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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성장도 멈추지 않는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는 주인공 앨리스가 붉은 여왕을 만나 시골길을 달리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의아해하는 앨리스에게 여왕은 “이곳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만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힘껏 달려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앨리스처럼 붉은 여왕의 손을 잡고 달리는 중이다. 그렇게 죽어라고 달려보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늘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잊지 말자. 노력은 쳇바퀴를 평생 돌리는
성실함과는 다른 것이다. 진짜 노력은 이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노력의 희열

“나는 재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는 첼리스트였다. 하지만 매일 온 마음을 다해 첼로 연습을 했고 사람들은 나를 첼로의 거장이라고 말했다. 나는 숨이 다하는 날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 출신으로 ‘첼로의 성자’라 불리는 파블로 카살스의 말이다. 바람대로 그는 숨이 다할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가 95세 때의 일이다. 백발이 성성한 채로 늘 첼로를 놓지 않는 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의 연주는 이미 완벽한데 아직도 매일 6시간씩 연습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연습을 하고 나면 내 실력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노력이야말로 거장에 이르는 길이었음을 카살스는 고백한 것이다. 그는 아흔이 넘어서도 입버릇처럼 “요즘 실력이 좀 느는 거 같아 기쁘다”라고 말하곤 했다. 음악적 성취는 차치하더라도 노력의 희열을 느끼며 살았으니 그는 참 행복한 인간이었음이 틀림없다.
노력의 희열을 말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강철 나비’라 불리는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아프면 기뻤다. 눈을 떴는데 아프지 않은 날은 ‘어제 내가 연습을 게을리했구나’ 반성을 했다.”
그는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말한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할 때 거기서 자신의 예술은 끝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세계적인 예술가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거나 어릴 적부터 집중된 교육을 받아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강수진은 이런 고정관념이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 불리는 상처투성이의 발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강수진이 얼마나 혹독한 노력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발이다.
강수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한 지 꼭 30년이 되던 2016년 50세의 나이로 현역 발레리나에서 은퇴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동안 ‘궁중 발레리나’의 작위를 받았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주어지는 인간문화재급 발레리나로 대우받은 것이다. 늘 최정상에 있었던 발레리나로서 은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 테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일말의 아쉬움도 후회도 남지 않는다.” 돌아보아 아쉬움도 후회도 남지 않을 만큼 노력한 삶이었음을 그렇게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한 강연에서 “하루하루가 가장 중요하고 열심히 살아간 오늘이 모여 특별한 내일을 만든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칭찬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노력이 ‘노오력’으로 희화화되고 있는 시절이라 울림이 더 크게 와 닿는 말이다.

노력 없는 재능은 무의미

흔히 성공한 사람들을 소개할 때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 “몇 백년 만에 나올까 말까한 천재다”라는 식의 성의 없는 찬사를 붙이곤 한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재능은 의미 없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라 불리는 축구 천재, 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명언이다. 그 역시 노력의 대명사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종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축구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누구도 폄하하기 힘들다. 언제나 훈련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그와 함께 활약했던 박지성도 “호날두의 운동량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호날두가 인터뷰 때마다 뻬놓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노력’이다. 지난해 10월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 인터뷰에 나선 호날두는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에 대해 “우선적으론 재능이 필요하다.
재능이 부족하다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혹독한 훈련이 없다면 재능도 쓸모없어진다. 근면의 자세가 없었더라면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올해로 서른여섯, 축구선수로는 이미 노장이 되었지만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호날두는 1골, 1어시스트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개막전에서 유벤투스의 3-0 완승을 이끌며 펄펄 날았다. 호날두는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비결을 공개한 적이 있다. “특별한 비결이 없다. 항상 배우려고 한다. 매일 발전하기를 원하고 다음날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축구의 신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는 ‘노력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천재라 알려진 인물들은 자신이 천재라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런 인물이다. <최후의 만찬>을 본 친구가 작품에 감동한 나머지 “자네는 천재야, 천재”라고 말했을 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밤낮으로 노력하는 것을 보면 나한테 ‘감히’ 천재라고는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재능이 먼저냐 노력이 먼저냐’라는 논쟁은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논쟁처럼 무의하다

노력의 법칙을 만드는 사람들

많은 사람이 노력과 근성,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거듭 말하는 근거가 있다. 바로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이다. <티핑 포인트>로 유명한 작가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2008년 펴낸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0년, 즉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연습하면 최고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1만 시간이라고 하면 너무 어마어마하지만 하루 평균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투자해 10년만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다. 어떤 분야든 숙달되기 위해선 하루 3시간씩 10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10년 정도는 투자할 만하지 않을까.
글래드웰은 아인슈타인, 피카소, 프로이트 등과 같은 천재들도 이 10년의 법칙이 적용된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최소 10년간의 집중적인 투자가 있은 후에야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대기만성형’도 이런 1만 시간의 법칙의 결과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직장에서도 10년의 법칙은 대개가 적중한다. 입사해 대리를 거치고 과장을 달아 대략 10년차쯤 되면 회사의 허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1만 시간의 법칙, 혹은 10년의 법칙에 대해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냐고 회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생존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인의 1년 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이 정도로 일하면 5년만 일해도 1만 시간은 넉넉히 채우고도 남는다. 이는 비단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조기교육으로 시달리다가 대학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하는 양만 해도 1만 시간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선뜻 ‘나는 최고’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럼 남들이 1만 시간을 노력할 때 나는 2만 시간을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붉은 여왕의 역설’이라는 덫에 빠지는 자충수가 될 확률이 더 높다. 노력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에게 숨겨진 비결이 비단 ‘1만 시간의 법칙’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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