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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음악치료가 수형자의
자아존중감 및 부정적 정서변화에 미치는 효과

글. 김은주2), 이인용3)
표 3

5. 교정음악치료 프로그램

1) 범죄자 치료 모형을 바탕으로 한 내용 구성
프로그램의 구성은 범죄자 심리 재활 치료 모형 중 하나인 좋은 삶 모형 (Good Lives Model, GLM)을 바탕으로 하였다. GLM 모형은 범죄자가 좋은 삶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개인의 목표와 방법을 알아내고 삶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스킬, 태도, 자기 신념 등을 갖는다면 범죄를 스스로 억제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윤정숙 외, 2011). Willis, Prescott와 Yates(2013)가 제시한 GLM의 구성 개념에 따라 도출한 회기별 주제 및 연관된 타악기 활동은 <표 3>과 같다. 타악기 활동은 악기 탐색(연주 시도), 구조적 연주4), 드럼 서클5), 표현 중심의 연주6), 팀별 공연의 흐름으로 종결 단계로 갈수록 점차 구체적이고 폭넓은 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4) 음악 요소(리듬,빠르기,셈여림 등)를 사용하여 치료사가 의도적으로 구조화한 활동을 말하며, 연주 모방, 리듬 및 선율 표현, 독주 또는 합주 등으로 구성된다.
5) 집단이 원의 모양으로 모여 북, 금속, 나무, 쉐이커 등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를 연주하는 리듬 중심의 즉흥연주를 말한다.
6) 악보, 형식, 기준, 방법이 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따라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표 4
2) 프로그램의 단계별 목표 및 내용
매 세션 진행의 흐름은 <표 4>와 같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치료적 환경을 위해 타악기 연주 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재 단계 전 워밍업 활동에서는 집단의 에너지수준을 확인하고 중재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짧은 리듬 연주 활동과 리듬에 맞춰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으로 ‘지금-여기’에 집중하도록 유도하였다. 중재 후에는 타악기 활동을 통해 각자 느낀 소감이나 경험을 충분히 나누고 이를 통해 발견한 성장 자원들을 재확인하고 강화하기 위해 회기 주제와 연관된 대중가요 부르기로 마무리하였다. 8회기 프로그램의 목표 및 구성 내용은 <표 5>와 같다. 예비조사에서 참여자들이 타악기 연주를 선호하였으나 ‘못할 것 같은 두려움’, ‘체면 문화’ 등으로 적극적인 활동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고 평가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악기 탐색과 연주 시도가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어 회기가 지속됨에 따라 긍정적 강화를 받아 점진적인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구조화하였다.
표 5

IV. 연구결과 및 논의

1. 자아존중감

연구참여자 14명의 자아존중감 점수는 사전(M=3.59)에 비해 사후(M=3.72)에 향상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p<.05).
표 6
하위 요인을 t 검증으로 분석한 결과 타인과의 관계, 지도력과 인기, 자기주장과 확신에서 점수가 향상되었고, 그 중 자기주장과 확신 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t=-2.182, p<.05). 즉, 교정음악치료는 자신감이 있어 결단이 쉽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에 대한 태도를 의미하는 자기 주장과 확신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7

2. 다면적 형용사 체크리스트(MAACL)

연구참여자 14명의 MAACL 사전·사후 t 검증 분석 결과 부정적 정서 점수가 사전(M=15.43)에 비해 사후(M=12.36)에 감소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p<..05).
표 8
하위 요인을 t 검증으로 분석한 결과 사전에 비해 불안, 우울 요인의 점수가 감소하였고, 그 중 불안 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t=3.539, p<.01). 즉, 교정음악치료는 ‘염려스러운’, ‘두려운’, '당황스러운’, ‘긴장한’ 등의 감정으로 표현되는 불안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 논의

