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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우주를 열다

글. 임지영(아트위드 대표/예술 칼럼니스트)
음악, 그림, 춤, 예술은 일상의 탄력을 위한 최고의 매개지요.
예술적 삶 속에서 우리는 가는 세월이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유한합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피상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모되기 마련이지요. 아무리 쓸고 닦아도 집이 낡듯이, 애지중지 아껴도 몸이 늙듯이 세월은 하릴없이 흘러가지요. 마음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다만 낡거나 늙는 것이 목도되지 않을 뿐이지요. 마음 어디가 낡았는지, 얼마나 닳았는지 보이지 않지만 이것처럼 예민한 것이 없어요.

누군가의 매력에 눈이 반짝이지 않을 때, 오늘 밤 약속에 발길이 경쾌하지 않을 때, 왠지 자꾸 심드렁하고 시큰둥해질 때, 나는 두려워집니다. 마음을 거의 소진했다는 징조니까요. 내가 마음의 주인이 아니라 마음이 나의 주인임을 깨닫습니다.

그럴 때면 나에게 선물을 줘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합니다. 나달나달 낡고 어느 한쪽 마모되었을 내 마음에 기름 담뿍 치고 반질반질하게 광내줘야 해요. 그래요, 가득 충전해야 합니다. 여행이든, 쇼핑이든, 밥과 술이든, 그게 뭐라도요.
내 마음이 탄력을 필요로 할 때, 바로 예술이 유용합니다. 오늘은 안명혜 작가의 그림 속으로 떠나볼까요. 일단 밝고 명랑한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이토록 통통 튀는 원색적인 세상이라니요. 작가의 눈은 프리즘일까요? 형광과 도트가 일상의 무력을 깨고 강렬하게 생동합니다. 그림 앞에 선 내 마음도 단번에 생기발랄해져요. 그런데 놀랍게도 작가는 틀을 벗어난 적이 별로 없는 모범생과예요. 그녀는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다고 얘기하며 소녀처럼 웃는 중년 여인이죠.

가족 외의 사람들과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세상에! 새로운 세계를 만났죠. 거기서 내 마음의 우주가 열렸어요. 어떤 강박이 깨졌고 그 이후로 작품도 자유로워졌어요. 완전 탄력 받은 거죠!

작품들의 제목도 ‘내 마음의 우주를 열다’ 연작입니다. 작품들은 하나같이 밝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어요.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가득하고요. 문득 보니 그녀의 웃는 얼굴과 똑같습니다. 참 신기하죠. 예술가와 작품은 서로 닮아 있거든요. 아마도 그녀는 내재된 욕망과 에너지를 캔버스 안에서 맘껏 펼쳤을 거예요. 실재하지 않는 풍경과 색감이 그녀의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고 생의 탄력성을 길렀을 거예요.

우리는 저마다의 우주를 이고 지고 삽니다. 그 우주는 각각이 고유하고 특별한 세계지요. 삶의 속도와 방향도 제각각일 테고요. 모범생 강박인 그녀가 그림을 통해 마음의 탄력을 회복하고 끝없는 자유와 기쁨을 표출해낸 것처럼, 우리도 탄력 필살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해요. 누군가에겐 명상일 테고, 누군가에겐 운동일 테고, 또 누군가에겐 수다겠지요. 음악, 그림, 춤, 예술은 일상의 탄력을 위한 최고의 매개지요. 특히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흥이 많은 민족, 신명나게 살아온 민족이 아닐는지요. 예술적 삶 속에서 우리는 가는 세월이 두렵지 않습니다.

교정공무원 여러분께서는 어디서 탄력을 받으시나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재미와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안명혜 작가가 얘기해 주더라고요.

모든 건 이미 내 안에 있었어요.

새로운 것, 신박한 것도 좋지만, 결국 파랑새는 내 곁에 있었던 거지요. 우리가 그 마음을 발견하지 못하면 시큰둥한 채 주름이 늘어가겠지요.
안 돼요! 우리는 더 즐겨야 합니다. 탄력 있게 튀어 올라야 합니다. 우리 아직 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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