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 교수
교정의 역사와 관점은 중세 이래로부터 다양하게 변화해왔고, 교정의 의미와 패러다임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은 범죄 원인에 관한 철학적 담론 등이었다. 이에 따라 교정의 양태도 변화되었는데 최근에는 심리학적 접근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범죄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정을 교정의 발달사와 철학적 배경, 범죄에 대한 관점, 심리학적 접근의 이해를 토대로 살펴보면 과거 교정의 패러다임은 몇 가지 제한적 특징을 지닌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과거 교정의 특성을 살펴보고 인간중심 교정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하며 실천 전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인간중심 교정은 범죄가 아닌 ‘그’ 라는 사람에 관한 관심을 쏟고 범죄자를 교정의 객체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교정의 주체로 인식하며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조력한다. 즉, 범죄자는 법에 대한 능동적 참여자로 스스로 법체계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고, 법률적 책임에 대한 통찰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또한. 인간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중심이 된다는 것으로 그가 자신이 자기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인이며 결과이기에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자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주제어 : 교정, 범죄학, 인간중심상담, 인간중심 교정상담 모형
교정의 역사와 관점은 중세 이래로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중세시대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규정한 근대국가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국가체계의 형사사법의 체제로부터 시작되어(유정우, 2018), 구금과 재사회화에 목적을 두고 발전해 왔고(허주욱, 2011), 최근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다양하고 새로운 교정의 패러다임을 창출해가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교정의 의미와 패러다임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은 범죄 원인에 대한 담론이었다(Polaschek, Day & Hollin, 2019). 가장 오래된 담론은 범죄행위자가 악마 혹은 사악한 영의 영향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는 관점이었다. 18세기에 이르러서는 Beccaria(1738~1794) 등의 공리철학자들이 범죄의 원인을 자유의지와 억제이론으로 설명하면서(Ronald L. Akers 외, 1999; 황성현, 2012) 인도주의적 측면이나 범죄행위에 관심을 두었다. 이후 실증주의적 관점이 도입되었다(Ronald L. Akers 외, 1999).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다차원적인 측면에서 범죄 원인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고전학파와 실증주의 학파의 전제를 기저에 두거나 재평가함으로써 범죄학의 다양한 이론들이 정립하게 되었다(김병양, 1974).
이러한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범죄와 범죄자에 관한 담론의 변화는 범죄행위와 범죄자의 처벌을 논하고 실행해야 하는 사법적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고 교정의 양태에 변화를 주었다. 교정의 양태는 크게 복수적(응보) 단계, 위하적 단계를 거쳐 박애주의 사상에 따라 교정적?개선적 단계, 과학적 처우 단계, 그리고 교정의 목표를 최종적으로 범죄자가 복귀해야 할 곳인 지역사회와의 재통합에 두는 사회적 권리보장단계로 변화해왔다(이윤호, 2007).
최근에는 교정의 새로운 시도로 심리적 차원에서 실제적인 교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관점이 도입되고 있다. 형벌적 차원에서 사람은 자기를 스스로 교화하는 데 필요한 것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전제했던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교정되도록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심리적 접근은 범죄자 특성을 참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처우 개선, 범죄자를 과학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재범 위험 정도 평가, 교도관들의 직무 특성 분석, 교도관과 수용자 상호작용 등과 같은 전문적인 개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이러한 교정의 철학적 배경과 발달사, 범죄에 대한 관점, 심리학적 접근의 이해는 한국의 교정에 대한 몇 가지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첫째, 교정이 범죄학이나 사법 제도에 의해서 결정되어왔기에 독립적이고 고유한 속성으로써의 교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정은 응보적, 치료적, 회복적 사법이라는 법의 인식에 따라서 결정됐기에 교정이 지니는 독자적인 학문적 틀이 제한적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교정이 사법 체계의 일부일지라도 교정의 독자적 기능과 목적이 제한되는 경우 교정의 효과성이나 효능을 담보하기 어렵고, 교정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이론적 특성을 정립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교정학의 학문적 고유성을 정립해 나갈 수 있는 독자적인 패러다임이 요청된다.
둘째, 교정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의 바탕으로 한 근대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의지의 여부, 인간의 의식 동일성의 여부, 범죄행위자와 비 행위자 간의 범죄 발생 차이의 원인, 범죄가 발생 여부가 처벌의 두려움과 도덕적 추론 능력인지에 대한 관계성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범죄와 교정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의 한계성과 이성을 넘어서 인간을 이해할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게 만든다.
