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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게, 쿨하게~,
3가지 키워드로 즐기는 ‘부산’

부산과 여름은 닮았다. 화끈하고 정열적인 에너지가 말이다. 그렇다고 부산은 여름처럼 끓어오르기만 하지 않는다.
‘쿨한’ 면모도 충분히 갖췄다. 바다, 전망, 음식이라는 3가지 시원한 키워드만 기억할 것.
화끈한 여름 부산을 쿨하게 여행할 준비 완료!
글·사진. 김수진
갈대 파라솔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광안리해수욕장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부산의 백 가지 바다

부산은 동해와 남해를 모두 품은 특별한 바다의 도시다. 그만큼 다채로운 바다의 풍경과 매력을 선사한다. 해운대와 광안리 같은 대규모 해수욕장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에 적합한 작은 해변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우리나라 대표 도심 해변인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은 고층빌딩과 바다가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을 연출한다. 푸른 해송 숲 대신 현대적인 빌딩 숲이 배경을 이루니 전국의 여느 해수욕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작품이 한 공간에서 화려한 합을 이룬다. 파라솔과 야경이 두 해수욕장의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여름이면 1.5km 백사장에 수천 개의 파라솔이 빼곡하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알록달록한 해운대 파라솔 행렬은 한국의 피서철 분위기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단 올여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파라솔을 2m 이상 떨어뜨려 배치한다. 광안리해수욕장은 갈대로 만든 파라솔 덕에 이국적인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난다. 어둠이 내리면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은 하늘의 별 대신 고층빌딩 불빛이 한여름 밤의 낭만을 채운다. 특히 광안리해수욕장은 바다 위를 달리는 총 길이 7,420m의 광안대교가 야경의 품격을 높인다.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을 연출한다는 광안대교 경관 조명이 불을 밝히는 해변의 밤은 환상 그 자체다. 자연미가 살아 있는 해변을 찾는다면 갯벌과 습지를 품은 다대포해수욕장을 추천한다.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다대포해수욕장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수심이 얕고 수온이 따뜻하다. 또 낙동강에서 실려 온 양질의 모래가 퇴적돼 부드러운 백사장을 이룬다. 몰운대, 생태탐방로, 해변공원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갖췄는데 무엇보다 낙조 명소이자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유명하다. 간조 때면 모래가 물결무늬로 흘러가며 신비로운 흔적을 남긴다. 바닷물이 얕게 깔린 모래사장 위로 붉은 노을이 물드는 순간 다대포의 아름다움이 최절정에 달한다. 노을빛 하늘이 물 위에 반영되면 하늘과 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드는 황홀경을 맛보게 된다. 다대포는 물 위 반영이 아름다워 종종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 불리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에 비유되기도 한다. 반영을 사진에 담으려면 미리 물때를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부산에는 한적하고 조용한 바다도 많다. 번화한 해운대에서 달맞이고개를 넘어가면 도심 속 어촌마을 청사포가 나타난다. 고층건물 가득한 도심 지척에 아늑한 어촌마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질 좋은 미역 생산지이자 일출 명소로 유명한 청사포. 지금도 포구에 고기잡이배가 드나든다.
나란히 마주한 빨간색, 하얀색 쌍둥이 등대는 청사포 풍경을 완성하는 최고의 포토존이다. 등대 모양을 한 청사포 감성버스정류장과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청사포다릿돌전망대가 볼거리를 더한다.
Tip.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7월 1일부터 해수욕장의 붐비는 정도를 미리 알려주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해수욕장별로 적정 인원이면 초록색, 200%가 많으면 노란색, 200%를 초과하면 빨간색 불이 켜진다. 부산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등도 미리 혼잡도를 확인하고 방문할 수 있다. seantour.com
  • 등대가 있어 더 아름다운 어촌마을 청사포
  • 파스텔 톤 건물이 산비탈을 따라 늘어선 형세가 인상적인 감천문화마을
  • 어린왕자가 내다보는 감천문화마을 야경

