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자본 그리고 벨르 레이드(belle laide)
외적 매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지금껏 종종 경멸의 대상이 되곤 했고 지식을 쌓거나 내적인 역량을 쌓는 일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실력보다 외모로 경쟁하려 한다고 오해하는 일도 잦다. 때로는 ‘외모지상주의’라며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할 때 매력은 매우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이런 정서를 설명하고 있다. 이왕이면 모양 좋고 보기 좋은 것을 택한다는 우리 속담이다. 다만 도덕적, 사회적 관념에 따라 차마 그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이가 없을 뿐이다. 매력을 ‘자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할 때 매력은 매우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이런 정서를 설명하고 있다. 이왕이면 모양 좋고 보기 좋은 것을 택한다는 우리 속담이다. 다만 도덕적, 사회적 관념에 따라 차마 그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이가 없을 뿐이다. 매력을 ‘자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 사회학과 교수이자, 현재 정책연구센터 내 연구위원인 캐서린 하킴이다. 자신이 연구한 이론을 ‘매력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여기서 매력을 제4의 자본으로 꼽았다. 캐서린 교수는 외모, 몸매, 패션 등과 같이 사람을 매력적인 존재로 만드는 모든 자원을 일컬어 ‘매력자본’이라고 명명했다. 앞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의 종류를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등 세 가지를 꼽았는데 캐서린 교수는 제4의 자본으로 매력을 제시한 것이다.
“몸매 유지가 충분히 잠을 자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이 말이 글로벌 여성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그녀는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라가르드 총재가 잠을 포기할 정도로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킴은 라가르드 총재가 매력자본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돈을 뜻하는 ‘경제적 자본’, 인맥을 뜻하는 ‘인적 자본’, 지식이나 교양을 뜻하는 ‘문화적 자본’처럼 사람이 가진 외모와 스타일, 쾌활한 분위기 등도 자본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저 눈의 구멍이 남들보다 좀 더 크게 뚫려있거나 코가 남들보다 더 많이 융기되어 있는 얼굴을 보며 ‘매력’을 떠올리는 것은 합당한 일일까. 남들보다 예쁘다거나 잘 생겼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겠으나 매력을 논하기에는 부족한 조건이다.
프랑스에선 ‘벨르 레이드’(belle laide)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거칠게 바꾸면 “못생겼지만 예쁘다”는 정도의 뜻을 담고 있다. 형용모순의 표현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말이 통용된다고 한다.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돈과 재능, 인맥 못지않게 중요해서 ‘제4의 자본’으로 불리는 매력. 매력도 자본이니 매력이 크면 확실히 남들보다 빠른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벨르 레이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매력자본은 외모 지상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몸매 유지가 충분히 잠을 자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이 말이 글로벌 여성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그녀는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라가르드 총재가 잠을 포기할 정도로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킴은 라가르드 총재가 매력자본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돈을 뜻하는 ‘경제적 자본’, 인맥을 뜻하는 ‘인적 자본’, 지식이나 교양을 뜻하는 ‘문화적 자본’처럼 사람이 가진 외모와 스타일, 쾌활한 분위기 등도 자본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저 눈의 구멍이 남들보다 좀 더 크게 뚫려있거나 코가 남들보다 더 많이 융기되어 있는 얼굴을 보며 ‘매력’을 떠올리는 것은 합당한 일일까. 남들보다 예쁘다거나 잘 생겼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겠으나 매력을 논하기에는 부족한 조건이다.
