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한양대학교 법학박사, 전 영월교도소장
전국 53개 교정시설은 현재 정신장애 수용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신장애 범죄자와 검찰의 기소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치료감호 처분은 매년 감소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치료감호 처우가 필요한 정신장애 수용자가 교정시설 내에 과밀 수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서구의 경우, 정신장애 범죄자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치료하는 ‘탈시설화’, ‘다이버전’ 등 사회내 처우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정시설의 과밀화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과 치료를 위한 전문인력의 부족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향후 정신장애 범죄자의 시설내 처우 개선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의 강화가 시급하다.
본 연구는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총 6개월의 기간 동안, 서울남부구치소 등 6개 교정기관에서 총 269명 수용자를 대상으로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대상자는 임의로 선정하였으나 대상자 중 자신이 정신장애자라고 응답한 대상자가 전체 응답자의 약 42.0%를 차지하였다. 응답내용 중 자살생각이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12.7%, 교정시설 내에서 5회 이상 자살을 시도한 대상자가 응답자 전체의 2.4%를 차지하였다. 또한, 교정시설 내에서 정신적 질환에 대한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의에서 약 73.0%가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고 응답하였으며, 응답자의 27.4%가 정신질환 시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필요로 한다고 응답하는 등 교정시설 내 의료처우의 문제 및 개선 사항에 대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주제어 : 정신장애 범죄자, 치료감호, 정신치료, 교정처우, 사회내 처우
2016년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비롯하여, 2017년 3월, 인천 8세 초등학생 유괴 및 살인 사건, 2018년 7월에 발생한 30대 조현병 남성의 어머니 살해 사건 및 경북 영양군에서 발생한 40대 조현병 남성의 경찰관 살해 사건 등 각종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묻지마 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이러한 범죄의 가해자가 주로 조현병 환자라는 보도가 자주 언급되면서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과 관련된 2019년 경찰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1) 2019년의 경우 전체 범죄자는 총 1,585,638명인데 이 가운데 정신장애 범죄자는 총 7,763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약 0.5%를 차지하였다. 반면, 강도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총 범죄자 28,943명인데 이 가운데 정신장애 범죄자는 총 600명으로 전체 강력범죄자 중 약 2.1%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절도범죄는 총 범죄자 중 정신장애 범죄자가 약 1.9%를 차지하였으며, 폭력범죄자의 경우도 정신장애범죄자가 약 0.8%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보건복지부에서 2016년 7월 ~ 2016년 11월 사이 실시한 「정신질환자 실태 역학조사」2) 결과에 따르면, 주요 17개 정신질환에서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3)이 18세 이상 성인기준으로 약 25.4%(男: 28.8%, 女: 21.9%)로서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동안 한번 이상은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
<표1>의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도에 2,177명에 불과하던 정신질환 수용자가 2019년에는 4,748명으로 거의 2배 이상 급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서울00구치소6)는 정신질환 수용자의 급증에 따른 교정처우의 대책 마련을 위해 2018년 상반기에 자체 조사를 <표2>와 같이 실시한 결과, 2018년 1월 이후 정신질환 수형자가 매월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2018년 6월에는 정신질환 수형자가 117명으로 동년 월평균인 89명에 비해 28명이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또한 서울00구치소 전체 수용인원 대비 정신질환 수용자의 수용 비율도 2018년 1월 3.30%에 비해 6월 4.89%로 급증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표3>과 같이 서울00구치소에서 2018년 상반기 정신질환 수용자의 조사 및 징벌 현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 폭언 및 폭행이 총 51건 중 28건을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소란 및 직원폭행 등도 그 다음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정신질환 수용자의 폭력적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정시설 내에서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조사·징벌 처우는 정신질환 수용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시설물 손괴, 고성, 욕설, 수용자 및 직원 폭행 등 전반적인 수용질서 문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교정사고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정신질환 수용자가 급증하고, 사회적으로도 정신질환 강력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범죄학 및 교정학계에서는 정신질환 수용자의 치료 및 처우에 관한 연구와 정신장애 수용자의 의료제도 개선 및 외국 교정처우와 관련된 선행연구가 진행되었다.
