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월호에서 상담해주신 내용을 보고 정반대 상황인 저의 고민을 보내봅니다. 저는 근무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긴 교정공무원입니다. 여러 지역의 교정시설에서 각 과를 돌아가며 웬만한 업무는 다 해봤습니다. 근무할 때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일하지만 젊은 신규 직원일 때만큼 열정에 차 있다는 느낌은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요즘 말로 ‘고인물’이 된 것 같다고 할까요? 근무를 처음 시작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이었는데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요령도 없던 그 때보다야 지금처럼 숙련된 것이 물론 좋습니다만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닌가 합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 생활에 안주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때때로 속상하기도 합니다. 그때의 열정적인 마음가짐을 되찾을 방법이 있을까요?
From. 한때는 열정맨
한때는 열정맨 님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교정공무원으로 근무하셨다니, 현재 중간관리직급에 해당하는 경력을 쌓으셨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동안 일을 배우고 조직에 적응하느라 바쁘고 숨찬 시간을 보내셨겠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때보단 느긋하게 주위를 돌아보고 둘러볼 여유가 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이 느긋함과 여유를 두고 ‘고인 물’, ‘매너리즘’이라 표현하시니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조직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선생님의 고민을 읽으며, ‘이분은 지금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별로 티 내지 않고하고 있겠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고인 물은 여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어지간한일에 쉽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습니다. 하이고 또냐,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다 겪어봤다고, 라고 쯧쯧거리며 문제를 해결합니다. 겉으론 잔잔해 보이지만 실은 머릿속 CPU가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큰 그림을 보며 레이아웃을 잡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꼬여버린 일정을 하나씩 풀고, 쌓인 일을 착착 나누어 주위에 뿌립니다. 덕분에 일이 돌아가고 조직이 굴러갑니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면 좀 곤란합니다. 오히려 일희일비하는 조직원을 다독이고 독려해야 할 위치입니다. 만약 경력 십수 년 차인 선생님이 매일같이 뜨거운 열정에 불타며 심장이 마구 두근거린다면, 다음번 건강검진 때 혹시 부정맥이나 고혈압은 아닌지 체크하셔야 할 겁니다.
40대 중반의 저는 가끔 옛날이 그립지만, 그렇다고 정말 돌아가고 싶진 않습니다. 의욕이 넘치고 체력도 넘치던 과거의 제가 탐나긴 하지만요. 저는 맨땅에 실컷 헤딩하며 2, 30대를 보냈습니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삽질했고, 열심히 깨졌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요령이 생겼고, 굳은살과 맷집도 얻었습니다. 요령 덕분에 시간 낭비가 줄었고, 시야는 넓어졌습니다.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굳은살과 맷집은 저를 보호해주고, 크고 작은 아픔 앞에서 무디게 해줍니다. 때론 무뎌져서 아쉽기도 합니다. 저 역시 가끔 쓰는 ‘매너리즘’과 ‘고인 물’이란 자조적인 표현은 이런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역시 저는 할 만큼 했습니다. 그러니 과거를 떠올리는 건 짧게 끝내고, 오늘과 내일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동안 배운 걸 나눌 때입니다. 과거의 저나 선생님처럼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열정적인 후배에게, 이왕 헤딩할거면 어떻게 박아야 조금 덜 아픈지 알려줄 때죠. 저와 선생님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형태가 바뀐 것이고, 발화점이 달라진 것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순간 다른 지점에서 다른 온도로 타오를 것입니다.
서로의 자리에서 함께 힘내요.
40대 중반의 저는 가끔 옛날이 그립지만, 그렇다고 정말 돌아가고 싶진 않습니다. 의욕이 넘치고 체력도 넘치던 과거의 제가 탐나긴 하지만요. 저는 맨땅에 실컷 헤딩하며 2, 30대를 보냈습니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삽질했고, 열심히 깨졌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요령이 생겼고, 굳은살과 맷집도 얻었습니다. 요령 덕분에 시간 낭비가 줄었고, 시야는 넓어졌습니다.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굳은살과 맷집은 저를 보호해주고, 크고 작은 아픔 앞에서 무디게 해줍니다. 때론 무뎌져서 아쉽기도 합니다. 저 역시 가끔 쓰는 ‘매너리즘’과 ‘고인 물’이란 자조적인 표현은 이런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역시 저는 할 만큼 했습니다. 그러니 과거를 떠올리는 건 짧게 끝내고, 오늘과 내일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동안 배운 걸 나눌 때입니다. 과거의 저나 선생님처럼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열정적인 후배에게, 이왕 헤딩할거면 어떻게 박아야 조금 덜 아픈지 알려줄 때죠. 저와 선생님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형태가 바뀐 것이고, 발화점이 달라진 것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순간 다른 지점에서 다른 온도로 타오를 것입니다.
서로의 자리에서 함께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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