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준섭 문화칼럼니스트
수용자는 교정시설에서 죗값을 치른 뒤 다시 사회에 나와야 하는 사람들이다. 교정공무원은 이들이 출소 후 재범을 저지르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정교화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교정교화의 지름길’이 있으니, 바로 수용자들과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일이다.
새로 전입 온 직원이나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날씨 등에 대해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눌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어쩌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막상 일에 돌입하면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공동의 목표를 신속 정확하게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러한 원리는 교정공무원과 수용자의 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교정공무원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동시에 수용자의 출소 후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위해 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자면 수용자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야 하며, 교정교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수용자들이 건전하고도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요컨대 수용자와 ‘라포’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법 집행과 교정교화를 함께 수행해야 하는 만큼 수용자와의 라포 형성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쉽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라포 형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정교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우며, 그만큼 출소 후 사회의 성실한 일원으로 거듭나는 수용자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라포 형성 과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단순한 라포’는 나와 상대방 사이에 공통분모가 많을 때 이뤄지는 가장 쉬운 라포 형성 유형이다. 일상적인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두터운 라포를 구축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즉흥적 라포’로, 성장 환경과 그간의 경험이 상이하지만 몇몇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이를 바탕으로 서서히 라포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유형인 ‘맞춤식 라포’는 결이 사뭇 다르다. 이렇다 할 공통점을 발견하기 힘든 경우로, 이럴 때는 상대방에 대한 공부와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눈에 띄는 공통점은 없을지라도 상대가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마 교정공무원이 수용자를 대할 때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라포 형성 유형은 이 세 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신규 수용자가 오면, 먼저 수용자 정보와 기록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수용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면담에 임한다면, 하다못해 먼저 이름이라도 불러준다면 수용자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열릴 것이다. 특히 수용자는 낯선 환경과 교정시설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의기소침하거나 예민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외부와의 단절과 지은 죄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따뜻한 관심과 온정에 목말라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자신에 대해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교정공무원이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본격적인 라포 형성 전 먼저 수용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를 권한다.
수용자에 대해 공부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라포를 형성할 차례다. 수용자와 보다 수월하게 라포를 형성하려면 첫인상부터 단정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은 1971년 출간한 저서 『Silent Messages』를 통해 ‘메라비언의 법칙’을 발표했다. 어떤 사람이 상대방으로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로 이뤄져 있다는 법칙이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단정한 용모를 하고 수용자와 마주 앉았다면, 대화를 하면서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 보자.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음을 눈 맞춤으로 알리는 것이다. 시선을 얼굴 이외에 다른 곳으로 두면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용자의 말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벼운 맞장구를 쳐 주는 것도 대화의 흐름을 좋게 가져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용자와의 대화 시 마음의 여유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미러링(Morroring)’ 기술을 사용해 보자. 말 그대로 거울처럼 상대방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용자가 눈치챌 정도로 모든 언행을 따라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수용자가 커피를 마신 후 조금 있다가 커피잔을 들고, 수용자가 의자에 기댈 때 슬그머니 같이 의자에 기대는 정도면 충분하다. 수용자가 강조하는 구절이나 즐겨 사용하는 단어를 때때로 함께 사용하는 것도 훌륭한 미러링 기술이다.
이러한 소통의 기술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라포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며 수용자 교정교화에 큰 도움을 준다. 물론 라포를 형성할 때에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용자와 과도한 친밀감이 형성되면 오히려 수용 질서를 깨트리거나 교정교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친밀감을 형성하되 각자의 본분을 지킬 수 있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수용자와의 라포 형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