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이정도 출처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죄명은 ‘팬심 방화죄’. 펭수와 현직 교정공무원들이 유쾌하게 풀어낸 ‘자이언트 펭TV’의 수용 생활 에피소드는 국민에게 교정시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교정공무원과 수용자 교정교화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 내는 역할도 수행했다.
성인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몸집과 초점을 알 수 없는 부리부리한 눈, 벚꽃을 닮은 연분홍빛 볼터치와 정수리를 감싸는 노란색 헤드폰. 펭수는 묘하게 귀여운 외모와 MZ세대 특유의 당돌한 성격을 바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EBS 최고의 인기 캐릭터다.
이런 펭수가 이번에는 서울동부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정본부와 서울동부구치소의 협조하에 수용 생활 에피소드 촬영에 나선 것이다. 서울동부구치소에 도착한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은 하루 종일 구치소 안팎을 다니며 교정공무원의 업무와 수용 생활의 단면을 펭수 특유의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원활한 촬영을 위해 촬영 10일 전 사전 답사를 도왔으며, 구치소 내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만큼 치밀한 계호 계획을 수립·실행했다. 영상 속 펭수의 일대일 계호는 ‘몸짱’으로 유명한 수원구치소 보안과 박정호 교감이 도맡았다. 해당 에피소드는 지난 3월 31일 저녁 7시 35분 EBS1 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자이언트 펭TV’ 제282회 ‘펭수, 수감되다’ 편은 호송 버스에 탑승한 펭수가 구치소에 입소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남다른 매력으로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끝에 ‘팬심 방화죄’를 선고받은 펭수는 구치소의 첫 관문인 신입실에서 신원 조회, 신상 확인, 신체검사 절차를 차례대로 밟았다.
지정받은 수용 거실에 발을 들인 펭수는 좌충우돌 가상 수용 생활을 이어 나갔다. 신입 수용자와 이런저런 말썽을 피우기도 하고, PD와 면회하는 도중 난동을 피워 기동순찰대에게 끌려가기도 했지만, 어느새 마음을 고쳐먹은 펭수는 서서히 모범 수용자로 성장해 나간다. 펭수를 일대일 계호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박정호 교감은 교정 질서 확립 차원에서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수용자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교정교화의 과정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펭수와의 대화를 통해 교정공무원들의 고충을 알린 값진 시간도 마련됐다. 그간 겪은 사건들을 펭수와 함께 겪은 것처럼 이야기한 박정호 교감은 펭수가 건넨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의 이야기에 실제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수용 생활에 최선을 다한 펭수는 극 중 시간 3년 만에 출소, 제작진과 함께 새로운 삶을 다짐했다.
이번 ‘자이언트 펭TV’ 촬영은 여러모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인기 캐릭터인 펭수를 통해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 수용자 교정교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첫 번째 성과다.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이 눈에 보이지 않아 관심을 갖지 못한 국민들에게 한결 다가서기 쉬운 유쾌한 문법으로 교정시설 안팎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실제 수용 생활의 일면과 교정공무원의 임무를 축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방송과 영화에서는 교정시설의 역할과 수용 생활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접한 국민들은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갖기 쉬웠는데, 펭수와 출연 교정공무원을 통해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이를 증명하듯 ‘펭수, 수감되다’ 편 공개 직후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채널에는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을 응원하는 2천여 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지금도 조회 수와 댓글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교정본부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를 통해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수원구치소 교감 박정호
“이번 촬영에서 펭수를 일대일로 계호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교정시설의 안팎과 교정공무원의 업무, 수용자의 수용 생활을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촬영에 임했는데요. 특히 교정공무원의 고충을 이야기했을 때 펭수가 정말 고생 많다며 응원을 건네줘 큰 힘이 됐습니다. 촬영을 위해 애써 주신 제작진과 서울동부구치소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동부구치소 교위 이승훈
“사실 펭수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관심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아들이 펭수를 엄청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더욱 열심히 촬영 협조 및 지원에 임했는데요. 많은 국민들, 특히 제 아들에게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호송 버스 계호할 때 출연했으니, 이번 편은 아들과 함께 반드시 본방 사수하려고 합니다.(웃음)”
서울동부구치소 교도 하지성
“현재 신입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자이언트 펭TV’ 촬영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평소 펭수를 좋아하는 데다가, 앞으로의 교정공무원 생활에서 다시 찾아오기 힘든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인데요. 입담 좋은 펭수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신입 수용자 입소 과정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