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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위한 레시피

지난 호에서 일에 대한 태도를 점검했듯이 삶에 대한 태도, 즉 삶의 의미를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살아가며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 싶은 가치와 추구하고 싶은 삶의 의미야말로
오래 지속되는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글. 이정미(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심리학이 나를 안아주었다> 저자)
‘삶의 의미’란, 거칠게 분류하자면 ‘순간의 의미’와 ‘장기적인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순간의 의미는 일상 속 매 순간에 내포되어 있는 숨겨진 ‘의미 씨앗’을 발견할 때 비교적 쉽게 챙길 수 있다. 길을 걷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제때 내밀 수 있는 것,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선뜻 내 것을 내어놓을 줄 아는 것, 누군가가 복도에 떨어뜨린 빈 캔을 주워 휴지통에 버리는 것, 흐르고 있는 화장실의 수돗물을 잠그는 것 등이 이러한 ‘순간의 의미’를 챙기는 방법이다. 이 ‘순간의 의미’는 대단할 것이 없으며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 발견하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당장 보기엔 내 시간이나 혹은 내가 가진 어떤 것을 내주어야 하므로 손해인 듯 보이지만, 한 수준 높은 차원의 기쁨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이득이 있다.
긴 시간에 걸친 ‘장기적인 의미’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경험 안에, 어떤 과업 안에 존재하는 의미로서 꽤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발효되어 간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삶의 경험과 연결되어 직업적 소명과 이어지기도 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내내 이어지는 우리의 인생철학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 ‘장기적인 삶의 의미’는 지나온 과거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능력과 현재 경험의 내용에 대해 성찰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삶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의미이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 지어 생각할 줄 아는 성찰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발견하고 또 추구할 수 있는 이 긴 시간에 걸친 의미는 반드시 삶의 여정 가운데 중심축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추구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의 재능이나 강점을 활용하며 사는 것은 ‘순간의 의미’와 ‘장기적인 의미’ 모두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강점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칭찬이나 경탄 어린 반응들을 떠올려보면, 누구나 또래보다 잘하거나 쉽게 해냈던 것이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좀 더 확실한 것을 원한다면, 앞서 소개한 바 있는 다중지능검사나 성격강점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파악이 된 자신의 강점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주 활용할수록 삶의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잠재력이 꽃처럼 피어날 수 있도록 삶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활기찬 태도가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달시킴과 동시에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의미 충만하게 이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삶의 경험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삶 속에서 어떤 가치 있는 것들, 즉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우리의 삶은 충만해질 수 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관계는 단연코 사랑이다.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이 놀라운 경험은 우리의 삶을 그 어떤 것보다 충만케 한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부모-자녀 간의 사랑, 우정, 동료애, 이웃에 대한 사랑, 나아가 인류애까지도 포괄하는 참 만남을 모두 아우르는 초월적 사랑을 일컫는다. 이 사랑의 경험이 우리 인간을 가장 충만한 삶으로 이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랑이야말로 천국을 엿볼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떤 마음일지를
가늠해보면서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조망해본다면,
삶의 의미를 좀 더 잘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소개할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은 삶에서 마주치는 시련과 역경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인데, 이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방법보다 더 높은 차원을 요구한다. 첫 번째 소개한 ‘재능과 강점 활용을 통한 발견’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기꺼이 내어줌으로써 발견하는 의미이고, ‘경험을 통한 발견’은 삶 속에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발견하는 의미라면, 이 ‘시련과 역경을 통한 발견’은 온전히 나의 태도에 달린 의지적 요소와 관련된다. 그래서 이 세 번째 방법은 상당한 두려움을 동반하며, 따라서 그만큼의 상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의 여정 가운데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기꺼이 살아가는 용기, 삶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비극으로 점철된다 할지라도 어딘가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믿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요구한다. 삶에는 언제나 복병처럼 시련이 곳곳에 있고, 그 시련들은 또한 꼭 그만큼의 의미를 잉태하고 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고통과 시련 중에 낙관적 삶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충만하다.
삶을 좀 더 긴 안목으로, 세월을 거슬러 더 먼 미래에서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어떨지, 또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떤 마음일지를 가늠해보면서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조망해본다면, 삶의 의미를 좀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작고 소소한 의미들도 놓치지 않으면서, 좀 더 길고 넓은 안목으로 생애 전반에 걸친 방향을 점검하는 것은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크고 작은 시련을 견디는 힘이 되기도 하고, 삶의 동기를 북돋우는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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