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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March + Vol. 56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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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교정행정의 혁신,
가능할까?

오경식

한국교정학회 회장,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화되고 있다. 사이버, 모바일, AI 등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 등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이 절박한 현실이다. MZ세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적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교정시설은 전혀 다른 사회다. 교정시설에는 현재의 변화와 무관한 과거 입소자와 최근 입소자들이 문화적 갈등 속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의 공간

교정시설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혼재된 공간이다. 공통적인 규율이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 속에서 서로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일반 사회와는 차원이 다른 완전한 별개의 공간이다. 당연히 적응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양한 갈등 중 문화, 세대 간 갈등 외에도 시설이 가지고 있는 갈등 즉 과밀수용, 의료갈등 등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갈등이 상존하는 열악한 공간이 교정시설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분쟁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수용자와 교정공무원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다. 이와 함께 교정업무 관련 소송이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인권을 내세워 수용자들의 고소, 고발이 남발돼 최근 5년 사이에 그 건수가 2~3배로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교정기관에서 수용자를 상대로 한 고소, 고발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국내법을 위반해 수용자의 신분으로 교정시설에 입소하는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수용자는 UN 범죄자 처우최저준칙 등에서 권고하는 처우기준에 따른 개별처우를 해야 하고, 국내 수용자와 처우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교정시설 내 여성수용자와 여성공무원의 증가에 따라 교정행정의 개편도 필요하다. 선진 교정시설에서는 상당수의 여성 교정공무원이 일선 계호업무에 배치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마약류 수용자의 증가 등 범죄에 따른 분리 수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법정형의 강화로 중형수용자의 증가로 고령수용자가 증가돼 이들에 대한 처우 또한 준비돼야 한다.

선진 교정을 위한 전제 조건

이것이 우리 교정시설의 현주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정공무원의 책무만 강조하는 일방적인 교정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진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정인력 대비 과밀수용상태인 현재 법무부 내의 교정본부 형태로 정책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진 외국의 교정시설 다수는 독립행정기관으로 현안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을 볼 때 독립청으로의 개편이 시급하다. 또한 선진 교정행정 업무를 시행하기 위해 선진화된 교육과 연구를 위한 교정교육 연구기관의 설립 또한 필요하다. 물론 교정학회 등 관련학회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필수적이다.
과밀수용이 정부의 예산으로 해소될 수 없을 경우 수용자 숫자를 합리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적절한 사회 내 처우가 수반된 가석방이나 전자감시를 통한 가택구금 등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과밀수용을 해소해 시설 내에서 선진 교정행정을 펼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방안은 공통된 규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규율을 엄격히 집행하고 권위를 서로 존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규율을 만드는 자나 그 규율을 따르는 자 모두 그 규율을 존중하고 이를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이 현재 우리의 교정시설이다.
모두가 존중하는 규율은 존재할 수 없는가? 이러한 규율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최선의 교정행정의 혁신 정책이 아닌가. 그렇다면 최선의 교정행정 혁신정책을 위한 전제는 무엇인가?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함께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갈등만 존재하고 존중이 없는 곳에서는 선진적인 교정업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선진적인 교정업무의 전제는 무엇으로 볼 것인가?
첫째, 교정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 당연하고 기본이지만 교정행정은 수용자의 교화와 재범 예방을 위한 목적을 가진 행정이어야 한다. 둘째, 교정기관의 특성에 맞게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용자를 분류해 다양한 형태의 교정기관에 수용하고 있는데 동일한 규율을 적용하는 것은 그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분류 처우에도 맞지 않다. 셋째, 교정공무원에게 일정 범위의 엄격한 권한과 재량이 주어져야 한다. 엄격한 질서유지와 교정공무원에 대한 존중이 있는 미국, 일본 등의 선진 교정기관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도록 충분한 재량이 제공돼야 한다. 이러한 당연한 전제가 교정행정의 혁신으로 비칠까 걱정스러운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