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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질문하며,
사유와 나란히 걷다

인문학자 김경집

어느 때보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있는 시대다. 사방에서 생존과 안정을 위협하는 이슈들이 쏟아져 나온다.
혼란스럽다고 해서 두 눈을 감고만 있어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깊이 사유하고 통찰하는 힘이 필요하다. 인문학자 김경집이 그 힘을 얻을 길을 알려준다.
글. 김지호 / 사진.송인혁
"평안을 얻으려면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을 책에서 얻는 것이고요."

생각하는 힘을 키울 것

김경집 작가는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을 가르친 인문학자다. 자신과 약속한 ‘25년간 배우고 25년 가르치고 25년은 글을 쓰고 살겠다’는 다짐대로 지금은 학교를 떠나 저술활동을 하면서 강연하거나 방송에 출연해 그가 가진 통찰력을 대중과 나누고 있다. 2017년 출간한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골든타임>은 문재인정부 국민인수위원회가 선정한 책으로 ‘대통령의 서재’에 꽂혔다. 한국일보에서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를 연재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고전에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한 <고전에 묻다>를 출간했다.
<고전에 묻다>는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에 ‘고전 새롭게 읽기’라는 제목으로 6년간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낸 세 번째 책이다. 앞서 펴낸 <고전, 어떻게 읽을까?>, <다시 읽은 고전>에서는 고전을 비틀어 보는 방식과 같은 책을 시간차를 두고 읽으며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책을 해석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뤘다. 이번 책에서는 고전을 새로운 이성과 감각으로 접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자가 의도한 대로만 책을 읽지 말고 다각도로 생각하는 연습을 거듭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통찰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방법이고 고전은 그러한 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콘텐츠다. 고전으로 선정한 책은 <논어>부터 <전태일 평전>, <군주론>, <그리스 로마 에세이> 등 세계와 시대를 넘나든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교정인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데도 분명 유용한 책들의 목록일 것이다.
요즘 그는 고전에서 나아가 과학 서적을 읽고 있다. “과학책을 읽는 건 사유를 분명하게 하고 논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연습하게 하는 것과 같아요.”
과학의 시대에 과학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미래적 사유를 도출할 때 사회학이 중심이 됐어요. 이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다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죠. 교정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추천 도서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를 꼽았다. 자연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의 넓은 과학적 지식을 튼튼하게 하는 책들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
“삶은 발 딛고 있는 땅 위에서 이어지지만 사유는 우주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해요. 돈으로 ‘편안함’을 살 수 있어도 ‘평안’은 살 수 없잖아요. 평안을 얻으려면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을 책에서 얻는 것이고요. 교정인이 건강하고 깊이 있는 내면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될 겁니다.”
그는 어떤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느껴 지식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해당 분야의 책 10권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한다. 통찰력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출발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세 권을 읽는 동안은 개념도 용어도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섯 권 정도 읽으면 점차 내용이 보인다. “열 권을 다 읽고 나면 전문가 어깨 정도까진 왔다고 할 수 있죠. 안목이 생기는 겁니다.”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자세와 병행할 것은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기성세대로서 책임감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함이다. 반성이야 말로 통찰력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법이다.
  • CBS의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 중인 모습.

통찰력을 위한 훈련들

김경집 작가는 <고전에 묻다> 중 ‘소인의 눈으로 다시 읽다’를 통해 공자의 <논어>를 재해석했다. “공자는 군주를 비롯한 지배계층의 도덕정치를 강조하며 이와 대비되는 계층으로 ‘소인’이라는 개념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군자는 ‘임금 군(君)’을 사용하는, 사회지도층을 이르는 말이고 소인은 소인배가 아닌 평범한 백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논어>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은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이 ‘군자’를 도덕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격체로 여기며 그런 수준에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지레 거리감을 느낀다. 관념적으로만 이해한 결과다. 군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지 사회지도층으로서 미칠 영향력을 고려할 줄 알고 시민에게 모범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되,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도덕성과 인격성 덕분이다. 개개인의 이런 인식이 모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결정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교정인 개개인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지도층이라면 당연히 타인에게 상처나 손해 주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되지만 현실에서는 잘못된 사례를 많이 봅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도의적 책임을 비껴가는 경우도 많죠. 인간 사회에서는 법 준수 위에 도덕성과 인격성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논어>를 제대로 읽고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수용자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교정공무원들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개인의 이런 인식이 모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결정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교정인 개개인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사유의 한계는 끝이 없다

코로나19로 예전과 다른 일상을 맞게 되면서 김경집 작가는 외부 활동을 멈추고 책을 쓰는 데 몰두하고 있다. Insight(통찰), Inspiration(영감) 등 알파벳 I로 시작하는 7개 단어를 주제로 콘텐츠의 탄생과 유행을 다룬 책이다. 매시간 발전하는 기술은 잠시 옆으로 밀어놓고, 우리의 인식과 사유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구상하며 작업해온 책도 있다. 1960년대의 세계사를 한 권의 책에 담는 프로젝트다. “인류 역사 전체를 보면 1960년대에 세계적인 이슈들이 화산이 폭발하듯 튀어나왔어요. 반전, 히피 문화, 인종 차별에 대한 인권 운동, 여성 해방, 중국의 문화혁명 등등 무수하죠.”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역사에서 통찰력을 얻으려면 과거를 현재에 비춰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정인들도 자신만의 역사를 짚어보고 통찰력을 발휘해보세요. 삶과 교정인으로서 역할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숙한 교정공무원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책을 읽고 정보를 모아 생각의 가지를 뻗어가다 보면 종사하고 있는 업무가 다르더라도 어느 순간 교차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매일 같은 생활 속에서 제자리걸음하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려면 부딪히고 거쳐야 할 일들이다. 이는 개인의 발전일 뿐만 아니라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작용도 이끌어올 수 있다. 통찰력 있는 인간의 모습이란 이와 비슷할 것이다.
김경집 작가는 저서 <나이듦의 즐거움>에서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心力)’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노안이 서글프다가도 나이를 먹은 만큼 얻은 것도 있음을 깨달았고 그것은 곧 마음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중년을 앞둔, 중년을 지나고 있는 교정인들도 각자의 통찰력을 통해 살면서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면, 인터뷰에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자. 많은 영감과 통찰의 노하우를 더불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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