대표적 선행연구로는 사회방위 및 복지 측면에서 정신질환 수용자의 교정처우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연구,7) 교정시설의 폭력문화를 정신질환 측면에서 진단하여 의료처우의 개선방안을 제시한 연구,8) 정신질환 수용자의 교정처우를 위한 통합적인 법규 마련의 필요성 연구,9) 정신질환 수용자들에 대한 사회적응능력 향상 및 재범방지 연구10) 등이 있다. 그 외 외국의 정신질환 수용자의 교정처우와 관련된 연구11)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정신질환 수용자들의 처우개선 및 프로그램 운영 등에서는 어느 정도 연구 성과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제도적 마련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영국 및 이탈리아 등 서구 유럽의 경우, 1950년대 이후부터 치료효과가 낮은 수용중심의 치료 방식(정신의료시설에 장기입원, 수용관리) 대신 지역사회로 정신보건 서비스를 전환하는 ‘탈시설화’ 치료로 정신질환자의 치료방향을 전환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면서 서구 유럽 국가들처럼 ‘탈시설화’가 촉진되어 입원환자가 감소되고, 지역사회의 정신보건서비스도 개선되리라 기대했었다.12)
그러나 외국의 ‘탈시설화’와 달리 우리나라는 ‘강제입원’과 같은 제도로 인해 정신질환자임이 알려지는 순간 정신병원에 격리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사례가 많았으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오히려 정신의료기관에서의 병사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시설에 수용되는 두려움 때문에 정신질환자가 조기에 치료를 거부하고, 결국 상태가 악화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됨으로써 교정시설에 재수용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신질환 수용자의 수용처우 및 사회내 처우 등과 관련하여, 국내·외 제도들을 살펴보고, 정신장애 범죄자의 수용처우와 관련된 관련 법령을 검토하도록 한다. 또한 수용시설 내 정신장애 수용자의 처우와 관련된 연구를 위해 교정시설 내 수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교정 현장에서 정신장애 수용자의 처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및 법안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서울남부구치소 등 6개 교정시설에 수용중인 수용자를 대상으로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총 6개월에 걸쳐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수용자는 총 269명이었으며, 조사가 끝난 설문지 중에서 응답 질문지에 한 가지 답으로만 표기한 불성실한 응답 질문지 3부를 제외한 뒤, 총 266부를 본 연구의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통계분석은 설문조사 문항에 대한 빈도분석과 기술통계분석 및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13)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빈도분석은 결측값이 포함된 케이스를 제외하고, 제외한 유효값이 포함된 케이스만으로 분석하였으며, 통계 분석을 위해 SPSS(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 21의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유엔의 피구금자최저기준규칙14)에 따르면, 교정시설은 전문의 및 국가 또는 민간 의료보건체계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야 하며, 신입 수용자에 대한 필수적 신체·정신장애 여부를 검진하고, 의료진은 신체장애, 정신장애 수용자의 치료 관찰 및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정신장애 범죄자는 구금시설에 수감하여서는 안되며, 가능한 빨리 치료시설로 이송하고, 필요한 경우 수용자의 석방 후 지역사회의 민간 기관과 협력을 통해 정신과적 치료 등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15)
또한 ‘유엔 정신질환자 보호 및 정신건강 관리 개선을 위한 원칙’16)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기본적 자유 및 권리를 지니며, 정신질환자의 치료 원칙으로는 개별처우, 최소한의 자유 제한, 유엔의료원칙 준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들은 현재 정신병이 진행 중이거나 정신병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처우와 관련된 국제 규정으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제12조 및 제25조17)가 있으며, 1982년 채택된 유엔총회결의문,18) 1995년 채택된 세계의학협회 성명,19) 2006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라네스버그 WMA 총회 개정, 2004년 9월 22일 제896차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존엄성 보호에 관한 유럽이사회 각료회의 2004 권고안 제10호’, 2004년 10월 6일 채택된 지적 장애인에 대한 몬트리올 선언 등이 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호는 “정신질환자란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한다. 이는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와 구별되므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서 「형법」과 「정신건강복지법」 등의 취지에 따라 정신질환 수용자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동법 제95조(보호실 수용)를 살펴보면, ‘수용자가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할 때에는 의무관 의견을 고려하여 보호실에 수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관계 법령 중 어느 규정에도 정신적 질병에 대한 개념이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정신적 질병의 판단기준이 애매한 실정이다. 향후 교정시설 내 정신장애 수용자의 교정처우 실효성과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관계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동법 제16조(신입자의 수용 등) 제2항은 ‘신입자에 대하여 지체 없이 건강진단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건강진단에 정신적 검사가 포함되는 지 여부는 법령상으론 알 수 없다. 