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차별화된 경험 추구
‘플렉스(Flex) 문화’는 1990년대 미국 힙합 분야에서 유래하였다. 래퍼들이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비싼 물건을 뽐내는 모습이 등장했고, 1992년 흑인 래퍼 아이스 큐브가 ‘다운 포 왓에버(Down For Whatever)’라는 노래에서 처음 ‘플렉스’라는 말을 썼다. 이후 유명 래퍼들을 중심으로 ‘플렉스’가 널리 퍼지게 됐다. 플렉스라는 단어 자체가 ‘과시하다’, ‘자랑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플렉스는 ‘돈 자랑하다’는 뜻의 신조어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에서 플렉스 문화는 지난해부터 패러디나 개그 소재로 활용되면서 점차 유행하기 시작됐다.
작년 한 방송에서 래퍼 염따가 명품을 자랑하면서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고 한 이후 ‘과소비’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의미로 인식되며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플렉스’ 문화는 소위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MZ세대’는 1980년~1994년생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2004년생을 지칭하는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로, 보통 20∼30대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트렌드를 쫒으면서도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한다. 이러한 세대 특징이 ‘플렉스 문화’에 쉽게 빠지게 하고 있다. 젊은 층의 플렉스 심리는 설문 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명품 구매 넘어 고급 호텔에서 럭셔리하게
최근 한 구인·구직 사이트가 20∼30대 3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1%가 플렉스 소비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중에 ‘자기만족이 중요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삶에 자극이 되어서’ 순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의 절반 이상이 ‘사치성 소비’에 긍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만족’이라는 결과에서 알 수 있듯,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기만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기성세대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젊은 세대의 플렉스 문화는 결국, ‘자기만족’과 ‘자기과시’가 공존하는 문화다. 젊은이들은 사회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은 별개의 주체로 여기고 싶어 한다. 이러한 심리는, 많이 가지지 못했지만 고가의 명품을 비롯해 세계여행, 호텔, 고급음식, 자동차 등에 돈을 쓰고 싶어 한다.
20∼30대 3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1%가 플렉스 소비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중에 ‘자기만족이 중요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52.1%가 플렉스 소비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중에 ‘자기만족이 중요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내 만족, 내 욕구대로 산다!
어느 백화점의 포인트 카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대의 명품 브랜드 구매 건수가 2017년 2분기 6,000건에서 2019년 2분기에는 4만 4,0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대의 명품 브랜드 구매 비중도 5.4%에서 11.8%로 껑충 뛰었다. 요즘 호텔업계의 새로운 화두 역시 ‘플렉스’다. 명품, 자동차 등 귀중품 소비에서 호텔 등 고급 숙박시설에서 럭셔리하게 즐기는 문화로까지 번졌다. 조금이라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면서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살았던 기성세대와도 확연한 차이다.
대학생 아니면, 취업 준비생, 아니면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신입사원인 20대. 그들이 무슨 돈이 있어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가? ‘플렉스 문화’를 접하면 막상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플렉스 문화가 성행하는 것은 ‘빈곤’에 대한 역설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빈부 차가 심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격차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으면 좋은 대학도, 좋은 회사도 들어가기 힘든, 즉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돼 있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이런 심리가 상대적으로 부와 성공을 일군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으로, 나아가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 플렉스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학생 아니면, 취업 준비생, 아니면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신입사원인 20대. 그들이 무슨 돈이 있어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가? ‘플렉스 문화’를 접하면 막상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플렉스 문화가 성행하는 것은 ‘빈곤’에 대한 역설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빈부 차가 심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격차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으면 좋은 대학도, 좋은 회사도 들어가기 힘든, 즉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돼 있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이런 심리가 상대적으로 부와 성공을 일군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으로, 나아가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 플렉스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불안한 심리를 탈출하려는 욕구가 결국 젊은 층의
‘플렉스 소비’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가 생활을 위한 소비를 늘리면서
‘코로나 플렉스’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플렉스 소비’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가 생활을 위한 소비를 늘리면서
‘코로나 플렉스’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경제 불안 등의 탈출 심리가 표출
요즘 젊은이들이 ‘사치성 소비문화’인 ‘플렉스’에 빠지는 이유는 현재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갈수록 취업이 어렵고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희망이 점점 사라진 마당에,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은 밝은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불안한 심리의 표출이 ‘플렉스 문화’다. 집 한 채 없어도 자동차 한 대는 살 수 있고, 명품 가방 정도는 소유하겠다는 보상 심리가 구매로 이어진다. 또한 이로 인해 타인의 주목까지 받으니 플렉스 소비가 큰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불안한 심리를 탈출하려는 욕구가 결국 젊은 층의 ‘플렉스 소비’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가 생활을 위한 소비를 늘리면서 ‘코로나 플렉스’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코로나 사태로 ‘집콕’, 즉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인식의 전환이 생긴다. 인간이 아무리 대비하고 노력한다 해도, ‘코로나19’처럼 불시에,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닥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이 땅에 사는 한,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