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뉠 것이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코웃음 쳤던 기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여타 전염병처럼 몇 개월 조심하면 금방 좋아질 줄 알았는데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들어 마스크 착용이 자연스러워진 것을 보면 인간의 적응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교정시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비용 절감과 교도소 내 밀수품 차단 등을 목적으로 2017년 웨스트버지니아주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이었던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이 뉴욕, 위스콘신 등을 포함한 14개 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이란 교도소 또는 제3의 민간 업체를 통해 배달되는 우편물을 검사하고, 이상이 없을 시 원본을 복사 또는 스캔해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미주리주에서는 2022년 7월부터 민간 업체와 계약한 후 수신된 우편물을 스캔해 수용자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뉴욕주는 동년 8월부터 교도소 내에서 자체적으로 우편물을 스캔해 수용자에게 전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스캔 된 우편물은 편지 봉투를 포함한 인쇄된 사본으로 재소자에게 직접 전달되거나, 웹사이트 등과 같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되고 수용자가 직접 열람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일부 교도소에서는 태블릿 PC 또는 공유 키오스크를 활용해 스캔 된 우편물을 수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령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수용자는 횟수 제한 없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해외 거주 등의 사유로 접견이 어려운 가족, 친지 또는 친구 등 민원인의 경우 법무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인터넷 편지를 통해 수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는 우편물을 통한 전통적인 서신교환을 보완하는 제도로 전술한 미국의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서신교환은 사회로부터 격리된 수용자들이 외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수용자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족 또는 지역사회의 지지는 수용자 안녕의 중요 요소 중 하나며, 궁극적으로는 재범 위험성 감소로 인한 공공안전에 이바지한다고 봤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물리적 우편물은 사랑하는 사람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딸이 그린 그림의 크레용의 촉감을 느끼는 등 가족, 친구들과의 가시적인 연결(tangible links)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을 도입한 교정당국은 교정시설 내 우편처리 비용 절감, 교도소 내 밀수품 반입 차단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편물을 통해 시설 내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교정학자는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새로운 서신교환 정책을 도입한 궁극적 목적 중 하나는 교도소 내 밀수품 차단에 있다. 특히, 최근 일부 교도소에서는 액상 K2(합성 마리화나 일종)가 우편물을 통해 밀반입돼 큰 문제가 됐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을 도입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를 보면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플로리다 교도소에서 압수된 210만 개의 밀수품 중 1.7%만이 물리적 우편물을 통해 반입됐고, 우편물을 통해 반입된 밀수품은 대부분 테이프, 향수, 립스틱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리적 우편물은 수용자들에게 큰 정서적 가치를 지니고, 정상적인 수용 생활을 할 수 있는 희망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예컨대, 플로리다에 수감 중인 한 수용자는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으로 편지를 만지거나 봉투에서 향수 냄새를 맡는 긍정적인 경험을 잃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스캔 된 복사본은 수용자들의 긍정적 경험의 기회를 박탈하며, 교도소로 보내지는 우편물이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스캔 되거나 파괴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주에서의 경우와 같이 교정당국이 아닌 민간 기업이 우편물을 스캔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끝으로, 우편물에 대한 교정당국의 지나친 개입은 자유로운 서신 왕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우편물의 전체적인 양이 감소되고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내 많은 주정부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자식 서신교환 정책(물리적 우편물 금지)은 서신교환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인 적극적인 외부와의 소통을 통한 재범 위험성 감소 및 재사회화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수용자들의 복지를 해치는 동시에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아직 국내 적용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진행되는 연구 결과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