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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경쟁력인 시대

“체력은 국력이다.” 오래전 어느 제약회사의 광고 카피로 시작해 정부의 구호가 되었던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까.
반세기 전과 비교하면 우리의 체격이나 평균 수명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체격은 서양인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체력 면에서는 오히려 갈수록 ‘저질’ 체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운동과는 담을 쌓은 채 온종일 책상에 붙어 ‘깡’으로 버티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체력이 국력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직장인에게 체력은 경쟁력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사망 전에 평균 17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손실이다.
다시 ‘체력이 국력이다’를 외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체격은 ‘고퀄’인데 체력은 갈수록 저질

체력과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운 통계는 1989년부터 시행하는 국민체력실태조사다. 3년에 한 번 하다가 2009년부터는 2년 주기로 한다. 이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수치는 신장의 변화다. 1998년과 2017년 국민체력실태조사 자료를 비교해 서울연구원이 ‘1998년과 2017년 서울 청년들의 체격 및 체력 변화’를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대 초반 남자는 1998년에 비해 평균 신장 1.5cm, 평균 체중 8.9kg 증가한 반면, 20대 후반 남자의 평균 신장은 무려 6.3cm, 평균 체중 11.4kg 증가했다. 특히 20대 후반 남자의 경우 신장 변화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런 추세라면 평균 신장 180cm 시대가 멀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체격에 비례해 체력도 좋아진 것일까? 아쉽게도 오히려 체력은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 섭취는 좋아졌으나 움직임이 줄어든 탓이 크다. 멀쩡한 허우대만 보고 그 사람의 체력을 짐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구호 아래 1971년 우리나라에 체력장이라는 것이 도입되었다. 체력장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제도는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국민의 체력이 전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라마다 일정한 표준을 만들어 체력장 제도를 도입했다. 청소년들의 체력이 좋아져야 미래의 국력도 좋아진다는 논리였을 것이다. 체력이 국력이었던 셈이다. 체력장으로 내몰린 학생들은 철봉에 매달려 안간힘을 써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체력장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체격 및 체력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체력장은 1994년(대입 기준, 고입은 1997년)에 폐지되었다. 철봉에 매달리던 학생들은 너나없이 공부에 매달려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빠지면서 체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의학의 발달 등으로 평균 수명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2.7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7년)보다 2년 더 길다. 우리나라 사람은 현재 세계최상위권의 수명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100세 시대가 행복할까.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사망 전에 평균 17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손실이다. 다시 ‘체력이 국력이다’를 외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어야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런데 인생을 좀 살아 본 사람들은 안다. 이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는 사실을. ‘사지 멀쩡한 놈이 왜 저 모양이야’라며 혀를 끌끌 차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이 말은 원래의 취지가 와전되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의 출처는 로마시대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라는 인물이다. 2세기 초, 로마는 지중해를 통째로 삼킬 기세로 막강한 힘을 자랑할 때였다. 로마 시민들도 외부의 적수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힘을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만심에 빠진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에 푹 젖어들고 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검투 경기가 열렸기 때문에 검투사가 인기 직종이었다. 유베날리스는 검투사들의 신체 단련 열풍이 못마땅했다. 저마다 온몸에 기름을 바르고 칼싸움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풍자시 10편에 이런 글을 남기게 된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면 바람직할 것이다.” 건전한 육체만 만들면 건전한 정신은 자동으로 깃든다는 취지로 쓰이는 요즘의 말과는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시절을 헤프게 소비하고 나면 더욱 ‘명언’으로 다가오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대사활동이나 근력의 저하는 객관적·의학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바꿔야 한다. 그 어렵다는 습관 바꾸기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다.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직장인이 운동으로 심신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사례들을 볼 때 분명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상관 관계는 비례하는 것이 확실하다. 체력이 국력으로까지 발전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체력이 경쟁력인 것만은 확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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