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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전해요

인천구치소 미추홀 보라미 봉사단

인천구치소는 ‘미추홀 보라미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성금을 모아 기관 세 곳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고 주기적으로 찾아가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설을 앞두고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독거 어르신을 찾아가 안부를 전하고, 노숙인재활시설 ‘은혜의집’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20년 새해에도 계속된 ‘미추홀 보라미 봉사단’의 활약을 소개한다.
글. 양지예 / 사진. 김도형
(왼쪽부터)김지훈 교감, 임지민 교감, 김건중 교위, 이남웅 교도, 고미숙 교사, 김상희 교도, 이희남 교사

인천구치소와 황영자 할머니의 오랜 인연

시야를 가리는 뿌연 미세먼지가 모처럼 사라지고, 따사로운 햇살과 파란 하늘에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진다. 황영자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고미숙 교사와 김상희 교도의 발걸음이 더욱 경쾌하다. 인천구치소는 부서마다 취약계층 독거노인과 결연을 맺고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총무과는 주민센터의 소개로 황영자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지 5년이 넘었다. 순환근무를 하는 탓에 몇 번 직원들이 바뀌었지만 할머니와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부서를 대표해 고미숙 교사와 김상희 교도가 한 달에 한 번 할머니를 찾아뵙고 있다.
“할머니를 찾아뵌 지는 3년이 다 되어갑니다. 2017년 전임자와 함께 처음 할머니를 만났고 지금까지 찾아뵙고 있죠. 처음에는 업무처럼 시작된 만남이지만 이제는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뵙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할머니가 좋아해 주셔서 더 감사해요.”
5년 전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식까지 없는 형편이라 사람이 그립다는 할머니. 할머니는 이날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그들 또한 할머니를 만나는 날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할머니가 얼마나 눈 빠지게 기다리실지 알기에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는 직원들

구치소 담장을 따라 쭉 걸으면 머지않아 조금 휑하고 을씨년스런 길이 나온다. 재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빈 건물만 남아 쓸쓸한 길. 한 집 걸러 한 집이 빈 건물들인 가운데, 가건물같이 생긴 작은 집 한 채가 바로 황영자 할머니 댁이다. 김상희 교도가 앞서 집 안으로 들어가자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직원들을 반겼다. 오늘은 특별히 김건중 교위도 동행해 반가움이 2배다. “어휴~추운데 어여 들어와!”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부여잡으며 뜨끈하게 데워진 방 안으로 이끄는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매달 올 때마다 첫 만남은 외로움과 반가움이 뒤섞여 항상 눈물 바람이다.
방안에 들어서니 냉장고와 TV, 작은 침대와 수납장이 전부인 단출한 살림이다. 낡은 집에 오래된 가구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살림에서 할머니의 부지런한 성격이 느껴졌다. 구부러진 허리를 다 펴지도 못한 채 일어서서 손님을 맞이한 할머니는 직원들이 앉자마자 박카스와 요구르트를 내어놓았다. 혹여나 직원들이 추울까 방을 뜨끈하게 데우고 전기장판까지 높은 온도로 올려놓아 따뜻하다 못해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할머니께서 항상 오기 전에 꼭 전화하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세요. 평소에 혼자 계실 땐 난방을 안 하시는데 약속한 날이면 이렇게 뜨끈하게 집을 데워놓으시는 거죠.” ‘사람이 그립다’는 할머니는 직원들이 오면 그동안 못 했던 말들을 하고 또 한다. 똑같은 말에도 귀 기울여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직원들 덕분에 할머니의 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급기야 손수건에 고이 싸놓은 할아버지의 옛 사진, 서랍 깊숙이 넣어 놓은 영정사진까지 꺼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영정사진은 인천구치소 직원들이 5년 전에 찍어준 거예요. 액자까지 해줘서 잘 간직하고 있어요. 혼자 살면 죽고 나서가 걱정인데 이런 것도 찍어주고 정말 고맙죠.”
“특별히 해드리는 것은 없어요. 그냥 와서 할머니 말씀하시는 거 들어드리고 직원들이 모은 작은 성금을 전달하는 것이 다예요.”

마음을 담은 선물과 성금 전달

고미숙 교사는 혼자 사는 할머니의 끼니가 가장 걱정이다. 평소 냉장고에 찬밥 덩어리밖에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약속한 날이 아니더라도 퇴근길에 가끔 들러 반찬을 갖다주며 들여다본다. 정작 본인은 별거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지만 반찬을 챙긴다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인지 알기에 할머니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졌다.
“사실 특별히 해드리는 것은 없어요. 그냥 와서 할머니 말씀하시는 거 들어드리고 직원들이 모은 작은 성금을 전달하는 것이 다예요.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면 정말 기쁘죠.”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은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할머니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암 수술에 뇌출혈, 고혈압 등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어 일을 전혀 못 하시기 때문이다.
오늘은 설을 앞두고 자그마한 선물도 준비했다. 햄 통조림과 식용유 등이 들어있는 선물세트다. “저번에 준 것도 잘 먹었는데… 김치 넣고 통조림 하나 넣으니까 진짜 맛있더라고.” 끼니때마다 반찬이 걱정인 할머니에게는 유용한 선물이다.
이제 일터로 돌아가야 할 시간. “조금 더 있다 가지…” 아쉽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온다는 걸 알기에 할머니도 직원들을 더 붙잡지는 못한다. “우리 또 올 테니까 밥 잘 챙겨 드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김상희 교도는 마지막까지 손녀처럼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할머니는 여느 때처럼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문밖에까지 나와 직원들을 배웅했다. “추운데 들어가세요!” 직원들은 다시 한 달 동안 자신들을 기다릴 할머니가 눈에 밟혀 계속해서 돌아보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노숙인재활시설 은혜의 집에도 성금 전달해

인천구치소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해 설 명절이 되면 노숙인재활시설 ‘은혜의집’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노숙인 인식개선 사업에 동참해 노숙인들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에도 설을 앞두고 시설을 방문해 이용자들을 위한 성금을 전달했다. 김지훈 교감은 “은혜의집은 인천구치소와 인연이 깊다”며 “인천구치소 수용자가 퇴소해 거처할 곳이 없고 사회복귀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은혜의집이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구치소 직원들은 “노숙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노숙인 시설과 이용자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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