 살아낸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원도심으로 향해보자. 명주동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강릉의 중심지로서 기능해온 동네다. 명주동 일대에 남아 있는 강릉 임영관 삼문(국보 51호), 강릉대도호부 관아(사적 388호), 강릉읍성 유적 등이 이를 입증한다. 강릉시청 역시 2001년 청사를 옮기기 전까지 명주동에 위치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명주동의 위상도 달라졌다. 시청사 이전과 신시가지 형성에 따라 명주동은 중심지 역할을 잃은 채 쇠락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나온 세월의 깊이 덕분일까. 명주동은 단단한 역사적 뿌리를 근간으로 다시 일어섰다. 2010년대 들어 문화 공간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강릉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개성 있는 동네로 새로 자리매김했다.
명주동은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오래된 주택과 적산가옥이 늘어선 골목에 서면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하다. 능소화가 만발할 때 최고의 포토존이 되는 파란대문집, 강릉 최초의 병원이었다는 낡은 주택, 옛 교회 건물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작은공연장 단’, 인쇄소로 사용하던 주택을 마을 박물관으로 변신시킨 ‘햇살박물관’ 등 발걸음을 멈추게 할 장소가 가득하다. 방앗간을 개보수한 카페 겸 갤러리 ‘봉봉방앗간’, 적산가옥에 들어선 ‘오월커피’, 방 7칸짜리 여인숙을 리모델링한 ‘칠커피’, 마당의 배롱나무가 정겨운 ‘명주배롱’은 명주동의 특색과 감성을 잘 담아낸다. 명주동의 여행 안내소 역할을 하는 ‘파랑달’에서 운영하는 명주노리(근현대 의상 대여)와 명주애가(미디어 트레킹) 프로그램도 인기다. 옷부터 신발, 모자, 가방까지 완벽하게 근현대풍 복장으로 치장한 후 골목을 거닐며 완벽한 시간 여행을 즐겨보자. 태블릿 기기에 담긴 한 편의 연극 같은 영상물을 보며 명주동을 한 바퀴 돌아보는 체험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