부산에서만 만나는 독특한 전망

부산은 바다의 도시인 동시에 산지가 많은 도시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산비탈에 집을 짓고 지내기 시작했다. 산비탈에 형성된 동네는 부산만의 이색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고 대표적인 예인 감천문화마을, 초량이바구길 등은 부산 인기 관광 명소가 됐다. ‘한국의 마추픽추’라고도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파스텔 톤의 주택이 계단식으로 들어선 독특한 형세를 보여준다. 마을 전망대인 하늘마루에 오르면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감천문화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은 풍경은 아프고도 아름답다. 역사적인 마을 곳곳에 예술 작품을 설치해 가치를 살렸다. 최고 인기 포토존인 ‘어린왕자’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골목과 계단으로 미로처럼 이어지는 동네 안을 걸어보자. 어디로 가든 막힘 없이 모두 통하게 만든 골목길이 신기하다. 앞집이 뒷집을 가로막는 법 없이 배려하며 공존하는 마을 모습이 감동적이다. 마을 아래와 위를 잇는 148계단을 오르며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낸 근현대사 속 우리를 만나본다.
같은 역사 속 초량동에는 168계단이 있다. 계단 수 168개, 경사도 45도의 아찔하고도 힘든 계단이다. 다행히 지금은 168계단 옆에 모노레일이 운행 중이다. 마을 주민과 관광객 누구나 모노레일을 타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모노레일을 타고 계단 맨 위까지 올라가면 전망대에서 부산항과 시가지를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다. 낮에 보는 전망도 훌륭하지만 부산항대교가 불을 밝히는 야경이 근사하다. 168계단은 부산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초량이바구길에 속한다. 초량이바구길 코스에는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인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 647호), 부산 최초의 창고였던 남선창고 터, 가곡 <기다리는 마음>으로 유명한 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김민부전망대 등이 포함된다.
부산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168계단 / 밀면 한 그릇

무더위 날려주는 부산의 시원한 맛

여름 부산 여행의 묘미는 시원한 맛에 있다. 북한에 평양냉면이 있다면 부산에는 밀면이 있다. 밀면의 탄생 배경 역시 부산의 피란수도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내려온 이북 실향민들은 전쟁통에 메밀가루 같은 재료를 구할 수 없자 구호품으로 보급된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었다. 밀 냉면이라고 불리던 이 음식이 오늘날의 밀면이다. 밀면 육수는 사골을 고아 쓰는데 가게에 따라 소뼈, 돼지뼈, 닭뼈, 한약재 등 저마다의 비법대로 재료를 사용해 맛을 낸다. 냉면과 마찬가지로 물밀면과 비빔밀면 중 선택 가능하다. 밀면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물밀면을 먹어보자. 오이, 무, 달걀, 고기 등의 고명과 양념장이 올라간다. 양념장을 잘 섞어서 본연의 맛을 음미한 후 취향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가미한다. 찐만두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부산 전역에 유명한 밀면 전문점이 많은데 남구 우암동의 ‘내호냉면’이 원조 격으로 통한다.
여름철 대표 먹거리인 팥빙수, 특히 옛날식 팥빙수는 부산에서 꼭 맛봐야 한다. 수십 년 내공을 자랑하는 남포동 팥빙수골목에는 옛날식 팥빙수를 파는 노점이 모여 있다. 옛날식 제빙기로 드르륵 얼음을 갈아내고 그 위에 팥과 연유, 통조림 과일을 투박하게 얹어낸다. 팥빙수의 시원함에 추억이 덤이다. 부산 팥빙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용호동의 ‘용호동할매팥빙수’와 남천동의 ‘보성녹차팥빙수’는 기본에 충실한 옛날 팥빙수를 선보인다. 요즈음 유행하는 부드러운 우유 얼음 대신 씹는 맛이 있는 일반 얼음에 직접 삶은 팥을 듬뿍 올려준다. 두 집 모두 팥빙수 1인분 가격이 3000원. 착한 가격과 달콤한 맛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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