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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pril + Vol. 56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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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오늘

거친 수용자 마음을 진주처럼 매끄럽게 다듬다

진주교도소

강진우 사진 홍승진

진주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낮은 건물들과 탁 트인 하늘, 남강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과 진주성으로 대표되는 소담스러운 유적이 뾰족해진 심성을 원래 모습대로 다듬어주는 것. 진주교도소도 진주 특유의 고즈넉한 편안함을 그대로 빼닮았다. 수용자들은 그 안에서 진주처럼 모난 곳 없이 새하얗고 동그랬던 자신의 본성을 서서히 되찾아간다.

#1 115번째 봄을 맞이한 진주교도소

봄기운 완연한 어느 날, 서부 경남의 중심인 진주시 한편에 자리한 진주교도소로 향했다. 정문을 넘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청사 앞 공원은 봄 그 자체다. 족히 수십 년은 서 있었을 법한 소나무 군락 사이사이로 철쭉과 벚꽃 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더없이 푸른 하늘과 적당히 따스한 바람이 더해진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으려니, 취재진을 마중 나온 총무과 정주영 교위가 봄꽃처럼 활짝 웃으며 말을 건넸다.
“4월 초가 되면 온갖 꽃들이 진주교도소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교정공무원과 수용자 모두의 마음이 절로 포근해지는 시기죠. 모르긴 몰라도 봄에 가장 아름다운 교도소 중 한곳으로 꼽힐 자격이 충분할 겁니다.(웃음)”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개청 100주년 기념비는 진주교도소의 기나긴 역사를 대변한다. 1908년 4월 진주감옥으로 개청 후 1915년 진주시 상봉서동으로 이전, 1989년 12월 현재 위치로 다시 한번 자리를 옮긴 뒤 지금에 이르고 있는 진주교도소는 오늘날 중증 정신질환 및 결핵 수용자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처우 중점 교정시설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정신질환 수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기에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진주교도소 교정공무원 400여 명은 바윗돌 같은 단합력과 외부 기관 못지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용자 심신 안정과 효과적 교정교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2 수용 생활에 심신의 건강을 더하다

중증 정신질환 수용자 치료를 전담하는 만큼, 진주교도소는 일반 교정시설에서는 보기 힘든 심리치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심리치료과 한쪽에 마련된 심리치료 상담실에서는 외부 전문의와 수용자의 화상심리치료가 진행 중이었다. 전문가의 심리치료와 적절한 약물 처방, 종교활동 등을 통해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으며 최근에는 출소 후 사회 복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수용자의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심리치료센터에서는 ‘2023 마음치유 프로그램’ 1회차 교육이 한창이었다. 사회성 증진·정신건강·인지행동치료·예술치료 등 건강한 수용 생활을 위한 다각적 교육이 11주에 걸쳐 이뤄지는데, 1회차 교육이 막바지에 다다른 덕분인지 참가 수용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그들의 정돈된 마음을 증명하듯, 심리치료실 한편에 마련된 실습실에는 수용자들이 직접 만든 한지 공예품이 정갈한 멋을 품은 채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의료 수용동 끝단에 마련된 결핵 수용동도 진주교도소의 특징적인 시설이다. 결핵 수용동의 유리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복도와 각 거실에 상당한 규모의 음압 설비가 설치돼 있는데, 이 설비가 결핵균을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결핵 수용동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시기에 확진자 수용동으로도 활용됐으며,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3 널리 가지를 뻗는 ‘함께하는 교정행정’

진주교도소는 교정공무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심리치료과의 전문성을 활용해 개별 상담 및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마침 여성 수용동에서 심리치료과 직원이 교정공무원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기에 현장을 찾았다. 내담자의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알맞은 조언 및 처방을 전하는 심리치료과 직원과, 그 이야기를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내담자 사이에서 두터운 신뢰 관계가 물씬 느껴졌다. 아울러 진주교도소는 올해 안에 교정공무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심신 안정실을 보안청사 2층에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수용동으로 향하는 복도에 전시된 가온길 갤러리는 교정공무원과 수용자 모두에게 심신의 안정과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이곳에는 1991년부터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화(禪畵) 무형문화재 성각스님의 선화 작품 24점이 걸려 있는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푸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진주교도소 교정공무원들은 이렇게 얻은 정서적 풍요를 기꺼이 지역사회와 나눈다. ‘진주교도소 나누미 봉사단’을 중심으로 자매결연가정 돕기, 관내 모범학생 장학금 지원, 소외계층 위문금 전달 등의 활동을 폭넓게 펼친다. 진주교도소가 추구하는 ‘함께하는 교정행정’은 이렇듯 수용자와 교정공무원, 나아가 지역사회의 행복까지 두루 챙기는 모습으로 꾸준히 성장·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