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편백나무의 깊고 진한 향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괴바위산의 푸른 숲을 병풍 삼아 고즈넉이 자리 잡은 장흥교도소도 사람의 마음을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향긋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억불산 북쪽 산자락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은 장흥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6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 군락이 축구장 143개 면적인 100㏊에 걸쳐 드넓게 펼쳐져 있다. 숲속에 이리저리 뻗어 있는 산책길을 걷다 보면 상쾌하면서도 알싸한 편백 향이 온몸을 감싸는데, 나쁜 기분과 생각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고 선한 기운과 희망찬 행복만이 머릿속에 남는다. 편백 향에 담긴 은은한 긍정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공교롭게도 장흥교도소는 정남진 편백숲과 닮은 구석이 많다. 교도소 정문으로 향하는 길과 마주하는 순간 딱딱했던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장흥교도소의 가로로 곧게 뻗은 지붕 선과 괴바위산의 유려한 능선은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봄바람을 탄 피톤치드 향이 콧속으로 들이치는데, 정남진 편백숲에서 느꼈던 기쁨과 평화가 이곳에서도 서서히 피어오른다.
1975년 장흥군 중심부에서 문을 연 장흥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도심지 확대로 인해 2014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읍내에서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지점이지만, 자연은 읍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아름답다. 장흥교도소 수용자들은 이곳의 향기에 자연스레 스며들며 그들의 심성 역시 편백숲의 기운처럼 밝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장흥교도소는 이렇듯 편안하고도 기분 좋은 모습으로 월간 <교정> 취재진을 반겼다.
편백나무로 만든 목공예품은 나무가 살아있을 때와 같은 향기를 품고 있다. 심신의 안정과 치유를 바라는 사람들이 편백으로 만든 가구를 집에 들이는 이유다. 장흥교도소의 목공작업장에서는 정남진 편백숲의 정기를 이어받아 각종 편백나무 목공예품을 만든다. 스마트폰 거치대, 탁상시계 등 작은 제품부터 의자와 탁자, 식탁과 침대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큰 목공예품도 제작하는데, 그 솜씨가 목공예 장인 못지않다.
장흥교도소는 빼어난 자연과 잘 어울리는 버섯훈련작업장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십 명의 수용자가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직업훈련에 매진하고 있는데, 기술을 열심히 익히면 출소 후 취업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 직업훈련강사의 이야기다.
수용동 한편의 교육실에서는 사회복귀 교육이 한창이다. 이날의 강의 주제는 사회보험과 사회보장제도. 출소 후 사회복귀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 강사의 입을 통해 연이어 전달되자, 귀를 쫑긋 세운 수용자들이 연신 노트에 필요한 내용을 받아 적는다. 형형색색의 페인트와 동화책, 장난감이 보기 좋게 어우러진 교육실 맞은편의 가족 접견실에서는 수용자와 가족이 환한 미소를 띠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 나눈 대화와 기억은 출소 후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들 가족이 정남진 편백숲에서 여가를 보내는 행복한 풍경을 상상하자, 다른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장흥교도소는 직원들의 일터에 편안함을 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백숲을 콘셉트 삼아 꾸며진 심신치유실에는 안마기와 원적외선 온열기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올 초 새롭게 단장한 직원 휴게실 ‘도담채’에도 향기 짙은 편백나무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직원들 얼굴에 담긴 특유의 여유로움과 온화함은 아마 이 두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도 개선을 위한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작년 10월 재단장한 다목적 체육시설은 문을 열자마자 밥값을 제대로 했다. 작년 교정의 날 행사를 이곳에서 치르며 쾌적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벌써 몇몇 부서는 한편에 마련된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나누며 팀워크를 다졌다. 이외에도 장흥교도소는 장흥군 내 여가시설과 업무 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 복지 증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장흥교도소 내부 안내를 마친 채종건 교사가 하나 더 보여줄 게 있다며 취재진을 정문 밖으로 안내한다. ‘장흥교도소’라 쓰인 표지판 밑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곳이 교외 도로이다 보니 과속하는 차가 많았는데요. 올해 장흥군청과의 업무 협조를 통해 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한 뒤에는 직원들의 출퇴근길이 한결 안전해졌습니다.”
직원들을 향한 진심이 없었다면 과연 이곳에 카메라가 설치될 수 있었을까. 순간 과속단속카메라의 듬직한 모습과 직원들의 해맑은 미소가 겹쳤다. 이들의 미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