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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Winter
눈부신 설경이 펼쳐지는 그곳!

눈은 설렘이다. 차가운 눈이 내리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따스해진다. 눈은 마법이다. 눈이 내리면 딱딱한 현실은 말랑한 동화가 된다.
눈은 기다림이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만나는 반가운 손님이다. 눈은 화가다. 지저분한 세상을 하얗게 채색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이 겨울, 그 눈을 가장 아름답게 마주할 그곳으로 떠난다.
글·사진. 김수진
큰사진)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 길 / 작은사진)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 남이섬

동화 같은 겨울 풍경, 원대리 자작나무 숲

하얀 속살 드러낸 수많은 자작나무 위로 순백의 눈이 소복이 내려앉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세상은 온통 하얗다. 북유럽 어딘가의 겨울 풍경이 아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만나는 설경이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이런저런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자작나무 숲이 있었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일반인에 개방하기 시작했으니 이 숲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자연 숲이 아니라 인공림이다. 원래 소나무가 많았던 숲인데 병충해를 입는 바람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자작나무 약 70만 그루를 심고 가꾸었다. 속성수인 자작나무가 쑥쑥 자라면서 빼곡한 숲이 다시 만들어졌다. 푸르른 소나무숲이 있던 자리에 순백의 자작나무 숲이 새로 태어난 것. 대규모 자작나무 숲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깊은 산속에 위치해 한동안 인적이 닿지 않는 비밀의 숲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2008년 유아숲체험원으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2012년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신비의 자작나무 숲을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안내소가 있는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아랫길이라 불리는 원대임도와 윗길인 원정임도가 있는데 원대임도는 개울과 나무를 벗 삼아 걷는 산길이고 원정임도는 비교적 잘 정비된 길이다. 원대임도는 길이 2.7km, 도보 1시간 코스, 원정임도는 3.2km, 1시간 20~30분 코스다. 원대임도는 자연 속에서 걷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군데군데 험난한 길이 있다. 원정임도는 원대임도보다 완만한 편이나 자연미는 덜하다. 두 길을 모두 걸어보고 싶다면 올라갈 때는 원대임도, 내려올 때는 원정임도를 이용하길 권한다. 겨울철 눈이 쌓인 시기에는 안전하게 원정임도로 오르고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아이젠을 준비하면 좋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하지 않았던가. 1시간 내지 1시간 반 동안 걸은 후 드디어 환상적인 자작나무 숲과 조우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자작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숲에 서면 현실감을 잃고 만다. 쪽빛 하늘과 순백의 눈이 배경이 되는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사계절 내내 오묘한 풍경을 연출하지만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자작나무 특성상 겨울 정취에 더욱 잘 맞아떨어진다.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면 숲은 빛난다. 광택이 나는 나무껍질을 가진 덕에 자작나무가 반짝거리고 바닥에 깔린 새하얀 눈도 반짝거린다.
자작나무는 왠지 이국적인 느낌이 다분하지만 사실 우리 역사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 도산서원의 목판,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한반도에서는 함경남북도 고지대 등 북한 쪽에 자작나무가 많이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안북도 출신의 시인 백석은 ‘자작나무’라는 시에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중략) /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라고 적었다. 북녘땅을 밟을 수 없는 지금은 강원도 인제에서 이렇게 자작나무를 맘껏 볼 수 있어 다행이다.
Tip. 원대리 자작나무 숲 동절기 입산 가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이며 월·화요일은 휴무다. 산불 조심 기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입산이 통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안내소(033-461-9696)에 문의하자.
큰사진) 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남이섬의 야경 / 작은사진)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 남이섬의 마스코트가 된 눈사람

로맨틱한 겨울 풍경, 남이섬

남이섬은 화사한 봄꽃, 시원한 녹음, 화려한 단풍, 순백의 설경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그중에도 겨울의 남이섬이 특별한 이유는 이제는옛 드라마가 됐지만 여전히 강렬한 겨울 이미지를 남긴 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이다. 드라마를 봤든 아니든 눈부신 겨울 풍광 속에 녹아들던 장면들은 문득문득 기억할 터. 남이섬이 해외 여행자도 몰려드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한 것도 이 드라마 덕분이다. 드라마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남이섬의 겨울 풍경과 눈사람은 지금도 똑같이 건재한다. 드라마에 나왔던 눈사람은 남이섬 마스코트가 되어 사계절 내내 남이섬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겨울날 남이섬을 방문한다면 꼭 방문해야 할 장소가 바로 <겨울연가> 속 눈사람 뽀뽀 장면으로 유명한 그 장소다.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눈사람 모형이 놓인 모습이 다른 계절에는 조금 생뚱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겨울만은 예외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에는 뽀뽀하는 눈사람이 그저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메타세쿼이아 길도 놓칠 수 없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양쪽으로 늘어선 길은 남이섬 대표 명소이기도 하다. 잎을 다 떨구고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 을씨년스러워 보일 법도 한데 눈꽃이 내려앉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섬 중심부가 아닌 가장자리 산책로도 가보자. 아직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은 소복한 눈길 위를 뽀드득뽀드득 걸어볼 수 있다. 눈 쌓인 잔디밭이나 광장에서는 눈을 뭉쳐 커다란 눈사람도 만들어본다. 군데군데 몸을 녹일 모닥불도 준비되어 있다. 겨울다운 겨울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하는 대관령 삼양목장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자작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숲에 서면 현실감을 잃고 만다. 쪽빛 하늘과 순백의 눈이
배경이 되는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이국적인 겨울 풍경, 대관령

유럽에 알프스가 있다면 우리에겐 대관령이 있다. 태백산맥에 위치한 대관령은 선자령, 발왕산 등 높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넓은 고원을 자랑한다. 지형적·기후적 특성 탓에 목축업이 발달해 대관령에만 대규모 목장이 여럿 있다. 그중 동양 최대라는 삼양목장은 규모가 2,000만㎡(약 600만 평),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7.5배라니 목장의 경계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워낙 넓은 목장이라 내부를 도는 셔틀버스가 따로 있다. 방문객들은 보통 셔틀버스를 타고 원하는 곳에 내려 걷고 관람한다. 단 겨울에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자차로 돌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목장의 가장 꼭대기, 해발 1,140m에 위치한 동해전망대로 먼저 올라간다. 이곳에 서면 대형 풍력발전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설원 위에 하얀 풍력발전기 50여 기가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매서운 대관령의 겨울 추위를 감내하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노고를 충분히 보답해주는 절경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해까지 내다볼 수 있으니 더 만족스럽다. 동해전망대를 시작으로 내려오면서 원하는 장소에 멈춰 관람하면 된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로 인해 방목을 중단해 초지에서 뛰노는 소나 양은 볼 수 없다. 대신 끝도 없이 펼쳐지는 하얀 눈 세상이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체험장에서는 양과 타조를 보고 먹이도 줄 수 있다. 목장을 떠나기 전 삼양에서 만드는 라면과 과자를 판매하는 마트에 들러보자. 뜨끈한 컵라면 한 그릇 먹으며 훈훈하게 목장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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