셋째, 교정은 협의적인 의미에서 여전히 교도소 안의 교정에 국한되고 있다. 최근 교정의 흐름은 교도소 내 뿐만 아니라 교도소 밖에서의 교정 논의로 발달하고 있다. 교정이 교도소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사회와의 연관성과 사회로 되돌아왔을 때 교정의 개방적 접근을 제한시킨다. 이는 범죄자의 사회적응에 초점을 둔 교정과 함께 범죄자가 한 사람으로 이해됨으로써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교정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넷째, 교정연구는 단순히 범죄와 재범률에 따라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들로 제한되어 있다. 그 결과 실제로 범죄자의 인식과 삶의 변화를 파악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이에 한 사람으로서의 범죄자 삶의 이야기를 통한 학문적 접근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다섯째, 실제 범죄의 원인과 그에 따른 적절한 행형이 완전한 교정의 목적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따라 범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동일 선상에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교정의 목적이 범죄 감소에 있지만, 동시에 범죄자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데 있다면 한 사람으로서 삶의 가치가 높아짐으로써 범죄를 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교정에서는 심리학적 접근의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그 틀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교정의 독자적 모형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범죄와 처벌 그리고 선도라는 관점에 인간 그 자체의 요인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교정은 다양한 사회학적 혹은 사법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한 인간을 대상으로 교정 행위를 통해 개인의 심리 세계나 일상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탐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인간중심 교정과 인간중심 교정 상담모형을 제시함으로써 범죄인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이야기, 즉 그의 범죄에 대한 인식, 처벌에 대한 자기반성, 삶을 살아가는 의미 등을 통한 내적 책임감의 고취 및 현실적 자각 등이 드러나는 관점에 관한 탐색을 해 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범죄학은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정의가 내려지고 있다. 수많은 범죄학자가 범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이론을 제시하고 정책을 제안하지만, 인간의 삶에서는 여전히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이윤호, 2014).
범죄 원인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은 생물학적, 심리적인 개인의 속성에서 원인을 찾거나(김기원, 2010) 이는 사회화 과정과 사회학습 및 사회 통제적 관점에서 범죄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것에 집중되어 왔다(이윤호, 2007). 이와 같은 연구는 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범죄자의 측면에서 범죄란 무엇이며, 범죄에 따른 책임 의식은 무엇인지, 그가 삶에서 범죄를 무엇으로 인식하는지 등에 관한 관심은 없었다. 기존의 범죄 원인론을 바탕으로 범죄자의 과거를 교정하거나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제한적이며 이런 접근법은 범죄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범죄의 이유와 동기 측면에서의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접근은 인간의 욕구를 지나치게 사회학적 혹은 법적으로 한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자가 범죄행위에 대한 설명과 통찰을 얻는다고 해도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기에는 제한성이 있다.
범죄 교정에 대한 다수의 이론은 범죄는 개인의 무지에서 비롯되므로 개인이 이성적으로 범죄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되면 범죄나 재범의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진로 혹은 윤리로서의 이성적 발달과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판단하는 기초로서의 이성적 작용은 동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이러한 이성론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인간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인간적 성장은 이성적 발달을 포함하여 감성적 역량, 자기 삶에 대한 이해,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조건에 대한 수용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전인적 접근이며, 한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접근이기도 하다.
교정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강조되어왔지만. 교정의 독자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정에서 범죄자의 다양한 심리 내적 혹은 외적 요인들에 관한 관심은 있었지만, 범죄를 저지른 개인의 존재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교정의 독특한 학문적 체계를 형성하는 것에 제한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범죄와 사법 체계와 행형이 연계되어 있어 범죄에 대한 처벌과 재범의 고리를 끊는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으로 이해할 가능성을 높인다.br>
이러한 교정학은 학문적 틀과 실제적 관점에는 교정만의 독특한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요구에 맞는 처벌을 집행하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벗어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백철(2003)의 주장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교정학이 법학이라는 왜곡된 등식이 해체되고, 일제, 냉전, 군사의 잔재로부터 해방되어 개혁성, 다양성, 실천성에 입각한 담론이 창출되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역사적 삶 속에서 억제되고 배제되었던 또 다른 인간의 삶을 찾아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는 작업이 교도소학을 교정학으로, 교정학을 또 다른 대치된 담론학문으로 정착시켜가는 길이다. 이는 무한한 예술적, 문학적 상상력이 학문적 담론에 그리고 실천적 담론에 이입되어 배양되고 창출되는 개방형, 개혁성 풍토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교정심리학은 범죄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과 범죄를 감소시킬 것인가에 관한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점에서 교정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관심이 높다. 즉, 교정심리학은 보안과 교화라는 측면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이다.
