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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부산교도소는 처음이지?
국가근로장학생, 부산교도소 새내기 직원되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 지난 7월 1일, 9명의 대학생이 부산교도소에 출근했다. 부산교도소가
한국장학재단에서 선발한 국가근로장학생을 지원받아 다양한 근로체험 및 자기역량 개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안정적인 수용관리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교정기관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본연의 업무 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낸 아이디어다.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부산교도소의 두 달을 기록했다.
글. 양지예

장학금과 직업체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2020년 한 해는 유난히 재해가 많은 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에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수해까지 덮치면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정본부는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위해 본연의 업무 외에 국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한 끝에 국가근로장학금 제도를 활용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국가근로장학금 제도란, 국가근로장학금을 신청한 대학생이 공공기관 또는 기업 등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운영되는 제도다. 이에 9명의 국가근로장학생이 지난 7월 1일부터 두 달간 부산교도소의 공식적인 새내기 직원이 됐다.
“교도소라는 이미지 때문에 첫 출근은 긴장과 걱정이 앞섰는데요.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평소 쉽게 알 수 없었던 교도관이라는 직업체험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두 달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번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첫 출근부터 의욕에 가득 차 포부를 밝혔다. 정식 교도관이 아니기 때문에 수용자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은 할 수 없지만, 정해진 기한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력이 없어 미뤄왔던 업무, 늘 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부담을 느꼈던 업무에 새로운 젊은 피가 수혈됐다. 정문 밖 총무과에 여학생 5명을 배정했고, 남학생들은 업무 분량에 따라 사회복귀과에 2명, 직업훈련과와 의료과에 각각 1명씩 배치했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새내기 직원들의 업무가 시작됐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국가근로장학생!

부산교도소 총무과 직원이 된 정혜정, 송민경, 유예지, 노예진, 김보은 학생에게 맡겨진 업무는 수용기록부 이관 준비 작업! 구속영장, 판결문, 형집행지휘서, 노역장유치집행지휘서, 분류심사표 등을 순서에 따라 첨부하고 나머지 불필요한 서류를 제거하는 일이다. 음지에 묵혀둔 몇 년 치 수용기록부를 양지로 끄집어내는 것으로 시작된 업무는 책받침처럼 얇은 수용기록부와 백과사전에 견줄 만한 엄청난 두께의 수용기록부를 넘나들며 두달간 계속됐다. 이렇게 정리한 수용기록부는 수용자의 신병 확보와 형 집행에 관련된 필수 서류를 첨부해 훗날 국가기록원에 보존하게 된다.
“다양한 수용기록을 정리하면서 수용자들이 출소 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노력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수용자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아요. 부산교도소에서의 근무를 통해 교도소가 단순한 형벌 집행의 공간이 아니라 수용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큰 역할을 하는 곳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교정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번 근로경험을 통해 새롭게 바뀔 수 있었습니다.
한편 사회복귀과에 배정된 최정민, 최문봉 학생은 부산교도소 도서관에 소장된 1만여 권의 도서 정비와 하루 평균 500통 남짓 수신되는 서신 분류 작업을 맡았다. 학생들은 낡고 훼손됐거나 세월이 흘러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도서와 2권 이상 중복된 도서를 선별하고 사회복귀과 내에서도 악명 높은 업무인 수천 통의 서신을 빠른 손놀림으로 분류하며 사회복귀과 업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울러 직업훈련과에 배치된 김경민 학생은 부산교도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5개 작업장의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항공·기계설계학과인 김경민 학생은 전공을 살려 철 관련 제품을 제작하는 작업장부터 수용자용 의류 생산 작업장까지 수백 종의 작업재료와 부품 입출고 내역을 정리하고 교도작업 운영 전반에 관한 사무 지원까지 하며 일당백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의료과에서 근무하게 된 조영조 학생은 국가지급 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맡았다. 하루 투약인원 800여 명, 개별봉지 기준 약 1,500봉지의 약이 단 하루 만에 소비되는 부산교도소 의료과에서 투약 관련 업무는 손이 빨라야 하는 극한 작업이다. 조영조 학생은 업무 시작 2주만에 능숙해진 솜씨로 투약 관련 작업이 업무의 절반이라는 의료과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근로 첫날부터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맞아주신 직원분들께 무척 감사드립니다. 두 달간 근무하면서 교도소와 교도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근무하면서 들었던 경험담과 조언이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산교도소 직원들은 근로기간을 마무리하면서 두 달간 함께한 학생들을 위해 구내 참관 및 환송행사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재확산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표창장과 작은 선물로 송별행사를 대신했다. 뜨거운 여름, 열정을 가득 담아 근무했던 부산교도소에서의 경험이 9명의 대학생 친구들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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