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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May + Vol. 56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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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보라미와 보드미,

그리고 수용자의 안전에 관한 단상(斷想)

허경미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교정시설 속 일상의 안전

교정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정공무원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쉽게 보라미와 보드미를 소개하는 게시판을 발견했다. 그대로 인용해 보려 한다. 캐릭터의 의미를 제대로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남성 캐릭터 보라미는 수용자 교정교화를 직장 생활의 보람으로 삼고 헌신·노력하고 있는 교정공무원의 이미지를, 그리고 여성 캐릭터 보드미는 ‘보듬다’에서 따온 이름으로 수용자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보듬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새 출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정공무원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한 교정공무원 62명 중 24명이 자살했고, 교정공무원이 수용자로부터 고소나 고발당한 경우는 4,535건에 9,413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소당한 경우는 4명(0.04%)에 그쳤다. 또한 교정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016년, 2018년 및 2020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대상자의 38.2%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자료들은 교정공무원이 매우 안전하지 못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존중감을 찾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짐작하게 한다.
한편으론 수용자의 안전도 그다지 형편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5년간 수용 인원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자 자살 및 자살 미수가 46건에서 142건으로 3배나 늘었고, 수용자 간 폭행도 455건에서 598건으로 1.3배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교정시설에 있는 교정공무원과 수용자 모두가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라미와 보드미가 사랑으로 수용자를 살펴 새사람으로 세상에 나갈 수 있게 돕는다는 캐릭터의 메시지가 실천되기 어려운 여건인 것이다. 교정당국으로서는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몇 가지 필자의 의견을 전해보고자 한다.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교정행정

가장 시급한 것은 교정공무원이 수용자로부터 고소나 고발 등을 당할 경우 교정공무원이 직무상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법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령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
경찰의 경우 2021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해 소송지원(제11조의4) 규정을 신설했다. 주요 내용은 ‘경찰관이 경찰직무 수행으로 인해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된 소송을 수행할 경우 변호인 선임 등 소송 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적법한 경찰직무 수행상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 부담을 덜어주고 적극적인 직무수행 동기를 부여한다. 동시에 경찰 조직이 부당한 외부 압력에 대해 공동 대응함으로써 경찰공무원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
2022년 교정통계연보상 2021년을 기준으로 교정공무원은 15,495명이다. 지난 5년간 9,413명이 고소·고발당했다면 약 61%가 형사사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10명 중 6명이 경찰서와 검찰청을 드나들며 직무수행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중 기소 처리는 단 4건이었다. 교정공무원의 법률 대리 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명확한 이유를 보여준다.
또 하나 시급한 것은 교도관에게 제대로 된 안전 장구가 지급되었는지, 교정공무원에 대한 정교한 체력단련이나 평가지침이 구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나아가 정신장애와 관련한 상담과 치료 서비스가 갖춰져야 한다. 교정공무원의 38.2%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진단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수용자를 위한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구비되듯이 교정공무원을 위한 접근이 쉬운 관련 서비스 시스템이 제공돼야 한다.
교정공무원 못지않게 수용자의 안전을 위한 정책과 시설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 모두 공감하듯이 과밀수용은 쾌적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고령화된 수용자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시설과 환경개선도 필요하다. 노인증후군으로 파생되는 중증질환, 우울감 등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이어진다. 교도관이나 수용자와의 잦은 마찰, 자살 시도 등의 사고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교정행정은 더 이상 교정처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화 시대에 맞춘 복지적 관점을 접목한 처우, 즉 교정처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보라미와 보드미, 그리고 수용자가 모두 안전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어려운 여건이지만 각자 소소한 행복감도 느끼며, 밝은 미래를 열어갈 공간으로서 교정시설이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