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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맘때 가장 아름다운 ‘가을 산’

가을에 즐기기 좋은 산행 코스

시절은 하 수상해도 계절은 어김이 없다. 올해도 가을은 제때, 제자리를 찾아왔다.
역설적이게도 올해 단풍은 유난히 고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맘 편한 외출이 어려운 지금 이 시기에 가을 산이
이리도 고울 일이냐며 괜한 투정을 부려본다. 그러면서도 가을 산이라도 묵묵히 제 본분을 다해주니 고마운
마음이다. 한껏 뽐낸 가을 산의 자태를 조심스레 눈에 담아보고 싶은 10월이다.
글·사진. 김수진
차분히 걷기 좋은 오대산 선재길

다양한 매력의 가을 산, 오대산

싱그러운 잣나무와 화려한 단풍나무가 숲을 이루고 겨울이면 새하얀 눈꽃이 만발하는 강원도 오대산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눈이 즐겁다. 그래도 오대산이 가장 빛나는 계절은 단연 가을이다. 촉촉한 물길 따라 색색의 단풍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행복하다.
1975년 국립공원에 지정된 오대산은 주봉인 비로봉(1,563m)을 중심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오대산지구, 노인봉(1,338m)과 소금강을 품은 소금강지구, 설경이 유독 아름다운 계방산(1,577m)지구로 나뉜다. 오대산을 대표하는 오대산지구는 완만한 탐방 코스가 많아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한다. 그중 상원사에서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탐방로가 오대산 국민 코스다. 상원사까지 도로가 놓여 인근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상원사에서 비로봉까지는 왕복 7km 거리이며 왕복 소요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상원사에서 월정사 산내 암자인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까지는 길이 완만한 편이나 이후부터는 오르막길이다. 아무래도 산의 주봉까지 오르는 길이니 이 정도 수고는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올라갈수록 단풍이 짙어지니 수고로움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비로봉까지 오른 후에는 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거나 1시간 거리의 상왕봉까지 갔다가 미륵암을 거쳐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후자를 택하면 비로봉에서 상원사까지 내려오는 데 3~4시간 정도 걸린다.
오대산 단풍을 감상하기 좋은 상원사
비로봉 코스에서 비로봉만큼 중요한 곳이 상원사다. 탐방 전이든 후든 상원사에 꼭 들러보자. 신라시대 자장이 지었다는 절에는 국보 등 볼거리가 많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는 상원사 동종(국보 36호)과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221호)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상원사에서 내다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등산에 자신 없다면 산 정상 대신 이곳에서 단풍 구경을 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울긋불긋 고운 옷을 입은 가을 오대산이 눈부시게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보다는 산책을 선호한다면 선재길을 걷자.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약 9km의 숲길로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 스님과 신자들이 두 절을 오가던 길이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며 만든 길이라 천연의 숲을 느끼기 좋다. 졸졸졸 흐르는 오대천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제대로 가을 숲과 호흡하기 좋다. 길은 완만해서 걷기 쉽지만 편도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긴 산책 코스라는 점은 기억할 것.
오대산의 가을은 소금강지구에서 무르익는다. 수려한 경관 덕에 우리나라 명승 1호로 지정된 소금강을 따라 걷는 탐방 코스다. 계곡과 단풍이 완성한 최고의 가을 비경이 펼쳐진다. 탐방로의 시작인 무릉계에서 노인봉을 거쳐 진고개까지 편도 13.3km의 만만치 않은 코스로, 특히 백운대에서 노인봉까지 오르는 5.2km 구간은 험난하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무릉계에서 백운대까지 4.2km 구간만 걸어도 단풍 구경은 제대로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따라 기암괴석과 폭포, 단풍까지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다.
차분히 걷기 좋은 오대산 선재길

