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
- 장르 : 드라마
- 시간 : 93분
- 감독 : 백승화
- 출연 :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김광규
- 멀미증후군 때문에 4시간 거리의 시골길을 걸어서 통학하는 여고생 만복(심은경). 공부에 소질이 없던 만복은 우연한 기회에 ‘경보’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인고나 성취 따위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충 사는 것에 익숙하고 태평한 만복은 엘리트 체육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노력의 목적은 성취다. 성취는 달콤하다. 단 건 몸에 나쁜 법인데 심신에도 유익하다. 이것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불변의 이유다. 다만, <걷기왕>은 생각이 좀 다르다. 노력의 목적이 오직 ‘성취’일 수 없다. 성취가 ‘투자 종목’이라면, 노력은 ‘투자금’일 것이다. 만약 성취가 좌절되면 누구도 투자금의 손실은 복구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말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아, 뭘 자꾸 이겨내요. 힘들어 죽겠는데”라고. <걷기왕>은 성취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걷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뛰면 반칙인 육상 종목 ‘경보’를 가져와 쉽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과열된 노력으로 삶이라는 경기에서 혹여 뛰지 않도록,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도록.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걷는 것(경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어차피 100명 중 97명은 성취할 수 없다. 만복은 삶에서 중요한 것은 필승의 정신이 아닌, 나를 충실히 돌보며 노력하는 것임을 알아간다. 그렇기에 넘어져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선천적 멀미증후군 때문에 일주일을 걸어서 경보 대회에 참가하려는 만복, 과연 경보 대회에 무사히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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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꿈을 향한 열정이고, 간절함이야!” - 담임선생님(김새벽)
기성세대에 내장된 성과 우선주의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
“꿈이 어쩌고 열정이 어쩌고 그런 거 딱 질색이에요. 그냥 적당히 하고 싶다고요.-” 지현(윤지원)
학생이라면 왜 꼭 꿈과 막연한 열정을 서둘러 가져야 하는지에 관한 물음. -
“남들은 뭐라도 될 것 같은데 나는 혼자 뒤처져 있는 것 같아.” - 만복(심은경)
청소년의 노력이 불안과 초조함에 뿌리 둔 것에 대한 현실적 표현이라 가슴 아프다.
<위플래쉬>
- 장르 : 드라마
- 시간 : 106분
- 감독 : 데이미언 셔젤
- 출연 :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멜리사 베노이스트
- 명문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루(마일즈 텔러). 밴드의 책임자인 플레처 교수는 폭언과 학대로 앤드루의 한계를 시험한다. 연주자로서 위대해지고 싶은 열정으로 모든 걸 포기한 앤드루는 과연 인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제일 해로운 말은 ‘그만하면 잘했어’야.” 플레처 음대 교수가 앤드루에게 한 말이다. <위플래쉬>는 광기에 가까운 노력을 다룬다. 명문 음악학교의 밴드 드러머가 된 앤드루는 위대한 드러머가 되고 싶은 욕망에 잠식되어 간다. 연습을 이유로 애인과도 헤어지고, 담당 교수의 폭언과 폭력도 견뎌낸다. 손이 피칠갑이 되도록 연습하며 한계를 시험한다. 인고의 과정은 쓰지만, 미지의 성취는 그에게 마약과 같다. 더 이상 멈출 수 없다.
<위플래쉬>는 예술계 학생들이 겪는 각고의 노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들에게 용납되는 강요와 폭력도 가감 없다. 이러한 장면들 때문에 <위플래쉬>가 교육자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대해 감독은 “앤드루는 공허한 상태로 살다가 결국 30대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요절했을 것”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목적이 아무리 거창할지라도 그것이 수단을 정당화하면 모두 불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감독이 앤드루와 플레처의 미래를 어둡게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메시지와 별개로 증오와 애정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어지는 마지막 밴드 연주 장면은 대단히 폭발적이라 인상적이다.
<위플래쉬>는 예술계 학생들이 겪는 각고의 노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들에게 용납되는 강요와 폭력도 가감 없다. 이러한 장면들 때문에 <위플래쉬>가 교육자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대해 감독은 “앤드루는 공허한 상태로 살다가 결국 30대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요절했을 것”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목적이 아무리 거창할지라도 그것이 수단을 정당화하면 모두 불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감독이 앤드루와 플레처의 미래를 어둡게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메시지와 별개로 증오와 애정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어지는 마지막 밴드 연주 장면은 대단히 폭발적이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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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고가 되고 싶어.” - 앤드루(마일즈 텔러)
음악을 위해 이별을 고할 때 애인에게 꺼낸 말. 앤드루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 -
“세상에서 제일 해로운 말은 ‘그만하면 잘했어’야.” - 플레처 교수(J.K 시몬스)
지지보단 강요, 칭찬보단 질책. 엘리트계의 처절한 노력 창출 메커니즘. -
“네 한계를 뛰어넘게 하고 싶었어. 난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봐.” - 플레처 교수(J.K 시몬스)
그야말로 영화 제목처럼 밀어붙이기만 하는 채찍질(Whiplash) 같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