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Mnet
제복 입은 교정공무원들이 방송 무대에서 각자의 악기를 잡았다. 곧이어 ‘젊은 그대’의 흥겨운 리듬이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지난 4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10’에 출연한 교정공무원 4명은 제복 안에 숨은 색다른 끼와 열정을 시청자들에게 마음껏 선보였다.
여러 가지 단서로 출연자가 노래 실력자인지 음치인지를 가리는 Mnet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 10(이하 너목보)’에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교정공무원들이 출연했다. 부산구치소 김규린 교감, 대구교도소 조명환 교위, 여주교도소 정명교 교감과 이상준 교위가 그 주인공. 4월 19일 오후 7시에 방영된 너목보 제5회에서 네 교정공무원은 ‘젊은 그대’를 성공적으로 합주해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정명교 교감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남모를 해프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리허설 과정에서는 드럼 세팅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요. 웬일인지 본 녹화 때에는 드럼에 연결돼 있던 체인이 풀려 있어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였기에 끝까지 무대를 해낼 수 있었고, 우리의 방송 출연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네 사람의 섭외 과정은 상당히 급박하게 이뤄졌다. 지인 방송작가를 통해 교정공무원 출연 제의를 받은 법무연수원 김낙현 교감은 곧바로 전국교도관음악동호회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조명환 교위에게 출연진을 모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후 조명환 교위는 김규린 교감에게, 김규린 교감은 정명교 교감에게, 정명교 교감은 이상준 교위에게 연락해 출연 승낙을 받았다. 이른바 ‘너목보 밴드’가 결성된 순간이었다.
이후 출연을 확정 지은 멤버들은 ‘젊은 그대’를 연주곡으로 선정한 뒤 각자의 자리에서 일주일간 개인 연습에 돌입했다. 네 명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보니 따로 모여서 합주 연습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 조명환 교위와 이상준 교위는 한목소리로 “순탄치 않은 연습 과정이었지만 즐거웠다”며 말을 이었다.
“녹화 전날 저녁 방송사에서 잡아 준 합주실에서 3시간 정도 합을 맞췄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여러 부분이 맞지 않았지만, 음악 하는 교정공무원이라는 공통점 덕분인지 어느 순간 손발이 척척 맞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밖에서 진한 동료애를 느낀 셈이죠. (웃음)”
음치 보컬로 무대를 함께 꾸밀 더더밴드의 베이시스트 정명성 씨도 합주 연습에 동참했는데, 서글서글한 성격과 남다른 친화력으로 빠르게 너목보 밴드에 녹아들었다. 전문 베이시스트의 합류는 베이스 기타 연주를 맡은 김규린 교감에게 상당한 도움이 됐다.
“베이스 기타를 연주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배운 적은 없어서 연습 때 상당히 힘들었는데요. 명성 씨가 초보 베이시스트를 위한 운지법과 주법 등을 틈틈이 전수해 준 덕분에 더 자신감 있게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최종 단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번 너목보 출연은 여러모로 정명성 씨에게 매우 뜻깊었다. 1997년부터 한결같이 모던락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소속 팀 더더밴드를 보다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며, 개인적으로도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던 일은 이번 촬영을 통해 교정공무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에 대해 제대로 다룬 미디어와 방송이 흔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저도 교정공무원분들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구치소에서 교정공무원으로 분장해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너목보에 출연한 분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어려운 가운데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번에 너목보를 보신 많은 시청자도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 거라고 봅니다.”
잠시나마 교정공무원 역할을 했던 정명성 씨는 기회가 닿는 대로 교정공무원의 진짜 모습을 꾸준히 알려 나갈 생각이다. 한편 생애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방송 출연을 무사히 마친 4명의 교정공무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 활동을 열심히 하는 동시에, 음악을 통한 교정교화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부산구치소 교감 김규린
방송 출연은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요. 너목보를 통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교정공무원의 참모습을 널리 알리려면 이런 전국 단위의 홍보와 더불어 각 지역 단위의 홍보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음악을 통해 지역사회에 교정공무원의 다양한 활동을 알리는 데 힘쓰겠습니다.
여주교도소 교감 정명교
방송 출연을 앞두고 상당히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본 녹화에서 드럼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그야말로 머리가 새하얘졌는데요. 앞에서 잘 이끌어 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녹화가 중단됐을지도 모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평생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 준 너목보 밴드 멤버들과 정명성 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주교도소 교위 이상준
사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색다른 경험이 되겠다 싶어 별 뜻 없이 수락했고, 녹화에 임했는데요. 방송의 힘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 1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까지 전화가 오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한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대구교도소 교위 조명환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의 참모습이 소개되다 보니 사회적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우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요. 본업 이외에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교정공무원의 모습을 많은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더더밴드 베이시스트 정명성
이번에 교정공무원 역할을 하면서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에 대해 한결 깊이 알 수 있었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정한 법 집행과 수용자 교정교화라는 막중한 두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계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모든 교정공무원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니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