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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January + Vol. 56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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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오늘

천년의 고도를 빼닮은 고풍스러운 품격

경주교도소

강진우 사진 홍승진

‘천년의 고도’ 경주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로 손꼽힌다. 편리함이 넘치는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랜 세월을 견디며 묵묵히 길러 온 고즈넉한 멋스러움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로 개청 51주년을 맞은 경주교도소도 경주에 버금가는 고상한 품격을 바탕으로 수용자 교정교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 곳곳에 살아 숨 쉬는 경주의 기품

일기예보에서는 분명히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막상 경주교도소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 청사 쪽으로 고개를 틀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새파란 하늘보다 더 새파란 기와지붕을 눌러쓴 경주교도소 청사가 든든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건물과 담벼락 위에 빠짐없이 얹힌 파란 기와지붕은 경주교도소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신라의 고도에 자리한 교정시설다운 고풍스러운 전경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경주교도소 담벼락의 기와지붕 아래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을 염두에 둔 장방형 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각 구역을 나누는 쇠창살에도 한국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1973년 9월에 개청한 비교적 오래된 교도소임에도 시설을 돌아보는 내내 낡았다는 느낌 대신 소박하고 고즈넉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경주의 불교 유적지가 모여 있는 남산의 서쪽 기슭에 터를 잡고 있다는 점도 경주교도소의 빼놓을 수 없는 특장점이다. 교도소 뒤편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남산의 푸른 전경과 고고한 정기는 분명 수용자 교정교화와 마약류사범 재활교육 대상 수용자 교육 전담 교정시설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2 신라의 기상을 연상케 하는 활기찬 노력

신라는 삼국시대 초기 가장 작은 나라였지만, 특유의 옹골찬 기상으로 끝내 통일의 주인공이 됐다. 경주교도소도 이런 신라의 기상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작지만 내실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보안구역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무균소독실은 2021년 10월 설치됐다. 외부에서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예외 없이 이곳을 거쳐야 비로소 내부 시설에 들어설 수 있다. 감염병으로부터 직원과 수용자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수용자의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의료과에서는 각종 진료가 한창이었다. 한편에서는 한 수용자가 2021년 구축된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받고 있었으며, 의료과 직원은 차트에 진료 결과를 면밀하게 받아 적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방사선실에서는 공중보건의가 수용자의 엑스레이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수용자가 건강해야 교정교화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의료과 직원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경주교도소의 부지는 경주 남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시설 증개축이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경주교도소는 지속적인 개선 및 보수를 통한 시설 내실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운동장 뒤편의 수용동 외벽에서는 거실 보온 강화를 위한 외단열 공사가 한창이었다. 더불어 얼마 전에는 노후화된 경유 보일러를 최신 천연가스 보일러로 교체, 에너지 절감과 난방 효율 향상을 동시에 이뤄 냈다. 이렇듯 고즈넉해 보였던 경주교도소의 담장 안쪽에는 진심 어린 교정교화와 시설 내실화를 향한 노력이 활기차게 펼쳐지고 있었다.

#3 오래됨과 새로움의 아름다운 공존

오후 2시, 보안과 직원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분주해졌다. 수용자 도주에 대비한 도주훈련이 진행된 것이다. 직원들은 무전기로 실시간 상황을 주고받으며 도주 수용자 위치를 파악했고 실제를 방불케 하는 날랜 움직임으로 신속한 검거에 성공했다. 수용자 교정교화는 법과 원칙에 의한 수용 질서 확립 위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경주교도소는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의 안전과 수용자 교정교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을 위해 직원 업무 공간 개선 및 복지시설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야간 근무자를 위한 직원 침실 추가 설치, 화장실 리모델링 및 여자화장실 공사, 샤워장 확충 등을 진행했으며 올해에는 비상대기숙소 세탁실 설치 및 순차적 숙소 리모델링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와중에 ‘오래된 것은 부수고 새롭게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경주교도소를 속속들이 둘러보면서 굳이 부수지 않더라도 오래됨과 새로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천년의 고도를 빼닮은 경주교도소 특유의 아름다움과 옹골찬 가치관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