다만 「수용자 의료관리 지침」 제3조(신입자 건강진단) 제1항 및 제3조의 3(정신건강검진)에 의거하여 정신건강검진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으나, 이는 실무자가 아닌 경우 신입자에 대한 정신적 검사실시의 근거를 알기 어려우므로, 정신질환 수용자의 치료관리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정신적 검사의 내용을 법령에 근거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동법 제37조(외부의료시설 진료 등) 제2항에 따르면 ‘정신질환 수용자의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치료감호시설로 이송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관련 지침인 「수용자 의료관리 지침」 제19조(정신질환자)에 따르면, 이송치료 대상 정신질환 수형자는 ‘한국 표준 질병·사인분류’ 중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성 장애, 기분(정동) 장애에 해당하는 자로서 잔형기가 3월 이상인 수형자의 경우 치료중점교도소(진주교도소)에서 이송하여 치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순 정신질환 의심이 있는 자 또는 증상이 경미한 자는 제외하고 있어 이송 치료 대상이 극히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형집행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정신 장애 수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관련 규정이 없다. 다만, 동법 시행령 제55조(외부의사의 치료)를 통해 정신질환 수용자의 진단 및 치료를 간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동법 시행규칙도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별도의 처우 규정은 없고, 제73조(기본수용급) 제8호에서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가 있는 수형자를 별도 수용급으로 분류하고 있어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관련 법규가 미약한 실정이다.
현행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21)은 기존의 「치료감호법」을 2015년 12월 1일 자로 일부 개정되어 법률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치료감호대상자22)는 「형법」 제10조에 따라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마약류 등에 대한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소아 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 성적 장애인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지은 자 등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해당하는 치료감호대상자에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여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정신장애 범죄자와 정신장애가 심각하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구분 없이 모두 치료감호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시설 및 전문 인력이 부족한 치료감호시설에 증상이 경미한 정신장애 범죄자를 수용하게 된다면, 그 만큼 치료가 필요한 다른 정신장애 범죄자의 치료 기회가 적어지므로 이러한 현행 치료감호제도의 문제점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23)
참고로 영국의 경우, 별도의 치료감호소는 없지만, 정신장애 범죄자를 재범 위험도에 따라 고도, 중도, 저도로 구분하여 보안시설에 수용하고 있다.24) 우리나라의 경우,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각호에 따라 피치료감호자를 구분하여 수용하고 있으나, 영국의 사례와 같이 정신장애 범죄자의 장애의 정도 및 재범의 위험성에 따라 정신장애 범죄자를 구분하여 처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는 지역사회의 정신병원 및 사립정신병원을 사법의료기관으로 지정하여 정신장애 범죄자와 일반적인 정신장애 환자가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2(치료감호시설) 제1항 각호에 따라 국립정신의료기관 중 법무부장관이 지정법무병원을 지정하고, 지정법무병원에서는 피치료자와 다른 환자를 구분하여 수용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 피치료감호 대상자를 지정법무병원에 수용하여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수용자의료관리지침」 제3조의3(정신건강검진)에 따른 정신건강검진 방법은 ① 질문에 대한 응답 ② 정서반응의 변화 ③ 태도관찰 등을 중심으로 하여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검진 결과에 따른 정신과 전문의 또는 관계 전문가의 진단 실시도 임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정신 검사를 위해 관계 법령의 보완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동 지침 제19조(이송대상 정신질환자) 제1항의 정신질환 수용자의 이송절차 및 자격 요건도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가 정신과적 치료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 지침 제25조(환소자의 관리) 또한 집중치료기관으로 재이송을 신청할 수 있는 수형자의 요건이 제한적이다. 환소 후 2개월 이상 보호기간이 경과한 자 중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어 자체 수용이 매우 곤란한 자로서 잔형기가 3개월 이상인 자로 제한하는 자격요건은 자칫 교정시설 내에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
19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의 예방과 정신질환자의 의료 및 사회복귀를 목적으로 한 법으로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보호 입원제도를 그 주요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입원제도의 목적 이면에는 사회질서를 위한 치안유지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였다. 따라서 보호 입원제도를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정신보건법」이 시행되자 입원환자가 폭증하게 되었고, 보호 입원제도라는 미명하에 장기입원이 이루어져 법 제정의 본래적 목적인 치료와 사회복귀의 명분은 사라지고, 대신 범죄예방을 위한 격리와 감금이라는 치안의 논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25)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논란이 되었던 보호 입원제도 등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신보건법」은 시행 20년 만인 2016년 5월 29일 전면 개정하게 되었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법명을 바꾸어 2017년 5월 30일 전면 시행되었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제1호는 “‘정신질환자’란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기존 「정신보건법」보다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 「정신보건법」에서 문제가 되었던 강제 입원제도는 개정 법률 제43조 제1항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로 개선되었고, 제42조 제1항에 따라 동의 입원제도를 신설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2016년 헌법재판소가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과 제2항의 강제 입원제도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서 비롯되었다.
