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정직 공무원이 되어 낯선 지방에 발령받은지 n년차 된, 30대 중반 남성 독자입니다.몇 년간 노력 끝에 근무지역에도 적응하고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안정적인 관계에 욕심이 납니다. 저와 잘 맞는 이성을 만나고 가족을 꾸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회사 위치나 지역 특성상 이성을 만나기 어려워 답답합니다. 만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닌데, 주위 사람들은 노력을 해봐라, 외모나 스타일 관리를 해보면 어떠냐, 같은 말씀만 하셔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간혹 소개를 받더라도 물리적 거리 때문에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런 고민이 계속되어서인지 요즘은 일상이 지루하기만 하네요. 마음이라도 편히 가질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From. 심심한 O교사
심심한 O교사 님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보내주신 이야기를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다양한 일을 하는 프리랜서인데, 여행작가로도 활동합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 칼럼을 쓰고,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고, 강연하는 등 여행 경험에서 우려먹을 것은 모조리 우려먹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알차고 꼼꼼하게 여행해야 할 텐데, 이게 항상 딜레마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이글이글한 마음으로 가는 여행은 빡빡한 출장이나 다름없어져, 정말이지 재미없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콘텐츠 역시 지루하고요. 그래서, 여행지에선 마음을 최대한 내려놓습니다. 넓은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고, 이 시간이 어떻게 저를 관통해서 빠져나가는지 느끼려 합니다. 그러면 어느새 제 여행에서 서사가 만들어집니다. 저만의 서사가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이 반응합니다.
저는 다양한 일을 하는 프리랜서인데, 여행작가로도 활동합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 칼럼을 쓰고,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고, 강연하는 등 여행 경험에서 우려먹을 것은 모조리 우려먹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알차고 꼼꼼하게 여행해야 할 텐데, 이게 항상 딜레마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이글이글한 마음으로 가는 여행은 빡빡한 출장이나 다름없어져, 정말이지 재미없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콘텐츠 역시 지루하고요. 그래서, 여행지에선 마음을 최대한 내려놓습니다. 넓은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고, 이 시간이 어떻게 저를 관통해서 빠져나가는지 느끼려 합니다. 그러면 어느새 제 여행에서 서사가 만들어집니다. 저만의 서사가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이 반응합니다.
고민에 대한 답변 대신 뜬금없이 웬 여행 이야기냐고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난! 반드시! 이성을 만나서 사귀겠어!’의 자세를 취한 사람은 어떻게든 티가 나고 절박해 보이는데, 그럼 매력이 뚝 떨어집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유난히 이글이글 절박한 출연자가 있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대신 준비해 온 멘트를 던질 틈을 노리느라 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에요. 시청자가 모를 거라 생각하겠지만, 딱 보면 티가 납니다. 부담스럽고 재미없죠.
낯선 근무지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선생님은 분명히 꽤 괜찮은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동료 외의 사람과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나요? 이성 말고, 사람요. SNS나 블로그 운영, 동호회 모임을 하나요? 온라인의 다양한 소모임을 예로 든다면, 보통은 하나의 큰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였으니 그에 대해 글을 올리고 댓글도 주고받겠죠. 그렇게 모임 안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다가,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질 겁니다. 만나서도, 급할 거 있나요.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는 거죠. 그런데, 같은 자리라도 이성을 만나겠다는 목적을 품고서 나가면 역시 티가 납니다. ‘난! 여자를! 찾으러 왔어!’인 사람은 환영받기 어려워요. 선이나 소개팅 자리가 아니고서야, 말이 잘 통하는 편안한 사람이냐가 그의 성별보다 우선하니까요.
괜찮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가 이성이라면 슬슬 체크해봅니다. 우리는 30분 정도는 사심 없이(혹은 사심 있는 티 내지 않고)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날씨 이야기든, 지난주에 개봉한 영화 이야기든, 뭐든지요. 최근에 이성과 나눈 카톡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그와 나는 탁구 치듯 핑퐁핑퐁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혹은 한쪽의 일방적인 대화였는지 복기해 보는 거죠.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연스레 친해졌는지, 아니면 소소한 대화에 집중하는 대신 ‘그래서 우리 언제 어디서 만날까요?’에만 신경 썼는지 말이에요.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즐기며 걷는 사람과, 최단 거리를 검색해 냅다 달려가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한편, 보내주신 이야기에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외모와 스타일 관리를 권했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반복된다면 정말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이성을 만나고 싶은가요? 괜찮은 사람, 매력 있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보통은, 괜찮고 매력 있으며 대화를 자연스레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이성을 만납니다. 그러니, 나를 먼저 정비해야 합니다. 이성뿐 아니라 사람 전반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요. 파이팅입니다.
낯선 근무지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선생님은 분명히 꽤 괜찮은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동료 외의 사람과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나요? 이성 말고, 사람요. SNS나 블로그 운영, 동호회 모임을 하나요? 온라인의 다양한 소모임을 예로 든다면, 보통은 하나의 큰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였으니 그에 대해 글을 올리고 댓글도 주고받겠죠. 그렇게 모임 안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다가,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질 겁니다. 만나서도, 급할 거 있나요.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는 거죠. 그런데, 같은 자리라도 이성을 만나겠다는 목적을 품고서 나가면 역시 티가 납니다. ‘난! 여자를! 찾으러 왔어!’인 사람은 환영받기 어려워요. 선이나 소개팅 자리가 아니고서야, 말이 잘 통하는 편안한 사람이냐가 그의 성별보다 우선하니까요.
괜찮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가 이성이라면 슬슬 체크해봅니다. 우리는 30분 정도는 사심 없이(혹은 사심 있는 티 내지 않고)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날씨 이야기든, 지난주에 개봉한 영화 이야기든, 뭐든지요. 최근에 이성과 나눈 카톡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그와 나는 탁구 치듯 핑퐁핑퐁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혹은 한쪽의 일방적인 대화였는지 복기해 보는 거죠.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연스레 친해졌는지, 아니면 소소한 대화에 집중하는 대신 ‘그래서 우리 언제 어디서 만날까요?’에만 신경 썼는지 말이에요.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즐기며 걷는 사람과, 최단 거리를 검색해 냅다 달려가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한편, 보내주신 이야기에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외모와 스타일 관리를 권했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반복된다면 정말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이성을 만나고 싶은가요? 괜찮은 사람, 매력 있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보통은, 괜찮고 매력 있으며 대화를 자연스레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이성을 만납니다. 그러니, 나를 먼저 정비해야 합니다. 이성뿐 아니라 사람 전반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요. 파이팅입니다.
참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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