감성 충만 가을 산, 민둥산

산 정상에 나무가 없어 이름부터 민둥산이다. 하지만 가을이면 정상부에 드넓은 억새꽃밭이 펼쳐져 억새산이 된다. 산나물을 많이 나게 하려고 해마다 산에 불러 질러 억새가 많아졌다는 정선 민둥산(1,119m)의 과거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산행은 대부분 증산초등학교 앞 들머리에서 시작한다. 산에 들어서면 한참은 이곳이 민둥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나무가 우거져 있다. 민둥산은 7부 능선까지는 나무가 많고 정상부 부근만 비어 있는 형태다. 들머리에서 400m 정도 올라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급경사, 왼쪽은 완경사다. 급경사와 완경사 코스는 각각 2.2km와 2.8km로 거리상 큰 차이는 없다. 완경사 탐방로에는 낙엽송 군락이 매력적이다. 등산과 하산 시 각기 다른 코스를 이용해 두 탐방로를 모두 경험해봐도 좋겠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의외로 오르막길도 길고 일부 구간은 경사도 급하다. 숨이 턱에 차고 지칠 때 즈음 눈앞이 시원해진다. 머리 위로 빼곡하던 나무는 사라지고 하늘이 훤히 내다보인다. 7부 능선까지는 오른 셈이다. 나무가 없어 민둥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비로소 민둥산에 발 딛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상부에 가까워지니 드디어 은빛 억새밭이 물결친다. 이곳에서부터는 걸음을 조금 늦추고 걸어야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몸짓, 햇살에 일렁이는 억새의 빛깔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억새 물결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내내 황홀하다. 노을 질 녘 억새꽃 물결이 은빛에서 금빛으로 바뀌는 순간도 가히 압권이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걷는 속도에 따라 왕복 3시간 30분~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부는 증산초등학교에서 올라와 반대편 삼내약수나 화암약수로 하산하기도 한다. 가을마다 열리던 민둥산억새꽃축제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햇살에 일렁이는 민둥산 억새
가을철 단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산 내장산은 예로부터
조선 8경 중 하나로 꼽혔을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가을 산의 대명사, 내장산

가을철 단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산 내장산은 예로부터 조선 8경 중 하나로 꼽혔을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지금은 절터만 남은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 부르다 내장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내장산이라는 이름에는 산 안에 감춰진 게 무궁무진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실제 그만큼 볼거리가 대단하다.
주봉인 신선봉 높이가 763m이고 대부분 봉우리도 500~700m 사이로 그다지 높지는 않다. 그래도 산세는 수려하고 비경도 많다. 내장산의 단풍 명소는 깊은 산에 있지 않고 사람 발길 닿기 좋은 위치에 자리한다.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누구나 최고의 가을 비경을 감상할 수 있기에 해마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10월 5일부터 내장사 매표소부터 일주문까지 3.6km 구간에 일방통행제를 시행한다. 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지만 곳곳에 단풍이 아름다워 지루하지 않다.
특히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의 정자 우화정이 유명하다. 우화정은 원래 1965년 지어졌다가 2016년 지금의 전통 정자 모습으로 변모했다. 산에 안긴 연못 위에 정자가 앉아 있다. 붉게 물든 산과 파란 지붕의 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연못에 비치는 반영은 고혹적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우화정과 내장산을 상공에서 내다볼 수 있다. 단풍 절정기에는 마치 붉은 카펫 위를 나는 기분이다. 케이블카 탑승 시간은 5분 정도이며 하차 후 7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서래봉, 불출봉, 연지봉 등이 훤히 보인다. 하산할 때는 케이블카를 다시 타고 내려오거나 내장사 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된다. 전망대에서 내장사까지 거리는 800m 정도로 약 25분 소요된다. 케이블카를 타든 걷는 코스를 택하든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터널은 결코 놓쳐선 안 된다. 단풍나무 108그루가 자란다는 이 길은 정읍 9경 중 1경으로, 곱디고운 가을빛을 선사한다. 잎이 작고 얇아 빛깔이 더 곱다는 아기단풍이 물결을 이뤄 더욱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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