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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January + Vol. 56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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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교도소를 위한 변론

윤영석

변호사, 법학박사

교도소(矯導所)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장소’ 정도가 될 것이다. 즉, 교도소는 단순히 일정한 시간 동안 죄인을 가둬두고 방치하는 장소가 아니다. 이러한 장소는 감금소 내지 감금원이라 부를 수는 있을지언정 교도소라고 부를 수는 없다. 교도소는 감금과 노역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다. 감금과 노역은 죄인의 사회적 자활이나 악성향의 교정, 재범의 방지를 최종 목표로 한다.

교정·교화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죄인을 교도소에 가둔 국가는 사법권이라는 권한을 행사함과 동시에, 교도소 수감자를 재활시켜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가석방이 불가능한 강력범을 제외하면 교도소 수감자들은 언제가 됐든 사회로 복귀하게 될 것이고, 국가는 수감자들을 잡아둔 기간 동안 이들이 사회에 복귀할 준비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물론 합법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바뀐 사회 질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재차 범죄를 범하지 않는 상태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상당한 시간 동안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한 수감자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류층을 전전하거나, 아예 재범을 발생시켜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다면 이는 그 행위자 개인의 실패뿐만이 아니라 교도소의 실패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도소의 책임은 막중하다.
아동을 참혹하게 강간해 심각한 상해를 입게 한 조모 씨나 여러 명의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김모 씨 등 사회적으로 공분을 자아내는 범죄를 일으킨 자들의 형기가 속속 만료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은 각각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에 따라 교도소에서 징역형의 집행을 마쳤고, 우리의 사법시스템은 법원의 판결기간을 초과해 가둬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것은 형법이라는 법률을 위반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들을 무기한 구금하는 것은 위법을 넘어 위헌이 된다. 이것이 우리 국민이 동의해 탄생시킨 헌법의 내용이다. 우리는 이들이 재범을 일으키지 않는지, 선량한 사회적 도덕을 갖춘 인간으로 재탄생됐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다. 만약 이들이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면, 교도소라는 기관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전과자의 재범이나 사회적응 실패가 오롯이 교도소의 책임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다. 세상에는 ‘절대 교화되지 않는 자들’이 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등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모두 같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능력은 학습시킬 수 없다. 이들에게는 어떠한 교정활동도 효과가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극히 일시적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이들을 교화시킬 수는 없는 반면, 시간이 흐르면 이들은 사회로 자연히 복귀한다. 시간은 악인의 편이다.

어려움 많지만… 개선될 여지 충분해

교도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에서도 어려움이 드러난다. 교도관 1인이 담당해야 할 죄수는 너무 많고 이들 모두가 교도관에게 협조적인 것도 아니다. 교도소 운영과 교도관의 일은 전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우호적이거나 화려한 조명을 받은 적이 없다. 교도소와 교정작업은 항상 ‘잘 되지 않을 때’만 주목을 받는다. 교도소와 교도관의 헌신적 노력으로 교정에 성공한 범죄자의 사례는 결코 언론과 여론의 관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도소를 책임지는 교도관들은 항시 적은 급여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죄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다. 문제의 스펙트럼은 작게는 사소한 지시 불복종이나 욕설부터, 크게는 다른 범죄자 혹은 교도관에 대한 흉기 난동까지 다양하다. 무차별 민원을 넣거나 터무니없는 양의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교도관을 골탕 먹이는 ‘지능형’ 죄수들도 있다. 사회적인 시선은 또 어떠한가? 최근에 크게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낮잡아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
교도소 운영시설에 필수적인 의료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의사, 간호사, 약사에게 있어 교도소는 그리 매력적인 직장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가시밭길을 걷길 자처하는 의료인들만이 교도소에 지원한다. 그 수는 매우 적다. 상당수 교도소는 시설이 매우 낙후돼 있어 교도소 보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수준이다.
행형(行刑)에 관한 여러 제약과 복잡한 절차도 교도소를 힘들게 한다. 처리해야 할 행정적 서류가 무척이나 많다. 보안시설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외부인 접견, 편지 왕래, 개인물품 구매 등 일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업무도 철저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집행기관은 당연히 절차적 엄격성을 준수해야 하지만, 그 대가로 효율성과 유연성 감소, 그리고 법집행자들의 희생을 바치게 된다.
그렇지만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우선은 한 사람 한 사람씩, 마치 점과 다른 점이 선으로 연결되듯이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교도소와 교도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점은 선을, 선은 면을 이루고 면은 결국 입체를 이루듯이 우리의 교도소와 교도관, 교정에 대한 인식의 차원도 서서히 넓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