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교정

유산슬

부캐는 다음 혹은 둘째를 의미하는 부(副)와 캐릭터를 합쳐서 줄인 말이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 또는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뜻한다. 어떤 사람이 원래 가진 캐릭터가 ‘본(本)캐’라면, 본캐 이외의 다른 캐릭터가 ‘부캐’인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캐릭터로 짜고 치는 다중 인격’인 셈이다. 이 캐릭터가 인기 연예인을 중심으로 ‘부캐’라는 이름으로 재미있게 포장되면서 대중에게 새로운 흥미와 즐거움을 주고 있다.
대중에게 ‘부캐’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은 개그맨 출신 방송인 유재석이다.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 등의 인기곡을 낸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유재석의 대표적인 부캐다. ‘유산슬’은 가장 잘 알려진 부캐이자 크게 성공한 부캐로 대중의 마음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유산슬은 지난해 진짜 신인 가수처럼 지방 공연까지 다녔고 연말에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 트로피까지 받았다. 이미 대스타이자 데뷔 30년에 가까운 유재석이 탈 수 없는 것이 신인상이지만, 그의 부캐가 신인 가수 ‘유산슬’이기에 수상이 가능했다. 이후 유재석은 천재 드러머 ‘유고스타’, 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 ‘라섹’, 치킨 열풍을 일으킨 ‘닭터유’까지 김태호 PD와 콤비를 이루며 다양한 부캐를 만들어냈다. 최근에 와서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는 ‘유두래곤’이다. 린다G(이효리)와 비룡(비)과 함께 혼성그룹 ‘싹쓰리’를 결성했는데 커버곡 ‘여름 안에서’,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큰 인기를 끌며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대중에게 ‘부캐’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은 개그맨 출신 방송인 유재석이다.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 등의 인기곡을 낸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유재석의 대표적인 부캐다.

김다비 데뷔 앨범
'주라주라’

1.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등 대세된 ‘부캐’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김신영과 빼닮은 중년 여성이 나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봤다. 이름이 ‘다비 이모’란다. 한껏 부풀린 머리 스타일과 반테 안경, 레이스 장갑으로 치장했는데, 얼굴이 낯설지 않다. 처음엔 김신영의 진짜 이모인가? 아니면 김신영과 많이 닮은 트로트 가수인가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그때 봤던 ‘다비 이모’가 김신영의 ‘부캐’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이 ‘부캐’가 제2의 캐릭터라는 뜻을 이해하기도 전부터 ‘부캐’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방송에서 김신영은 본래의 자신이 아닌, ‘둘째이모 김다비’로 자주 등장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 태어났다’는 김다비는 77살 잔나비 띠이고, 조카는 김신영이며 특기는 킬힐 신고 약초 캐기다. 새벽에는 수영, 점심엔 에어로빅, 심야 테니스를 하며 체력을 다진다고 소개한다. ‘김신영의 둘째 이모’라고 우기는 김다비는 김신영의 ‘부캐’다. 부캐 김다비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노래 ‘주라주라’는 유튜브 조회수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김다비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첫선을 보였고 이후 독특한 캐릭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이다.

2. 뜻밖의 캐릭터로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

‘부캐’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스타들이 자신의 원래 캐릭터 외에 ‘부캐’를 하나 더 장착하고, 이 부캐 역시 새롭게 인기를 끌면서 ‘부캐’가 하나의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자신의 본래 캐릭터는 숨기고 엉뚱하고도 발랄한 제2의 캐릭터가 대중에게는 ‘본캐’를 까맣게 잊게 할 정도로 새롭고 흥미롭다. 거창하게 알리지 않고 어쩌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듯한 부캐. 자신 안에 또 다른 끼와 열정을 부캐로 드러내는 스타와 그 캐릭터를 재미있어하는 대중의 욕구가 부캐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어떤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 그 프로그램에서만 반짝 유행하다가 끝나버려 연예인의 인기도 금세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부캐’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해 무대, SNS 등 다양한 채널에 등장하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동참하고 있다. 자신의 원래 SNS 계정 외에 ‘또 다른 캐릭터’를 동일시해 만든 부계정도 부캐의 일종이다. 아이유는 지난해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연기한 장만월의 SNS를 운영했고, 배우 김혜수도 SBS <하이에나>의 정금자 계정을 운영하면서 대중과 소통하였다.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 캡처

3. 인기 연예인이 만들고, 대중의 호응이 결합된 ‘부캐

김신영의 부캐 김다비의 코믹스러운 분장과 노래에는 부담 없이 누구나 유쾌하게 웃는, B급 유머가 깃들어 있다. 허술한 듯하면서도 코믹한 B급 유머는 부캐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치킨의 맛을 연구하면서 치킨 열풍까지 일으킨 유재석의 부캐 ‘닭터유’도 재미를 넘어 유행까지 선도했다. 앞으로 대중문화계에 또 어떤 부캐가 등장할지, 어떤 부캐가 신선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할지 어쩌면 대중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유재석의 유산슬 이후 새로운 부캐가 속속 나오고 있고 이러한 부캐의 등장을 대중은 신선하면서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살아가는 연예인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새로운 이면을 이끌어내며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캐릭터는 가면(페르소나)을 바꾸듯 다양한 얼굴로 무한히 확장된다.
이제 ‘부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4. 무한한 상상력과 열정의 산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0년 소비 트렌드 10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제시하였다. 멀티 페르소나는 ‘다중적 자아’라는 뜻이다. 페르소나(Persona)는 원래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을 통해 내면 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종종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한 사람의 캐릭터는 가면(페르소나)을 바꾸듯 다양한 얼굴로 무한히 확장된다. 이제 ‘부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부캐’는 무한한 상상력과 열정으로, 과감한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어쩌면 자기도 몰랐던 또 다른 자아를 캐릭터로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이 부캐로 활동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기에 연예인의 부캐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현실의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색다른 즐거움을 누리는 ‘부캐’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