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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안녕하십니까?

글. 이정미(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심리학이 나를 안아주었다> 저자)
“안녕하세요?”는 우리가 하루에도 수차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안녕이 뭔지 잘 알지 못한다. 안녕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인사차 묻는 ‘말’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타성에 젖어 별 의미 없이, 상대가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을 만큼 그저 몸에 밴 오랜 습관이 돼버린 무의미한 말인 안녕을 이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지금, 안녕하십니까?
대체로 우리는 함께 공유해 온 시간과 경험의 양에 따라, 사귀어온 깊이에 따라 그 사람이 별일 없는지, 하는 일은 잘 되는지, 가족들은 모두 평안한지 마음을 담아 물을 때 눈을 맞추며 “잘 지내요?”라고 묻는다. 이때 우리는 상대방이 잘 지내는지 궁금할수록 그와 눈을 맞추며 대답에 귀를기울인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자기 자신의 안녕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다. 왜 우리는 자기 자신의 내면에 이토록 무관심할까? 평소 마음의 안녕을 착실히 챙긴 사람은 삶의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을 비축해두는 셈인데 말이다.
심리학적 의미에서 ‘안녕’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과 같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행복이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항구하게 철학의 주요 주제로 여겨져 왔기에, 1890년 경 철학에서 파생된 신생 학문인 심리학에서는 행복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에 집중했다. 심리학 탄생 이후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등장한 긍정심리학은 행복을 탐구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안녕’(well-being)이란 새로운 개념을 구성했다. 심리학자들은 탐구하고자 하는 개념의 명칭과 정의를 두고 강박적일 정도로 예민하게 구는 편인데, 어떤 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안녕을 다양하게 구분하였다.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가에 중점을 둔 ‘정서적 안녕'을 시작으로, 얼마나 잘 기능하며 살고 있는가에 중점을 둔 ‘심리적 안녕’과 자신이 몸담고 살고 있는 사회와 얼마나 관계를 잘 맺으며 살고 있는가에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안녕’, 나아가 자연이나 우주 또는 신과 같은 더 큰 존재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영적 안녕’까지 확장되었다.
정신의학에서도 어떤 상태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볼 것인가에 대해 변화가 일어났는데, 예전에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로 여기던 소극적인 관점이었다면 긍정심리학의 출현 이후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안녕한 역동적인 상태’(WHO, 1998)를 뜻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행복이란 단순히 개인의 정서적 만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잘 기능하고, 자신이 속한 이웃, 마을, 직장, 단체 등 공동체와 잘 지내면서, 나아가 초월적 존재 및 더 큰 공동의 선(善)을 향한 가치지향에 있어서도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제 당신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을지 모르겠다. 마침 새해가 시작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2020년 현재 당신이 얼마나 안녕한지, 얼마나 잘지내고 있는지, 자신의 내면에 눈을 맞추고 묻고 또 답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신체적 안녕은 몸을 중심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 될 일이다. 여기서는 내적인 측면, 마음을 중심으로 안녕을 점검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난 한 달 동안을 되돌아보았을 때, 다음에 제시하는 내용들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다음을 기준으로 각 문항 옆에 점수를 기입하고, 채점하면 된다. 채점결과, 혹 다른 영역들보다 부족한 영역이 발견되면 그 부분을 좀 더 증진하고자 주의를 기울이면 될 일이다.
당신은 지금,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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