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023 Febuary + Vol. 561

2023

02

외부 칼럼

검은 토끼의 해를 관통하는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이준섭 문화칼럼니스트

지난 15년간 매년 우리를 찾아와 사회의 변화상과 새해의 트렌드를 전해 주고 있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렵다는 올해를 영민한 토끼처럼 슬기롭게 뛰어넘을 수 있는 ‘트렌드 지혜’를 이 책에서 찾아보자.

우리나라 트렌드의 궤적을 환히 밝히다

<트렌드 코리아>는 김난도 교수와 그가 센터장으로 있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10월께에 출간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트렌드 저서다. 소확행·팬슈머·오하운·득템력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트렌드 신조어를 만들어 낸 주인공이자 한 해의 굵직한 트렌드의 흐름을 정확하고 명쾌하게 짚어 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디어와 언론이 앞다퉈 매년 발표되는 <트렌드 코리아>의 10대 키워드를 여러 개의 뉴스 꼭지로 다룰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덕분에 이 책은 발간일부터 이듬해 초까지 상당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최대 강점은 15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트렌드 정보를 수집·분석해 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의 변화상을 보다 명확하게 짚어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책은 지난해를 돌이켜보는 1부와 새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덕분에 트렌드 변화의 배경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10대 키워드를 연도별로 정리해 살펴보면 세상의 중·장기적인 변화를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다. 아울러 각 키워드는 이후에 발표된 키워드와 묘하게 연결된다. 예컨대 2017년의 키워드 중 하나인 ‘욜로라이프’는 2018년의 ‘워라밸 세대’, 2019년의 ‘소확행’으로 점차 변형되며 명맥을 잇고 있다.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면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어려움 속에서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

모두의 바람처럼 좋은 소식이 넘치는 2023년이 되면 좋겠지만 전문가들은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년간의 팬데믹, 신냉전 시대 도래,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완연한 둔화 혹은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 번에 금리를 대폭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여러 차례 단행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리도 빠르게 높아졌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는 2023년도 1~2분기에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대내외적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당시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 훨씬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도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이 여전히 건재하고 K-콘텐츠를 통한 문화 성장 동력이 갖춰진 만큼 2008년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가 불경기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지출을 줄이고 최대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반면, 이른바 ‘작은 사치’를 위한 명품시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가 자리한다. 결국 2023년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는 ‘경기 침체’와 ‘MZ세대’이며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2023년을 대표할 10대 소비 트렌드를 아래와 같이 선정했다.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의 분석인 만큼 잘 살펴보면 앞으로의 시간을 대비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
선정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1. 1. 평균실종

    사회가 다변화됨에 따라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가야할 때다.

  2. 2. 오피스 빅뱅

    팬데믹 이후 직장 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바뀌며 근무 환경의 변화가 일고 있다.

  3. 3. 체리슈머

    알뜰하고 합리적인 전략적 소비를 지향하는 ‘체리슈머’가 늘고 있다.

  4. 4. 인덱스 관계

    요즘 세대는 인간관계를 인덱스(색인)로 분류·정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5. 5. 뉴디맨드 전략

    불황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체 불가 상품이나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6. 6. 디깅모멘텀

    디깅러들은 좋아하는 것을 통해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7. 7. 알파세대가 온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는 출생 직후부터 첨단 IT 기술에 노출된 디지털 세대이다.

  8. 8. 선제적 대응기술

    인간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미리 개발하는 선제적 대응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9. 9. 공간력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춘 공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10. 10. 네버랜드 신드롬

    어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는 시대, 청춘과 연륜의 조화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