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때때로 수용자의 건강과 생명은 한순간의 판단과 조치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의료과는 그 찰나의 순간인 ‘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진료 효과성을 높이는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전화 바로 받기 등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챙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협업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북북부제1교도소는 수용자가 1천 명이 넘는 대규모 교정시설로, 한주섭 과장을 포함한 18명의 의료과 직원들은 그 책임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어찌나 깊이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울리는 전화벨이 한 번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전화가 올 때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직원 두세 명이 한꺼번에 전화기를 집어 든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의료과 전체 업무를 놓고 봤을 때 전화 받기는 사소한 일상 업무에 속하지만, 전화가 왔을 때 여러 명이 곧바로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의료과의 업무 집중도와 분위기를 잘 설명하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과는 공통 업무가 많기에 전화를 받는다는 건 곧 해당 직원의 업무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를 다른 직원에게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음으로써 동료를 배려하는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습니다. 나아가 직원들은 서로의 업무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면서 몇몇 직원에게 일이 쏠리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업무를 분장하죠. 쉽게 말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그 일을 하겠지’라는 생각 대신 ‘내가 이 일을 맡으면 동료들이 나를 도와주겠지’라는 확신이 직원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고, 그만큼 수용자들의 건강을 더욱 세심하게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이 우리 의료과의 최대 강점이라고 봅니다.”
18명의 의료과 직원이 1천 명 넘는 수용자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려면 효율적인 진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진료가 시급한 환자를 선별하고 중증도에 따라 의료 역량을 분배해야 전반적인 수용자 건강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의료과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순회 진료-의료과장 진료-외부 의료기관 진료’라는 3단계 의료 체계를 정립했다.
첫 번째 단계인 순회 진료는 공중보건의에 의해 이뤄지는데, 요일별로 수용동 및 작업장을 직접 찾아가 진료 신청한 수용자를 돌본다. 현장 근무 직원들이 수용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실황을 자세하게 기술한 진료·투약신청서를 토대로 수용자와 마주하기에 보다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공중보건의는 순회 진료 단계에서 추가적인 진료가 필요한 수용자를 선별해 의료과장에게 전달, 2차 진료가 이뤄지며 의료과에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된 환자는 외부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함으로써 역량 낭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진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긴급 환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신속 정확한 조치를 시행합니다. 작년 하반기 어느 밤에 한 수용자가 멍과 통증이 생겼다며 내원했습니다. 당시 숙직을 서던 직원은 증상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공중보건의에게 연락, 화상 진료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급성백혈병으로 보이며 외부 응급진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고, 검사 결과 급성백혈병이 맞았으며 하루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중할 뻔했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증상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정확하게 파악한 뒤 신속하게 조치한 우리 의료과의 전문성이 돋보인 순간이었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전화 받기’에서 비롯된 믿음과 배려는 고스란히 의료과 직원들의 활발한 소통과 팀워크 증진으로 이어졌다. 의료과는 남부럽지 않은 팀 분위기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여름철 자체 수영교실을 열어 바닷가로 단합대회를 떠나고, 겨울에는 캠핑장을 빌려 캠핑 특유의 정취와 힐링을 만끽한다.
“이번 겨울 캠핑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의료과에 갓 전입 온 신입 직원이 공무원 음악대전에 출전하기 위해 한창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선배 직원이 전자 피아노를 공수해 와서 예선전에 대비한 미니 연주회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신입 직원의 아름다운 연주에 이어 피아노를 칠 줄 아는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 악기 앞에 앉았고,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감미로운 캠핑을 즐겼습니다. 우리 과의 좋은 분위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죠.”
경북북부제1교도소 의료과는 올해 큰일을 앞두고 있다. 진료실과 사무실을 한층 넓히는 증축공사가 예정돼 있는 것. 월간 <교정> 취재진이 축하 선물로 가습기와 라면 조리기를 선물하자, 직원들은 덕분에 더욱 쾌적하고 든든한 환경에서 수용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수용자들의 건강을 향한 직원들의 진심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는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수용자를 교정교화하려면 무엇보다도 수용자가 건강해야 합니다. 죄를 뉘우치는 것도, 출소 후 건실한 삶을 꿈꾸며 노력하는 것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교정교화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주고 있는 우리 과 직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단합된 전문성으로 수용자 건강을 빈틈없이 지켜 나갑시다!”
의료과 한주섭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