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 근무 스케줄이 걸렸습니다. 교대근무를 해야 하니 순서에 따라 명절에 일할 수도 있고 쉴 수도 있죠. 물론 저처럼 명절에 쉬지 못하고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게 생각보다 아쉽고 서운함이 크네요. 남들 쉬는 시기에 같이 쉬고 싶다는 욕심도 나고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날 수 없거든요. 평소에도 각자 일하며 사는 게 바빠서 모이기가 힘든데 명절에도 저는 참석할 수 없어서 속이 상합니다. 제사상에 절도 올려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 속상한 마음만 자꾸 드는데 어떻게 하지요.
From. 명절이 쓸쓸해요
안녕하세요, ‘명절이 쓸쓸해요’ 님. 반갑습니다.
남들 쉴 때 함께 쉬지 못하는 건 국가 기반시설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일에 따르는 고충이겠습니다. 추석 연휴와 근무 스케줄이 겹쳐서 여러 가지로 속상하시죠. 올해뿐이겠습니까, 아마 교정공무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신 후 모든 명절과 공휴일마다 비슷한 감정을 겪으셨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해봅니다. 이분은 가족과 떨어져 근무지에서 혼자 사는 걸까? 혹은 결혼이나 동거 등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 명절을 맞아 함께 본가의 식구들과 만나기를 기대했을지도 몰라. 혹은 종갓집처럼 어릴 적부터 명절과 차례의 의미가 유난히 큰 가정환경에서 자라났을지도. 그렇다면 추석은 의무와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자리일 테니 남들보다 더 서운할 수 있겠지, 명절 때가 아니면 동향 친구를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야 등등 말이죠.
국민들이 따뜻하고 평온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서 근무하는 모든 분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의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모릅니다. 그런 제가 심지어 선생님의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다 알겠습니까. 그저 이렇게 저렇게 추측하고 가늠해볼 뿐입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위로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대부분 혼자 갑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매번 무사히 집에 돌아왔어요. 생각해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완전히 낯선 세상을 다니면서도 별일 없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처음엔 원래 당연히 그런 것 아니냐고 순진하게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며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의 호의와 수고 덕분에 무사히 돌아온 거였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호의와 수고,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요.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당연한 줄 알았던 일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저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을 생각합니다. 교정공무원,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의료진, 여러 상황의 긴급 출동 요원, 대중교통 운전기사,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사람은 외딴섬에서 완전히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당연한 줄 알았던 일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저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을 생각합니다. 교정공무원,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의료진, 여러 상황의 긴급 출동 요원, 대중교통 운전기사,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사람은 외딴섬에서 완전히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신세지며 살아갑니다. 국민이 따뜻하고 평온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서 근무하는 모든 분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한편, 명절마다 지역 간 이동을 하던 이들도 올해 추석만큼은 피치 못하게 집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고, 문 닫혔으며, 어떤 약속도 쉽게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안부를 나누며 무탈하길 바라야겠습니다. 저 역시 이번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예정인데요, 이참에 집 정리를 제대로 할 생각입니다. 외출 횟수가 줄어드니 제 공간에 대한 애정이 무척 커졌어요. 집이 조금이라도 깨끗하고 쾌적해야 기분도 좋아지더라고요. 현관 앞 신발장을 탈탈 털어 낡은 신발을 싹 정리하고, 냉동실 속 정체불명의 음식도 버릴 겁니다. 제 마음도 함께 다독여주고요. 여전히 무엇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을과 겨울을 산뜻하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추석 연휴, 누군가와 함께든 혼자든 좋은 시간 보내세요.
참여 방법
어떤 사연이든 누군가와 상담하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익명으로 신청해주세요. 신청은 이메일(correct2015@naver.com, yjw1219@korea.kr)로 받습니다. 이름과 개인정보는 기재하지 말고 고민만 작성해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