각 국가마다 정신장애 범죄자 처우에 대한 근거법령 및 처우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신장애 범죄자와 일반 범죄자를 다르게 처우한다는 점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의 경우, 정신장애 범죄자들에 대해 강제입원치료와 구금중심의 시설내 처우와 같이 인권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설내 처우 및 사회내 처우가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설내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사회내에서 정신장애 출소자의 사회복귀 및 정신장애 치료를 돕기 위해 다양한 사회내 처우제도들이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교정행정은 연방 교정행정과 주 단위의 교정행정으로 구분되며, 교정시설 내 의료제도도 연방과 주 단위로 구분된다. 연방 교정의 경우 미국 전역을 6개로 구분하여 지역 교정청을 두고 각 지역별로 1개의 의료교도소를 두며, 해당 지역 내 교정시설에서 중증환자가 발생할 경우 집중치료를 위해 의료교도소로 이송하여 치료 관리한다. 각 주의 경우는 캘리포니아, 텍사스와 같이 교정 행정규모가 큰 주에는 의료교도소를 두고 있으나 규모가 작은 주에서는 전문 의료교도소를 설치하지 않으며, 각 교정시설 내의 의료전문 직원이 의료처우를 실시하고, 그 외에는 교정 시설 주변의 지역사회 내 외부병원을 이용하여 의료처우를 실시하는 상황이다.26) 또한 미국은 형사사법시스템 안에 정신장애 범죄자가 들어오게 되면 그들이 나갈 때까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대안적 처우를 각 단계별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Munetz와 Griffin(2006)은 <표4>와 같이 순차적 차단모델(Sequential Intercept Model)을 개발한 뒤, 정신장애 범죄자들에게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대안적 처우들을 차단지점에 따라 개념화하였다. 이 외에도 미국은 정신건강법원 및 약물법원과 같은 문제해결을 위한 특수 법원을 운영하고 있다.27)
영국은 2007년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정신장애를 ‘정신장애 및 무능력의 일체’라고 정의하여 정신장애의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확대하였다. 영국은 정신장애의 심각성 정도 및 재범위험성을 기준으로 크게 세 등급(고도보안시설, 중도보안시설, 저도보안시설)으로 구분하여 처우하고 있으며, 정신보건전문가들로 구축된 팀이 정신장애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장 정신장애의 정도가 낮은 단계인 저도보안시설의 경우는 각 주 정신병원이나 사립정신병원을 사법의료기관으로 지정한 뒤 일반적인 정신장애 환자들과 정신장애 범죄자가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경찰의 수사 단계, 재판의 전(前)단계 및 재판 단계 등 전 단계에 걸쳐 정신장애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처우가 제도화되어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제도로서 ‘모든 단계의 다이버전 모델(All-Stage Diversion Model)’이 있다. ‘모든 단계의 다이버전 모델’은 정신장애 범죄자의 정신건강문제 및 범죄의 재범 위험요인 등을 조기에 점검하여 보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취약한 정신장애 범죄자들이 각 지역에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받고 지지받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 범죄자가 사회에 나왔을 때 적정 시기에 연속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정신장애 범죄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을 보호하는 예방적 기능을 하게 된다.29)
독일 형법 제63조는 “책임무능력 또는 한정책임능력 상태에서 위법 행위를 한 경우, 범죄행위자의 위 상태로 인해 위법 행위가 상당히 예견되고, 그로 인해 일반 국민에게 위험하다는 점이 행위자와 행위를 종합하여 평가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위 범죄행위자를 정신병원에 수용하도록 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신장애 범죄인을 정신병원에 수용하도록 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금단시설에 수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독일 형법 제64조와 같이 치료의 필요성 또는 치료가능성이 수용의 요건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치료가능성이 없는 만성적인 정신장애인의 경우, 사회의 안전을 위해 정신병원에 수용명령 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는 책임무능력 또는 한정책임능력 상태에서 범법행위를 범하고 향후 다른 중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예상되는 정신장애 범죄인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30)