교정심리학에서 정신분석학적 접근은 개인의 행동을 전적으로 개인 내에 소재시키고 무의식적 수준에서 행동을 다룸으로 효과 검증이 어렵고 제한된 효과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이어진 학습 이론에 따른 교정의 다양한 전략과 방법 또한 지속적인 범죄에 대한 수많은 요인 가운데 몇 가지 요소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범죄 행동은 서로 다른 요인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드러나므로 교정 또한 복잡한 개입 반응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교정심리학은 범죄자의 재범 위험 평가, 범죄자 개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 직무 분석, 수용자와 교도관의 상호작용 등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조은경, 2005).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교정은 개인의 심리적 건강을 지향하기보다는 행동 교정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은 범죄자의 인간적 가치 향상과 선한 삶에 대한 의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삶의 경향성을 실현하는 것 등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범죄자 개인의 심리 세계에 대한 탐색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게 함으로써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정 현장에서 수형자의 범죄에 초점을 두는 대신에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연구할 필요성에 관한 주장은 교정심리학에서 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명숙, 한영선, 손외철(2017)이 ??교정의 심리학??이라는 저서를 통해 ‘범죄’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탐구하는 실천학문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개인적 삶의 역사를 살아내는 사람’,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범죄인’에 대한 연구를 제시하였다. 더욱 구체적인 제안은 박연규(2016)에 의한 수형자 집단의 주체성 및 자율성의 확보를 제공하려는 연구에서 제시되었다. 그는 주체의 코드화 금지, 재소자의 총체적 몸에 관한 관심, 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방법의 강구 등에 관하여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들은 재소자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범죄만큼이나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가에 관한 관심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이백철(2007) 또한 교정의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을 위해 범죄와 처벌에 관한 경직성과 기존에 제시된 범죄와 처벌에 관한 가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교정의 범죄론적 원인 관점과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효과적 개입전략을 찾는 것을 넘어서 인간에 관한 관심을 두고 한 인간으로서 삶과 의미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범죄에 대한 형벌은 범죄자의 신체가 구속되어 있다는 것에서 시작되고 범죄에 대한 단죄의 엄격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신을 구속한다거나 처벌의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그’의 정신이나 삶이 구속되지는 않는다. 다만 신체적 조건에 대한 제한이고, 그러한 환경에 놓였을 뿐이다.
그러나 교정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신체적 제약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그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심리적 변화를 끌어내고, 이것이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전문적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중심의 교정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인간중심이 교정은 한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삶의 실체와 의미를 파악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나도록 돕는 교정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정은 범죄사건 및 이와 관련된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이성적 반성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이며 그의 삶의 관점과 지향성을 무엇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인가에 방향성을 두어야 한다. 수형자가 아닌 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은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는 과정과 같을 필요는 없다.
이런 점에서 교정은 실질적으로 범죄행위에 대한 교정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는 인간에 대한 법치적 조력으로 바라본다. 이에 인간중심 교정모형은 기본적으로 범죄자를 한 사람으로 보려 한다. 인간을 인간으로 본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인간은 사회적 역할이나 특정 명칭으로 구분되고, 유목화되며, 분절화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인간의 만남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관심을 쏟기보다는 그를 나타내는 특별한 명칭이나 행동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범죄자라는 호칭은 그를 다른 사람들과 구분하게 만드는 독특한 힘을 가진다. 인간은 그가 그다운 이름 이외의 어떤 용어로 만나서는 안 된다.
인간중심의 교정모형에서 ‘인간’은 있는 그대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간주한다. 그에 대한 분류는 이차적이다. 인간은 병들었거나 틀린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건강한 성장지향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을 병적인 것, 부적응적인 것,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 사람 자체에 관심을 쏟으려 한다.
