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 장르 : 미스터리, 드라마
- 시간 : 108분
- 감독 : 장재현
- 출연 :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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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귀신 들린 듯 기괴한 증상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영신(박소담). 천주교단은 “때가 어느 땐데 귀신 같은 소리야”라며 구마* 의식에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김신부(김윤석)는 영신을 구하기 위해 구마 의식을 강행하고, 의식을 함께할 보조 사제인 최부제(강동원)을 찾아 영신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 악마를 내쫓는 행위
<검은 사제들>은 매력적인 배우 박소담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상영 시간의 절반인 영화다. 박소담은 라틴어 포함 4개국 어학 능력을 뽐내는 악마 연기로 그해 주요 영화제 조연상을 휩쓸었다. 특히 악마에 빙의해 눈알을 까뒤집고 “내가 형수를 강간하랬지!”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심볼이 됐다. <검은 사제들>은 영신의 몸속에 숨어든 악마를 내쫓기 위한 사제들의 사투를 그렸다. 이 영화를 통해 ‘무서우면 춥다’라는 풍문이 임상적 근거를 토대로 한 과학적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몸은 무서운 영화를 보면 교감 신경이 흥분하여 식은땀이 나고,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2~3도 내려간다. 유식한 용어로 ‘흡열 반응’이라고 한다. <검은 사제들>은 시간당 15.6회씩 깜짝깜짝 놀래는 대 유아적 까꿍 남발의 덫을 놓지 않는다. 대신 음산한 분위기를 천천히 고조시키고, 숨죽인 채 악마의 모습을 서서히 끌어낸다. ‘깜짝’의 빈도수는 적지만, 공포의 질이 높고 견고하다. 그러니까 박소담 등장하면 일단 선풍기 끄셔도 충분히 시원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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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라는 비주류 장르 중 이례적으로 5백만 흥행을 달성했다. 장재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 더욱 놀랍다. 참고로 후속작은 이정재 주연의 오컬트 영화 <사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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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강동원 나오는데 사제복 입음”으로 입소문을 탔지만, 개봉 후 예상외로 박소담의 연기가 더욱 조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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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악마에 빙의한 영신이 사용하는 중국어, 영어, 라틴어는 전문인의 감수를 받아 배우 박소담이 직접 목소리 연기했다고.
사자
- 장르 : 미스터리, 액션, 판타지, 공포
- 시간 : 129분
- 감독 : 김주환
- 출연 :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살던 종합격투기 선수 용후(박서준). 알 수 없는 상처가 손바닥에 생기고 상처 난 손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용후’는 우연히 악의 존재를 알게 되고, 안신부(안성기)와 함께 검은 주교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다른 의미로 시원하다. 마귀들의 볼기짝을 불꽃 주먹으로 후려치는 야무진 맛이 있다. 유약한 인간이 강력한 악에 맞서는 게 오컬트 장르의 핵심 매력이라면 <사자>의 주인공은 별로 유약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악마 쪽이 더 유약한 편(물론 오컬트* 영화로서의 음습한 기운도 존재한다). 보통 오컬트 영화 속 신부는 식은땀 흘리며 침대 앞에서 성경 낭독 및 십자가 빔만 쏘지만, 용후(박서준)는 악귀들을 패고 다닌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듯 악귀들의 아구창이 남아나지 않는다. 아직 싱글인 마동석이 장첸 얼굴을 수타 반죽했던 <범죄도시>처럼 답답한 속이 뻥 뚫린다. 오컬트 특유의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싫어했던 관객이라면 강한 남자 용후는 더욱 반갑다. MMA 파이터인 용후는 우연히 만난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며 본인의 손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알게 되고 검은 주교를 찾아 손을 봐준다는 심플한 줄거리다. 과 함유된 판타지 요소가 다소 허무맹랑해 보여 실소를 유발할 수도 있었지만, 안성기 배우의 무게감이 흡사 습자지 수준의 현실성이 공중에 흩날리지 않도록 지그시 눌러준다. 영화에 그가 등장하면 왠지 모를 안도감과 신뢰감이 생긴다. 다만 그의 열연에도 손익분기점 절반에 못 미치며 아쉽게 흥행에 실패했다.
*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악마 등을 주 소재로 다룬 영화
*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악마 등을 주 소재로 다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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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 인물들의 성 씨가 실제 배우 성과 일치한다. 박용후-박서준, 안신부-안성기, 최신부-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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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리즈로 제작했으나 같은 날 개봉한 <엑시트>에 흥행 면에서 밀리며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현재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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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이후 안성기의 두 번째 오컬트 영화. 심지어 이번에도 동일한 사제 역할이다. 참고로 그는 실제로도 천주교 신자다.
세례명은 사도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