독일의 형집행법 제138조 제1항에서는 “정신병원의 수용 또는 금단시설의 수용은 연방법(聯邦法)에 특별규정이 없으면 주법(州法)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독일의 각 주에서는 정신장애 범죄인을 정신병원에 수용하여 집행하기 위해서는 보안처분집행법, 정신질환자법 등과 같은 다양한 입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치료감호의 집행방법은 주별로 다르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법정신병원에 수용한 뒤 치료하고 보호하는 시설 내 처우이며, 두 번째는 외부의 중간처우시설에서 치료 및 보호를 하는 사회 내 처우이다.31)
일본의 교정 의료 체계는 3단계로 나뉘는데, 제1단계는 일반교정시설에서, 제2단계는 6개의 의료중점형무소에서, 제3단계는 4개의 의료전문형무소에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전문적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제1단계 의료기관인 일반교정시설은 교정시설의 규모와 수용인원에 따라 보통 1~3명의 의사가 수용자의 경미한 질병과 단기질병에 대한 진료를 주로 실시하고 있다. 반면, 장기적이고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일본 교정관구별로 지정된 6개의 의료중점형무소와 4개의 의료전문형무소에 이송하여 치료하고 있다.32)
일본은 정신장애 범죄인의 적정 치료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마련 및 효과적 처우를 위하여 2003년에 「심신상실 등의 상태에서 중대한 가해행위를 한 자의 의료 및 관찰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관찰법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2005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05년 「의료관찰법」 이전에는 살인, 방화와 같은 중대 범죄를 일으킨 정신장애 범죄인이 불기소 처분 또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이들의 처우는 형사사법체계가 아닌 정신보건의료체계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정신보건의료체계에서는 조치입원과 같은 행정처분을 행할 수 있지만,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바로 석방되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체제가 없는 실정이었다. 2005년 제정된 「의료관찰법」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설 내(지정의료기관)의 정신질환 치료뿐 아니라 시설의 퇴원 후에도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다.33)
본 연구는 서울남부구치소, 서울구치소, 안양교도소, 의정부교도소, 대구교도소, 진주교도소에 수용중인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2019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총 6개월 동안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수용자 269명의 응답 질문지 중 한 가지 답으로만 표기한 불성실한 응답 질문지 3부를 제외하고, 총 266부를 본 연구의 최종 분석에 사용했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는 수용 생활 중 가장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점 유형(수용시설과 관련된 문제점, 접견 및 서신 등과 관련된 문제점, 의료와 관련된 문제점 등); 수용생활 중 해결 방법(교정 직원이나 외부에 알림); 수용 생활 중 정신과적 질환에 대해 치료받은 유형(의사와 같은 의료적 진료, 약물치료, 교육 프로그램, 심리상담 등); 인구통계적학 특성(성별, 연령, 최종학력, 혼인상태, 입소 전 직업 여부, 가족관계); 복역기간, 교정시설 입소 횟수; 대뇌 손상 여부와 유형(간질, 치매, 뇌성마비, 뇌경색, 뇌졸중 등); 정신장애 여부와 유형(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교정시설 수용 중 자살 또는 자해 시도 여부; 치료감호 경험 여부; 징벌 및 징벌 후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 교정시설 내 보호실이나 진정실에 수용된 경험 여부 등을 포함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었다.
<표5>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수용자의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나타낸다. 성별로는 남성 수용자가 총 254명으로 전체 조사 대상 수용자의 약 99.2%를 차지하였으며, 여성 수용자 수는 총 2명으로 전체 수용자의 약 0.8%를 차지하였다. 수용자의 연령별 분포는 40대에서 50대 사이에 해당되는 수용자가 257명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높은(120명, 46.7%) 연령 분포를 보였으며, 그 외, 20대에서 30대 수용자, 60대 이상 수용자 순서로 연령대가 분포하였다.
학력별 조사대상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수용자 중 고등학교 졸업 학력 수용자는 129명으로 전체 대상인원의 50.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외, 대학교 졸업 수용자(56명, 22.0%), 중학교 졸업 수용자(46명, 18.1%), 무학 또는 초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수용자(23명, 9.1%) 순서로 나타난다. 결혼 여부와 관련해서는 미혼의 수용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101명, 40.2%),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수용자(65명, 25.9%), 결혼 경험이 있는 수용자(51명, 20.3%) 순서로 확인되었다.
