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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걷다

아내와 함께 떠난 여행기

글·사진. 박상현(수원구치소 교사)
TV에서 아름다운 설산을 걷는 트래커들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가 “맞다! 우리 저기 가기로 했었잖아!”라고 아내와 함께 외치고 바로 비행기표를 사버렸습니다. 네팔 히말라야행 티켓입니다. 항공권을 끊은 것으로 트래킹 준비는 90%가 끝난 셈이니 용기와 의지가 충만해집니다.
아내는 6년 전 히말라야 푼힐 코스를 다녀와서 이번에는 더 높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ABC(Annapurna Base Camp, 4130m) 코스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인간이 최초로 정복한 8000m급 고봉인 안나푸르나 1봉를 비롯해 안나푸르나 연봉과 세계 3대 미봉이자 신성한 산이라 하여 등산이 불가한 마차푸차레를 감상할 수 있는 히말라야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코스입니다.
저희는 2019년 11월 3일에 출국해 17일에 돌아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구름 없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를 눈에 담고 왔습니다. 한 주 전에 가신 분들은 구름이 걷히지 않아 설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운도 따라야 하나 봅니다. 네팔 카트만두 공항은 규모가 작지만 대합실 안에 들어서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인들로 가득한 모습에 넋이 나갑니다. 네팔은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여행이 가능한, 관광이 주수입원인 국가입니다. 덕분에 관광객을 상대로 한 범죄는 0에 가깝고 그만큼 법이 엄격합니다. 그만큼 치안이 좋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입니다. 다음날 경비행기로 안나푸르나를 품은 도시, 포카라에 도착해 현지 에이전트와 사전 미팅을 했습니다. 트래킹을 위한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트래킹 중 소재파악 및 보험처리목적)&permit(국립공원 입산 허가증) 발급을 신청하고 나서 트래킹 경로를 함께 정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1월 6일 동이 트기도 전에 첫 목적지인 마큐로 향했습니다. 7일간의 트래킹은 어렵지 않고 매 순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산아래는 여름처럼 덥지만 중턱을 넘어서면 낙엽이 지고 정상이 보일 때쯤엔 눈발이 날렸습니다. 설산의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강물과 곳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끼고 걷다가 잡힐 듯 가까이 있는 설산의 절경에 감동했습니다.
길을 가다 만나는 각지에서 온 트랙커들과 네팔인들과는 ‘Namaste(나마스떼)’라고 인사하면 모두 같은 인사로 밝게 화답합니다. 핸드폰을 끄고 산행을 하는 내내 눈, 머리 그리고 가슴이 맑아짐을 느껴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는 내내 복잡함, 근심, 걱정은 없었습니다.
길을 가다 만나는 각지에서 온 트랙커들과 네팔인들과는 ‘Namaste(나마스떼)’라고 인사하면 모두 같은 인사로 밝게 화답합니다.
코스의 난도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산행과 큰 차이가 없지만 고산병은 주의해야 합니다. 3000m 이상에 도달하면 하루에 고도 300~500m 이상 오르면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소변량이 늘고, 수면 중 자주 깨며, 숨이 가빠지다 심하면 탈수증과 무기력감, 현기증, 불면증이 나타납니다. 특히 가슴이 뻑뻑해서 기침이 나고 구토증세와 함께 기력 없이 언어 구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바로 하산해야 합니다. 더 오르다간 뇌부종과 폐수종 등으로 번져 심각한 상황으로 구조용 헬기가 출동하는 경우가 생길 테니 말이죠. 하지만 산행 중 뛰거나 경쟁심에 속도를 내지만 않는다면 히말라야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무려 두 명의 한국 산악인 추모비가 있는데요. 하나는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8000m고봉 14좌+7대륙 최고봉+북극점+남극점+에베레스트)를 달성하고 안나푸르나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박영석 대장의 것, 다른 하나는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장으로 그 정상을 밟고 이후 안나푸르나 등반에서 엄홍길 대장과 정상을 찍고 내려오다 실종된 지현옥 대장의 것입니다. 비석을 바라보니 눈물이 나더군요.
교정직 공무원들의 인상이 어둡고 무뚝뚝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수용자들을 매일 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영향을 받게 되는 모양입니다. 혹시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 저는 그런 경험을 겪고 수면장애까지 와서 한동안 쉰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저를 생각해서 아내가 이곳으로 저를 인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곳에 와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산장에서 침낭을 덮고 자다가 잠이오지 않아 아내와 함께 새벽에 나갔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에 쏟아질 듯한 헤아릴 수 없는 별과 LED같이 밝은 보름달, 구름이 완전히 걷힌 설산을 마주하고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내와 저는 그 밤을 꼬박 새우고 일출까지 다 보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잤습니다.
제가 회사에 들어와 2주간 휴가를 내고 여행을 해본 건 처음입니다. 오랜만에 일터에 돌아와보니 지치고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이 보여 얘기해줍니다. “티켓을 먼저 사세요. 그리고 그날 무조건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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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짧은 설명을 correct2015@naver.com, yjw1219@korea.kr로 보내시면 다음 호에 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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