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늘 주의하면서 퇴근 후에는 집에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특히 주의 중이죠. 그런데 아이들이 한창 뛰어놀 나이고 가족들 모두 활동적인 성격이라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는 생활을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키즈카페 데려가서 풀어놓기만 하면 충분했는데,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려니 아이들이 뭘 이렇게 많이 요구하는지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끊임없이 뭘 가져오고 보채요. 야간근무 후에는 저도 쉴 시간이 필요한데 틈을 안 주니 지치고 솔직히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아내는 제가 가사에 소홀하다고 서운해하는 것 같아 눈치가 두 배로 보입니다. 저도 많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더 해야 아내가 만족할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문제로 약간 냉전을 겪어서 화해하자는 의미로 은근슬쩍 먼저 다가가 평소처럼 행동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는데 제 노력도 몰라주네요. 이젠 제가 더 서운합니다.
아이와 아내 사이에서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아이와 아내 사이에서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From. 가장은 처음이라
안녕하세요, ‘가장은 처음이라’님. 반갑습니다.
살면서 요즘처럼 손을 꼼꼼히, 오랫동안 씻은 적이 있었던가요. 여러모로 뒤숭숭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무섭던 신종플루가 이젠 매년 찾아오는 좀 독한 감기 정도로 느껴지니,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몇 년 후엔 그렇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크고 작은 변화를 슬슬 기존의 일상에 포함해야 할 것 같아요. 개인위생에 좀 더 신경 쓰고, 호흡기 질환이 있을 땐 마스크를 쓰고, 한 음식에 여러 명의 수저가 닿지 않도록 하고,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고, 검증되지 않은 괴상한 건강 정보를 믿지 않는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타인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요. …라는 것은, 이제부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테니 서로 좀 더 좋은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소리겠습니다. 그런데 남도 아닌 내 가족이 갑자기 버겁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스스로에게서 찾아봐야겠죠. 여기, 수많은 질문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은 어땠나요? 선생님은 퇴근 후엔 어디서 뭘 하셨습니까? 그리고 그사이, 육아와 가사는 누가 했습니까? 가정은 하나의 조직인데, 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누가 큰 레이아웃을 그리고 작은 디테일을 챙겼습니까? 선생님은 가사 일을 ‘돕는다’고 표현하는데, 집안을 둘러보면 어떤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이 되나요? 혹시 매번 배우자에게 ‘나 뭐 해야 해?’라고 일일이 물어본 건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배우자의 머릿속은 365일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느라 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은 어땠나요? 선생님은 퇴근 후엔 어디서 뭘 하셨습니까? 그리고 그사이, 육아와 가사는 누가 했습니까? 가정은 하나의 조직인데, 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누가 큰 레이아웃을 그리고 작은 디테일을 챙겼습니까? 선생님은 가사 일을 ‘돕는다’고 표현하는데, 집안을 둘러보면 어떤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이 되나요? 혹시 매번 배우자에게 ‘나 뭐 해야 해?’라고 일일이 물어본 건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배우자의 머릿속은 365일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느라 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이들의 신발 사이즈는 각각 몇mm인가요? 키와 몸무게는요? 겨울철 내복은 몇 벌씩 있으며, 혹시 작아져서 새로 사야 하진 않습니까? 예방접종 현황은 어떻습니까? 가장 최근에 한 치과 치료의 내용은요?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계십니까? 선생님의 아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던 때에도 이미 많은 것을 필요로 했고,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야 아이들이 대체 뭘 이렇게 많이 요구하는지 당황스러워하십니까? 그럼 그동안은 누가 아이들의 요구에 일일이 응했습니까?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으시다면, 물색없고 앞뒤 없는 스킨십이 아니라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일을 생색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돕는다’라는 표현은 남의 일에나 쓰는 것 아닙니까?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녀가 없더라도 어차피 선생님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먹고 사니까요. 당연한 일을 하면서 왜 가족에게 생색을 냅니까?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그게 너무 힘들다면, 그동안 묵묵히 그 일을 해온 사람에게 감사해하십시오. 그리고 이 변화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 가정을 가꿔 나가자는 굳건한 의지라는 것을 배우자가 느끼게 하십시오. 믿음과 신뢰, 교과서 같은 재미없는 표현이지만 그게 답입니다.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으시다면, 물색없고 앞뒤 없는 스킨십이 아니라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일을 생색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돕는다’라는 표현은 남의 일에나 쓰는 것 아닙니까?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녀가 없더라도 어차피 선생님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먹고 사니까요. 당연한 일을 하면서 왜 가족에게 생색을 냅니까?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그게 너무 힘들다면, 그동안 묵묵히 그 일을 해온 사람에게 감사해하십시오. 그리고 이 변화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 가정을 가꿔 나가자는 굳건한 의지라는 것을 배우자가 느끼게 하십시오. 믿음과 신뢰, 교과서 같은 재미없는 표현이지만 그게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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