직업별 조사대상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교정시설 입소 전 자영업자였던 수용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89명, 36.2%), 무직(65명, 26.4%), 회사원(45명, 18.3%), 비정규직 아르바이트(35명, 14.2%), 종업원(12명, 4.9%)의 순서로 나타난다. 또한 복역기간에서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수용자 중 28.8%에 해당하는 약 70명이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교정시설에 복역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1년 이상 2년 미만(61명, 25.1%), 6개월 이상 1년 미만(54명, 22.2%), 5년 이상(37명, 15.2%), 6개월 미만(21명, 8.6%) 복역해야 하는 수용자의 순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입소 횟수와 관련해서, 교정시설에 처음 입소한 수용자가 약 110명(45.1%)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수용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였다. 그 외, 교정시설에 2번 입소(50명, 20.5%), 교정시설에 3번 입소(35명, 14.3%), 교정시설에 5번 이상 입소(32명, 13.1%), 교정시설에 4번 입소(17명, 7.0%)한 수용자의 순서를 보였다. 또한 죄명에 따른 분포를 살펴보면, 재산범죄 수용자가 약 84명(36.8%)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그 외 범죄유형으로는 흉악 강력범죄(69명, 30.3%), 형법범죄(42명, 18.4%), 폭력 강력범죄(26명, 11.4%), 과실범죄(3명, 1.3%), 풍속범죄와 위조범죄(각, 2명, 0.9%)의 순서로 나타난다.
본 연구 결과에 대한 논의에 앞서 연구대상을 정신장애 범죄자로 한정하지 못한 점에 대해 본 연구의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자 한다. 정신장애 범죄자만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면 정신장애 범죄자만의 특징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정신장애 범죄자 중에서 중증 정신장애 범죄자의 경우, 이들의 응답을 도출하기가 극히 어려울 뿐 아니라 조사 결과의 일관성, 타당성 등도 의심될 여지가 크다. 반면 증상이 경미한 정신장애 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 역시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연구 성과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정신장애가 있는 수용자와 정신장애가 없는 수용자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연구를 실시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정신장애 범죄자를 주 조사 대상으로 하는 연구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다양한 검사 및 질적 연구 등을 병행하고, 직원에 대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태도, 인식과 같은 연구를 병행하여 본 연구를 더욱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본 연구의 대상 가운데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수용자는 전체의 약 4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신장애가 없는 수용자는 약 58.0%를 차지하고 있다. 정신장애가 있는 수용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정신장애는 조현병으로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의 약 24.5%를 차지하였다. 그 다음 순서로는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등이었다. 본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와 정신장애가 없는 범죄자 간의 비교 분석이 부족하였다는 점이다. 자기기입식 설문조사결과에 따른 연구였기에, 본인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들이 정신장애가 있는 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검사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이 두 집단을 구분하여 비교분석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와 정신장애가 없는 범죄자 두 집단을 별도로 구분하여, 이들에 대한 비교 분석적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검사뿐 아니라 질적 연구를 통해 본 연구의 결과를 더욱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진주교도소 등 총 6개의 교정시설 수용자 총 269명 중 불성실한 응답을 한 3명의 설문 조사지를 제외한 총 266명의 설문을 대상을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조사자 중 자신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응답한 인원은 전체 응답자의 약 42.0%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연구 대상자의 상당수가 정신장애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의 약 45%가 수용생활 중 불편한 점이 의료적 문제라고 답하였는데, 이는 수용동 시설이 불편하다는 22.2%의 답변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서 의료적 문제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질의한 의료적 문제는 통상적인 의료처우 뿐 아니라 정신장애 수용자에 대한 정신과적 의료문제를 포함한다. 현재 교정시설 내에 정신과 전문의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정신장애 수용자의 정신과적 의료처우(약 및 주사 처방)가 곤란한 실정임을 감안할 때, 법무부에서는 정신과 의료전문 교도소의 신설 또는 각 지방교정청별 지정법무병원의 선정 등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교정기관에서의 불편함이 발생할 경우 자살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아주 그렇다가 6.5%, 매우 그렇다는 6.2%로 응답하여, 전체 응답자의 12.7%가 매우 높은 자살생각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지에 대한 응답에서도 약 8.1%가 1회 이상 자살시도의 전력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 중 5회 이상의 자살시도를 하였다는 응답도 약 3.5%에 해당하여 연구대상자들의 자살시도 전력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수용생활 중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서는 1회 이상 시도하였다고 응답한 인원이 전체의 약 14.2%를 차지하였고, 교정시설 내에서 자살시도를 5회 이상 하였다는 대상자가 응답자 전체 인원의 약 2.4%를 차지하는 등 연구 대상자의 상당수가 자살 생각 및 자살시도의 전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의 연구대상자 중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가 전체 대상자의 약 42.0%를 차지하고 있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연구 대상자 중 가장 높은 정신장애는 우울증으로서 약 20%를 차지하였고, 그 다음 높은 순으로는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이 약 16.4%를 차지하는 등 자살과 관련된 정신장애가 연구 대상자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또한 연구 대상자의 높은 자살생각 및 자살 시도 전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정신장애가 있는 수용자 중 우울증 또는 조울증이 있는 수용자는 자살과 관련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자살과 같은 교정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 마련이 좀 더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교정시설에서 정신적 질환과 관련하여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의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약 73.0%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변하였으며, 정신적 질환과 관련하여 의료과 진료(의사)를 받았는지의 질의에서는 약 58.1%가 없다는 진술을 하였다. 