인간중심의 교정모형은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Rogers (1902~1987)의 인간관을 따른다. Rogers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게 태어났고 기본적으로 실현화 경향성이라는 잠재력을 갖고 태어났으므로 자신을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실현화 경향성’은 타고난 것으로 개인이 가진 모든 생리적 및 심리적인 욕구와 관련되어 있고 유기체인 자신을 유지하거나 성장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신의 모든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경향성에 따라 인간은 자기답게 살아갈 때 가장 기능적이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인간중심의 교정은 크게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교정의 목적과 관심이 범죄 사건이나 범죄와 그 원인의 교정이 아니라 한 사람에 관한 관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과거 교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범죄에 대한 죄의식과 죄책감, 그리고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하여 법규를 지키는 건전한 시민으로 재사회화 등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교정에서 범죄자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주로 인권 주제로 범죄인의 처우에 관한 주제들로 인도주의, 공평주의, 법률주의, 과학주의 등에 관한 것이다.
이런 모든 노력은 범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교정 및 교화를 시도하는 접근으로 범죄자를 대할 때, 대부분의 관심은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으며, 왜 그랬는지, 그리고 그것을 하지 못하게 도울 방법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범죄가 아닌 범죄자에 대한 교정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교정 실제에서는 범죄행위의 수정과 재발 예방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결국 한 개인이 발전시키고 성장해야 할 인간적 특성과 가능성을 제한시키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런 모든 논의에서 생략되고 그림자로 남아 있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그 사람 자체, 그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성, 그리고 그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미 등에 대한 직접적 논의이다.
이에 인간중심의 첫 번째 의미는 ‘그’라는 사람에 관한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인간중심 교정의 두 번째 의미는 범죄자를 교정의 객체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교정의 주체로 인식하고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조력한다는 뜻이다. 즉, 범죄자는 법에 대한 능동적 참여자로, 자기 스스로 법체계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고, 법률적 책임에 대한 통찰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다. 흔히 범죄자는 법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거나 책임감이 낮다는 식의 판단을 하였다. 그 결과 범죄자는 교육의 대상, 수정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법에 대한 능동적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했던 방법은 이성적 교육, 통찰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활동, 그리고 사회적 및 개인적 윤리에 대한 학습 등이다. 이는 결국 지시, 명령, 훈계, 충고, 조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선 학습자가 후 학습자에게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의 교정 방법은 결국 후 학습자를 피동적으로 만들게 된다.
개인이 자율적으로 법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탐색하지 않는 한, 이는 외적인 법률 조치를 지속해서 강조하는 전략에 의존하게 된다. 외적 사법 체계의 무거움이 개인의 심리 내적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역사적 결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위하시기에 행해졌던 처벌의 무게가 개인의 양심을 더 강화한다는 증거는 찾기도 어렵다.
따라서 외적 조건에 대한 변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것인가 보다 한 개인이 능동적으로 사법 체계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고, 스스로 그 판단을 따를 수 있으며, 개인의 주관적 세계 속에서 법과 체제를 무엇으로 인식하는가 등을 주체적으로 탐색하도록 돕는 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간중심 교정은 있는 그대로의 내담자를 만나는 것이며,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쏟고, 그 세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내담자가 자기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중심의 세 번째 의미는 인간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기중심적 삶이 아니다. 만약에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만 살아간다면 그것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립되어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존재가 된다. 중심은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출발점이며 모든 결과가 되돌아 다시 오는 곳이다. 따라서 인간중심은 자신이 자기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인이며 결과이기에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자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정은 범죄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직선적 인과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원인을 수정함으로써 개인의 심리적 변화를 도모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인과적 접근에서 원인은 모호하며, 이것을 수정한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은 미지수이다. 따라서 개인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와 성장 방향을 설정하도록 돕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발현 적이며 경험적이다.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가운데 하나는 현상학적 관점이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현상학적 장에서 살아간다는 것, 즉 인간은 주관적 경험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외적으로 보기에 같은 사건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무엇으로 보는가 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그것은 단순히 보는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관적, 경험적 삶은 한 개인이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준거 체계와 같은 방향으로 현실을 재구성하고, 여기에 따라 삶을 살아가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범죄자의 도덕성이나 범죄 인식 등은 그의 내적 준거 체계 내에서 주관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교정 서비스의 제공은 현상학적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의 성취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 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교정 과정에서 단순히 어떤 원리나 개념 혹은 윤리적 및 법적 인식을 외부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인가에 관한 관심보다는 개개인이 자신의 삶과 사회 그리고 법에 대해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를 드러내고, 그 경험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한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내적 준거 체계에서 경험하는 것을 중심으로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하여 자기 인식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정행위는 사회적 기준을 중심으로 두고 개인을 거기에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는 사회 중심성으로 인해 개인이 어떤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수동적 종속 자로 살아가도록 만든다. 즉, 행형과 범죄예방에 초점을 맞춘 교정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사법 시스템과 자기 책임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지속해서 탐색할 기회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되면 교정의 주 관심은 재소자와 그의 삶이 아니라 범죄에 대해 반성하고, 범죄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된다.
