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사진 이정도
어떤 분야이건 학술 연구는 근간이자 시작점으로 작용한다. 한국교정학회는 교정행정의 이론적·학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연구 활동의 질적·양적 증진의 토대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이론과 현장의 긴밀한 연결 고리를 구축하며 실효성 높은 학문 연구를 이어간다. 29대 회장으로 선출된 오경식 회장은 2023년 새로운 전진과 도약을 약속했다.
꽤 오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빌드업(Build-up)’이라고 한다. 한국교정학회의 행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1990년 창립된 한국교정학회는 실무현장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교정행정 발전의 근간을 마련하는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회원의 고민과 노력을 거쳐 축적된 연구결과와 학술정보는 마치 하나하나 디딤돌을 놓는 것처럼 교정행정이 진일보하는 데 크고 작은 역할들을 해왔다.
제29대 회장으로 활동 중인 오경식 회장은 한국교정학회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창립 당시 만 30세의 새내기 학자로서 학회 창립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이다.
“학회 창립 멤버였다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회장으로 취임하니 감개무량한 동시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회장은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서 이를 집행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시점에서 한국교정학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임이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올해 역점 사업을 집행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올해 학술대회의 주요 주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정활동과 재범예방을 위한 교정의 역할’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자와 실무가들이 함께 학술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며 교정현장과 시설참관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술지의 논문투고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논문투고부터 심사·발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주요 과제다. 올해 학술지 발간 제33권 제1호부터 논문투고시스템 도입이 시작된다.
한국교정학회의 회원은 800여 명에 달하며 전문 학자들과 교정 현장의 실무가들이 함께 활동한다. 교정학, 범죄학, 법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등의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비롯해 5급 이상의 교정공무원들과 교화위원 등이 한데 모여 교정행정 발전을 위한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하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 교정본부와의 유기적인 상호협조를 기반으로 교정학문 발전과 교정현장의 실무 개선을 이어간다. 오경식 회장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회원 중심’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학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회원들이 지향하는 접점을 파악하고 이를 연구 활동에 녹여내면서 공감대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회원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는 주제가 교정현장의 선진화와 범죄예방을 위한 교정활동, 교정현장에서의 인권입니다. 특히 교정 현장의 실무가들이 자긍심을 갖고 본래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방향과 이론 형성이 시급하죠. 이렇듯 필요한 담론들이 심화·발전되는 과정의 발판이 되고자 합니다.”
한국교정학회는 30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교정행정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했다. 과거 교정시설은 교정의 측면보다 인권침해의 현장으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과 부정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학자들과 실무가들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인식을 개선했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학회는 더욱 힘을 보태고 뒷받침할 것입니다. 향후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교정현장의 선진화와 수용자 재범방지 및 인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한국교정학회의 지난 성과 중 눈여겨볼 점은 교정현장 실무가들이 학자로 전환한 것이다. 많은 실무가들이 지속적인 학문적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장과 이론을 결합한 상호 상승작용을 통해 학문적 깊이를 더해가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교정행정의 발전은 실로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으로 행해지는 법. 한국교정학회는 ‘사람’으로부터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중이다.
한국교정학회는 팬데믹으로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해외 유관기관과의 교류를 재개하고 교정공무원과 교정현장의 선진화와 인권 등에 대한 실무 및 이론적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중단됐던 중국감옥공작협회와의 상호 교류를 다시 시작하며, 일본 교정협회 사토루 오하시 이사장과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교정 현장과의 교류도 실현할 계획이다. 특히 엄격성과 질서가 잘 구축된 일본 교정현장은 교정공무원의 업무 효율이 높은 터. 오경식 회장은 다양한 현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내 교정행정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정학회에는 다양한 학문전공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젊은 학자가 부족합니다. 미래 교정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학자들이 꾸준히 활동해야 합니다. 최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만큼 젊은 변호사와 학자들에게 다양한 연구공간과 학술토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겠습니다.”
수많은 회원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오경식 회장은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회원들에게 더욱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학문적 토론과 이론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자유로운 학회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학문적 성과가 탄생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회의 최대 과제는 교정청 독립입니다. 그 이전에 법무부에 교정, 소년정책, 외국인 등을 관장할 수 있는 법무부 2차관이 신설돼 제도적 조직 개편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자로서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마음을 지닌 채 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한국피해자학회, 한국소년정책학회 회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정현장과 교정 관련 학자들의 학문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교정행정은 우리 사회의 법질서 확립과 안전에 직결된다. 한국교정학회는 현장과 학문, 사회의 유기적인 경험의 고리를 구축하며 교정행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갈 것이다. 앞으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발굴하고 당면 과제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할 한국교정학회의 행보를 기대한다.
오경식 회장은 1987년 형사법 교수로 임용된 후 36년째 학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현재 국립강릉원주대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제15대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 제6대 한국피해자학회 회장, 제7대 한국소년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한국교정학회 29대 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