또한 정신적 질환의 경우 치료를 받는다면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가의 항목에서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라고 응답한 수치가 27.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수용자들이 정신적 질환의 치료에서 정신과 의사와 같은 전문의의 도움을 실제 원하지만 교정현장에서는 인력부족 등으로 그렇지 못함을 수치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 수용자들의 수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전문병원의 추가 설립과 정신간호학, 정신보건임상심리학 및 정신보건사회복지학 분야의 전문인력 충원 등 대책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치료감호소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정신장애 관련 치료 및 프로그램을 치료감호소에서 받는 것이 적당하다고 응답한 수용자가 전체 응답자의 약 11.4%를 차지하였다. 또한 치료감호소가 아닌 곳 중 정신장애 치료를 받고 싶은 기관으로는 외부 정신건강병원이 35.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더불어 출소 후 정신장애 관련 치료를 받고 싶은 기관이 어딘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도 정신건강병원이 37.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정신장애 치료 및 프로그램의 운영에 있어 치료감호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높고, 외부 정신건강병원과 같은 곳을 연구대상자들이 가장 선호하게 된 이유는 이들이 수용자 신분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교정시설 내에서의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의 만족감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향후 이런 부분들은 다이버전과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강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일선기관과 지역 의료기관과의 통합적 네트워크 강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정신장애 수용자들은 정서적, 인지적인 결함, 빈약한 생존기술 및 사회기술, 심리적 외상, 성격장애, 약물오남용 등 복합적인 특성들로 인해 통상적으로 사회적응 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 범죄자들은 자존감이 낮고 문제해결능력도 부족하며 일반인에 비해 분노와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이 있다. 또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치료는 의료적 치료, 심리적 치료, 약물 및 행동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치료적 개입과 환경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나, 교정시설 내에서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치료적으로 개입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앞서 2019년 범죄백서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사회적 현상으로 정신장애 범죄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2019년 4월 진주에서 발생한 안00의 방화 및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의 원인도 조현병으로 확인되면서 정신장애 범죄자의 강력범죄화가 가속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강력범죄화의 증가는 결국 교정시설 내에서의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장애를 지닌 범죄자의 수가 증가함과 깊은 연관이 되며, 이들에 대한 처우 및 치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정신장애 수용자에 대한 대표적 시설내 처우로는 정신장애 범죄자의 치료를 위한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이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표10>의 치료감호자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2009년 당시의 치료감호 수용인원은 824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1,038명으로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피치료 감호자의 증가추세는 결국 국립법무병원 병동의 과밀화를 초래하고 정신과 전문의 등의 업무과로와 같은 문제로 불거지는 실정이다. 실제 2019년 4월 기준 국립법무병원 정신과 전문의 정원은 총 15명이지만 실 근무인원은 총 7명이었다. 정신장애 수용자가 2019년 기준 1,091명임을 감안할 때, 의사 1인당 156명(법정 기준인원 60명)의 정신장애 수용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립법무병원의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전문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법무부는 보다 많은 지정병원의 선정과 전문의를 충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서 다루었듯이 치료감호소인 국립법무병원의 과밀화는 단순히 국립법무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교도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치료중점교도소인 진주교도소의 경우도 정신장애 범죄자의 수가 2010년에는 1,544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2,459명으로 대폭 급증하여 과밀화가 심하였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과밀수용을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병원 중 5곳을 지정하여 정신장애 범죄자를 수용하려 하였으나 현재는 국립부곡병원 한 곳에서만 총40명의 정신장애 범죄자를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신장애 범죄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치료시설의 과밀화 현상은 단순히 수용공간의 부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의 안전, 위생 및 교정교화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정신장애 범죄자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고스란히 떠안기는 결과가 되므로 수용시설의 과밀화 해소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대책이 절실하다.
