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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태도가
일의 의미를 만든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일, 사랑, 놀이가 인간을 행복으로 이끈다고. 이는 오늘날의 심리학자들도 동의하는 바다.
살면서 이 세 가지만 제대로 해도 행복은 어렵지 않게 얻어진다. 사랑이 행복의 필수 요소인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여가생활과 문화 등의 놀이 역시 행복의 필수 요소로 꼽힌 지 오래되었다. 다만 일을 통한 행복은 등한시되어왔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여기고 ‘행복’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 이정미(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심리학이 나를 안아주었다> 저자)
일에 대한 태도의 발달 수준은 경제활동을 하는 현대인들의
행복과 안녕을 예언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사랑과 놀이는 그 자체로 즐겁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므로 자연스레 행복과 연결된다. 반면 일은 그 자체로 즐겁다기보다는 일을 해서 얻은 돈으로 사랑과 놀이의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일을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뿐 그 자체로 행복과 직결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과연 일은 성공과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일까? 일은 사랑과 놀이처럼 행복과 밀접한 관계일 수는 없을까? 사랑하고 놀이하면서 행복하듯, 일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을까?
K는 공항에서 계약직 안전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루 3교대로 주마다 돌아가며 순환 근무를 해야 하는데, 휴일도 없는 근무가 버거워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언제든 때가 되면 이 일을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는 중이다. 반면 그의 직장동료 L은 어려서부터 매일 공항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부터 공항에서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게 꿈이었다. 빡빡한 스케줄에 힘든 근무환경은 K와 똑같았지만, L에게 지금의 일은 신나고 보람찬 일이며,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는 정규직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다.
K와 L은 같은 직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일에 대한 태도는 사뭇 다르다. K에게 일은 단지 먹고살기 위한 수단일 뿐 자기 자신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반면 L에게 일은 자신의 능력과 강점을 발휘하여 성취감을 느낄 뿐 아니라 일이 곧 자기개발로 연결되는 ‘커리어’로서 생계를 위한 수단 이상의 것이다. 당연히 근무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 상황에서의 대처나 근무태도,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반응에서도 두 사람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직장 내 평가 역시 두 사람은 엇갈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일에 대한 태도의 발달 수준은 경제활동을 하는 현대인들의 행복과 안녕을 예언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일을 한다면 아직 발달이 덜 된 단계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면 어느 정도 발달을 이루어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이 그 자체로 기쁨이고 만족이며, 삶의 목적이자 자기실현, 그리고 삶의 가치와 연결된다면, 당신의 일은 당신의 ‘소명(Calling)’이라 부를 만하며, 높은 수준의 발달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
지금 하는 일이 당신의 삶의 목적과 가치, 그리고 자기실현과 연결된다면 이미 당신은 일에서 의미를 찾아가고 있으므로 심리적으로 안녕한 상태, 즉 행복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일을 통한 의미 추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진정한 행복에 이를 것이다.
만약 L처럼 일을 통해 당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강점을 발휘하는 중이라면, 그 또한 반갑다. 그렇게 일과 당신 자신을 연결 짓고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할수록 당신은 점차 성장할 것이고, 꾸준한 노력으로 그렇게 차츰 자기실현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 당신이 K와 같이 단지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해도 괜찮다. 아직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능력을 키울 기회도 충분히 얻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다.
누구나 생애 중 어느 한때 자기 능력에 딱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생계를 위해 시작하게 되는 일이 있다. 그 시절에 쉽게 좌절하지 말고 견디며 자기 능력을 키워가다 보면, 기회가 오고 커리어를 쌓게 되는 단계로 성장하게 된다.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주어진 자리에서 성실하게 버티다 보면, 반드시 쓰임을 받는 때가 오게 될 것이다. 직업인으로서 일꾼으로서 이 사회에서 한 자리를 담당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시련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며 때로는 천둥이 치고 우박과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련 속에서도 꽃을 피워야 하는 생명이다. 자연에 던져진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이러한 시련을 견뎌야 비로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세상은 혹독하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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