1) 자아존중감
자아존중감의 하위 요인 중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던 자기주장과 확신은 자신의 생활 태도에 대한 신념과 자율성, 결정성, 그로 인한 행복감과 관련 있다. 타악기의 탐색과 선택, 각 악기가 지니는 외적 특징 및 고유한 음색 등을 활용한 정서의 표현, 팀 선택과 합주 과제 수행 등 타악기 연주 활동의 전 과정이 능동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과정이었다는 점이 자기주장과 확신 요인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료된다.
표 9
집단치료 활동의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동료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고, 집단원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여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역동적인 상호 작용으로 긍정적인 결과물을 발현하는 과정이었다. 활동에 수동적이거나 자신감이 약했던 참여자들은 치료사로부터 뿐 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로부터 지지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참여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연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교정음악치료가 가질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이다.
표 10
음악 활동을 통해 느끼는 ‘자유로움’, ‘즐거움’, ‘만족감’ 등의 정서는 ‘집에 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보고 싶다’ 등의 생각으로 연결되어 ‘아쉬운’,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2) 부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의 하위 요인 중 불안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어 교정음악치료가 불안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울과 적대감 점수는 감소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 진행 도중 갑작스럽게 참여자 4명이 타 교도소로 이감되었던 상황과 참여자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 모두 흩어져 타 교도소로 이감되는 불안정한 복역 환경은 치료 목표 달성에 부담의 요소로 작용하였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즉각적인 기분 변화에 영향을 주고, 노래 가사에 의해 그날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타악기는 수감 현실에서 가장 손실되기 쉬운 긍정적인 정서성인 ‘자유’와 ‘행복’을 회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안전한 자기 개방의 매개체가 되었다. 오션 드럼, 카바사, 에그 쉐이커 등의 타악기 음색은 악기 연주와 동시에 구체적인 심상을 떠올리게 하여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기가 주는 청각 자극을 통해 ‘아내가 쌀 씻는 소리’,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 ‘아이의 웃음 소리’등으로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정서를 표현하며 내면을 개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프로그램 종결 후에도 수 년간의 수감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수형자들은 이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지지적인 내적 자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함과 동시에 수감된 현실을 더욱 실감하여 우울한 정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활동을 통해 느끼는 ‘자유로움’, ‘즐거움’, ‘만족감’ 등의 정서는 ‘집에 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보고 싶다’ 등의 생각으로 연결되어 ‘아쉬운’,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족, 친구 등 관계적 자원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은 참여자들의 출소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면서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이런 곳에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자기 성찰의 계기도 되었다. 참여자들이 타악기 연주를 통해 가족과 함께 했던 긍정적인 상황과 감정을 재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은 타악기 연주를 통한 청각 자극이 교화의 가능성이 큰 초범 수형자들의 자기 성찰과 긍정적인 미래상 확립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V.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는 타악기 중심의 교정음악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이 경험하는 자아존중감과 부정적 정서 변화를 살펴보았다. 타악기 중심의 교정음악치료는 자아존중감의 측면에서 단계적인 음악 활동의 전 과정·악기의 탐색과 선택, 노래 선곡, 팀 구성, 합주 공연-을 통하여 수형자의 자기표현을 촉진하여 수동적이기 쉬운 수형자의 자신감과 자율성을 고무시켰다. 정서적 측면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비언어적이나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이 창조한 음악과 지지적인 환경 안에서 주고 받는 피드백으로 자기 확신과 안정감을 경험하게 하여 불안을 감소시키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하면서 느끼는 우울감(슬픔, 괴로움, 미안함 등)을 삶에 대한 새로운 목표 설계로 승화시키는 긍정적인 전환을 경험하였다.
이 연구의 제한점과 추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통제집단 없이 단일 시기에 단일 집단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다. 둘째, 다양한 연령과 범죄 유형으로 구성된 연구 참여자의 특성이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살인, 강도, 성폭행 등의 강력범과 사기 등재산 범죄자는 범죄 행동에 대한 원인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치료적 개입과 목표 역시 다르게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참여자의 대다수를 차지한 성범죄자의 경우 인지 행동 수정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후 연구에서 특정 범죄 유형에 중점을 둔 음악치료 프로그램이 적용된다면 보다 구체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연구의 주 중재 도구로 타악기를 활용하였으나, 연주를 위해 사용된 배경 음악이나 회기 종료 시 강화를 위해 사용된 대중가요의 가사, 가창 활동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추후 타악기 연주 기법과 노래만을 활용하는 노래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비교 연구가 진행된다면 음악치료의 적용 기법에 따른 효과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교정음악치료 대상과 목적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치료 프로그램 개발에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넷째, 연구 프로그램 구성에 좋은 삶 모델의 원리를 적용하였지만, 구체적인 범행 요인 인식 및 목표 성취에 대한 단계로까지는 접근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비언어적인 타악기 중심 음악 활동이 간접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수형자의 자기표현을 촉진하였고, 강화로 사용한 대중가요의 가사가 참여자들의 자기 통찰과 내면 정리에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향후 좋은 삶 모델을 적용한 음악치료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과 실행이 이루어진다면 교정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전문화 및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음악치료가 수형자의 중요한 재범 요인인 자아존중감과 부정적 정서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일반 사회에서 음악은 매우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매체인 반면 자유가 제한된 수감 시설 안에서는 수형자가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독서, 글쓰기, 운동 등과 비교하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교정 시설 안에서의 음악은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별하고 강력한 강화제로서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고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표현되고 고취된 감정은 취약한 환경에 놓인 수형자의 정서 변화와 행동 수정을 위한 교정 프로그램에서 효과적인 치료적 접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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