이러한 정신장애 치료시설의 과밀화 외에도 정신장애 관련 전문인력의 확충 역시 매우 시급함은 앞서 언급하였다. 교정당국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정신간호학, 정신보건임상심리학 및 정신보건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전문자격증 소지자를 지속적으로 채용하여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치료감호소인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정신장애 수용자의 치료 외에도 형사사법기관의 많은 정신감정 요청이 있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열악한 보수 및 높은 이직률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이직 이후 새로운 정신과 전문의를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각 교정청별로 지정법무병원을 지정하여, 전국의 정신장애 수용자를 각 교정청별로 분산하여 치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각 지방교정청에 지정법무병원 등을 지정하면, 정신장애 범죄자 수용의 과밀화 및 전문인력의 부족 등의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외국사례 중 독일의 경우, 사법 외래치료센터 및 병원치료 명령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치료감호가 필요 없는 정신장애 범죄자들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치료하는 ‘탈시설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영국도 ‘지역사회 치료명령’을 실시함으로써 치료감호가 필요 없는 정신장애 범죄자를 사회내에서 처우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정신건강법원’ 또는 ‘약물법원’과 같이 특화된 법원을 도입하여 치료감호가 필요 없는 정신장애범죄자를 사회내에서 치료하도록 처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서 언급한 치료감호소의 과밀화 및 인력부족과 같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 치료감호가 필요 없는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회내처우와 같은 외국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정신장애 범죄자 중 경제적 생활여건이 열악하고 다른 정신장애가 동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소 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재범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최근 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등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가운데 약 5만 4,000여 명이 매년 퇴원하지만, 이들 중 약 2만 명 정도는 다시 병원진료를 받지 않고, 정신과 진료를 사실상 중단한다고 한다. 즉 정신장애 환자 3명 중 1명은 정신병원 퇴원 후 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은 정신장애 범죄자가 출소 후 정신과적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과 상관이 높은 조사 결과이므로 법무부에서는 정신장애 범죄자의 출소 후 관리에 대해서도 법적, 제도적 장치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에 「정신보건법」에서 ‘외래치료명령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실제 집행률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 ‘외래치료명령제도’의 집행률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4건, 2018년은 총 13건에 불과하였다. 2017년 5월 이전에는 본인동의 없이 입원시키는 절차가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에 ‘외래치료명령제도’의 실효성이 없었기에 통계자료조차 없다. 이처럼 외래치료명령제도가 비록 실제 현장에서는 성과가 미흡한 측면이 있지만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 제도를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도입함으로써 정신장애 범죄자를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할 수 있는 대체방안으로도 검토가 가능하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강화를 위해서는 경찰과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의 교류 및 협력도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범죄자가 자해의 징후가 있거나 반복적인 폭행 및 욕설과 같은 공격 성향이 지속되어 긴박하고 위험한 경우로 판단될 경우에는‘응급입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복지부 지침에는 ‘정신건강 응급 매뉴얼’에 따라 경찰청, 소방청, 건강복지센터 등이 서로 협력하여 정신장애자를 응급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근거하여, ‘외래치료명령제도’와 ‘응급입원’과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하면, 정신장애 범죄자가 형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였을 때 또는 치료감호가 종료된 때에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정신장애 범죄자의 처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총 31명의 정신장애 수용자가 출소(가석방) 후 보호관찰기간 동안 정신과 통원치료를 받는 등 정신장애 수용자의 출소 후 사회내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연계 시스템이 더욱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유관 기관들(교정, 경찰, 소방,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공공책임제도의 도입과 지역 네트워크의 실질적 강화가 교정현장에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단행본]
•경찰청, 2019년 경찰통계연보, 제63호, 2020.[국내 학술지 및 논문]
•강경래, “정신장애범죄자에 대한 사회내처우의 확대방안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13(1), 2010.[외국 단행본]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 Seoul: Hakjisa, 2015.[외국 학술지 및 논문]
•Bonta, J., Law, M., & Hanson, K., “The Prediction of Criminal and Violent Recidivism among Mentally Disordered Offender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23(2),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