프랑스에선 ‘벨르 레이드’(belle laide)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거칠게 바꾸면 “못생겼지만 예쁘다”는 정도의 뜻을 담고 있다. 형용모순의 표현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말이 통용된다고 한다.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돈과 재능, 인맥 못지않게 중요해서 ‘제4의 자본’으로 불리는 매력. 매력도 자본이니 매력이 크면 확실히 남들보다 빠른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벨르 레이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매력자본은 외모 지상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매력을 자본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프린스턴 대학)는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 조건은 지능이나, 학벌, 운이 아니라 매력이다”라고 했다. 카너먼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쓴 버락 오바마도 능력이 출중해서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가 취임 100일 넘겼을 때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힙(hip)한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대체로 ‘힙’하다는 말에는 모방심리를 자극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으니 가능한 성공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매력자본으로 성공한 인물로 손꼽힌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영어 발음이 어눌했고 얼굴도 할리우드의 꽃미남들에 비하면 우락부락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극복해야 할 핸디캡으로 여기는 대신 ‘매력적인 발음’, ‘매력적인 얼굴’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70대의 나이에도 할리우드에서 액션배우로 맹활약하며 노익장을 과시할 수 있는 것도 그의 남다른 매력 덕분이다. 매력은 타고난 아름다움에 좌우되는 힘은 아니다. 캐나다 출신의 모델 위니 할로우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녀는 백반증 환자이다. 입술 주위는 물론이고 팔다리 등 피부 곳곳의 피부색이 하얗게 변해 얼룩덜룩하다. 이런 외모 때문에 학창시절에는 괴물이니 얼룩말이니 하는 놀림을 수없이 당했고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전학을 여러 차례 한 끝에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위니할로우가 모델로 성공한 데는 백반증으로 인해 얻은 독특한 외모가 영향을 미쳤다. 데뷔 당시 ‘외모가 지나치게 특이하다’ 등의 혹평들도 있었지만 할로우는 오히려 한번 본 사람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점을 자신의 매력으로 삼아 세계적인 모델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국가경쟁력, 국민매력총지수
매력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다. 미국에서 수용자를 상대로 창의적인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마약 중독자는 아니지만 인상이 험악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석방되자마자 성형수술을 받도록 했다. 심리적인 적응력과 취업 성공률을 높이고 상습적인 재수감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1년 뒤 성형수술을 받은 집단의 재수감 비율은 아무런 시술도 받지 않은 사나운 인상의 재소자 집단에 비해 36%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력을 자본으로 가질 경우 범죄율도 떨어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매력의 힘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힘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부상하고 있는 기업과 나라를 보면 대개 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미래학자 더글러스 맥그레이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은 국민총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총매력지수라는 말은 그가 2002년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 매거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한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cool)인지를 계량화하는 시도를 했다.
GNC를 주장한 맥그레이에 따르면, 한 나라의 국력은 국민총생산(GDP), 국내총생산(GNP) 같은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양식, 가치관, 미적감각, 철학, 이미지 등 매력가치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맥그레이는 이를 구체적으로 측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카콜라와 할리우드 영화가 전세계에 미국의 힘을 전파시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매력의 힘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연찮게도 희귀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그토록 매력적으로 보이던 유럽의 수많은 국가들이 실은 ‘별 것 없는’ 나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19에 직면해 평정심을 잃은 채 사재기와 폭동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심증을 굳힌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를 전후하여 한국인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으쓱해졌다. 우리가 꽤 매력적인 국민이고 나라임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국민총생산이니 국내총생산이니 하는 경제지수를 대신해 국민총매력지수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때가 멀지 않은 듯하다.
GNC를 주장한 맥그레이에 따르면, 한 나라의 국력은 국민총생산(GDP), 국내총생산(GNP) 같은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양식, 가치관, 미적감각, 철학, 이미지 등 매력가치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맥그레이는 이를 구체적으로 측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카콜라와 할리우드 영화가 전세계에 미국의 힘을 전파시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매력의 힘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연찮게도 희귀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그토록 매력적으로 보이던 유럽의 수많은 국가들이 실은 ‘별 것 없는’ 나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19에 직면해 평정심을 잃은 채 사재기와 폭동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심증을 굳힌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를 전후하여 한국인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으쓱해졌다. 우리가 꽤 매력적인 국민이고 나라임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국민총생산이니 국내총생산이니 하는 경제지수를 대신해 국민총매력지수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때가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