이제는 교정의 방향을 개인의 관점에서 범죄와 교정 및 사법체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자기 세계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이 바라보는 세상과의 관계성을 정립하도록 조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제시한 바와 같이 각 개인이 인식하는 법의 의미, 범죄의 규정, 자기 행동의 영향, 공동체의 이유 등이 포함된다. 나아가 어떤 정의로움이 사회에 실천되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규명해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관한 탐색을 하는 것이고, 그가 보고 있는 세계를 자율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상기에서 제시한 인간중심의 교정을 실천하고 수행해 내기 위한 근본적 조건은 무엇인가? 이는 앞으로 토론해 나가야 할 주제이지만 기초적인 것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바라보는 어떤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각자가 삶의 주체이고 상호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일어난 일을 스스로 해석하고, 경험하는 존재이기에 그와 내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위계를 이루거나 누가 누구를 지도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나는 것에 대해 Martin Bube(1878-1965)는 나와 너의 만남이라고 지칭하였다. 반면에 어느 한쪽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거나 인간적 만남이 없는 관계를 나와 그것의 만남이라고 하였다.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사회적 역할이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일과는 다르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만나는 것, 교사가 학생을 만나는 것, 의사가 환자를 만나는 것은 철수가 ‘창식’을 만나는 것, ‘영희’가 ‘미정’을 만나는 것, ‘희철’이 ‘환빈’을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 의사가 환자를 만날 때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누구의 부모이고 자식이며, 어떤 삶을 꿈꾸는가에 관한 관심은 매우 낮다. 그는 병든 부위와 검사 결과 그리고 치료 방법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교정이라는 행위가 범죄에 대한 처벌과 이에 따른 행정 업무만으로 가능하다면 인간적 만남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범죄자에게서 범죄의 원인과 재범의 가능성을 제거한다고 해서 교정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어렵다. 그것은 죄에 대한 책임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고 그 조건만 충족하면 면죄를 받는 형식을 가지기 때문에 기계적인 행형의 원리만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교정은 인간적 만남을 통한 새로운 삶에 대한 이해와 기대 그리고 희망을 품을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인간적 만남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실천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교정 활동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의 배경이 무엇이며, 어떤 사건을 만났고,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그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주로 그의 삶의 배경은 무엇이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에 관심을 쏟는다. 이 경우, 이미 한 개인이 처해 있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수정하려는 행위가 되어 비효과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중심의 교정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인간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경험 세계인 현상학적 장에서 살아간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개인은 한 사건에 대해 주관적으로 매우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겪는 사람의 내적 경험을 탐색해야 한다.
내적 경험을 중심으로 재소자를 바라보는 것은 이성적으로 사건을 판단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내적 경험은 개인에게 독특하고 고유한 것이며 그가 실제로 살아가고 자기 행위를 판단하는 장이 되기 때문에 외부의 이성적 관점으로는 파악할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다. 경험의 세계에서 인간적 만남을 통해 서로 이해할 때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정이란 특정 사건의 원인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이 모든 과정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이해하고자 할 때 접근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상기에서 제시한 다양한 교정 방향과 행위를 담보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인간중심상담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Rogers(1961)는 개인의 성격 변화와 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진실성, 무조건적 긍정적 관심, 공감적 이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반응들의 공통 특징은 무비판적이라는 것이다.
무비판적인 태도는 타인의 경험에 대하여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담자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다양한 기준과 법률적으로 옳은 행동 즉,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관하여 판단을 중지하고 내담자의 경험에 대하여 긍정적인 호기심을 갖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 행동, 감정에 관하여 판단 받지 않고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그는 자신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자기 삶에 대하여 당당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경험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해서도 기쁘게 표현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을 신뢰하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자신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드러내게 되며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