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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담장 따라 가을 산책

9월의 첫날, 달력을 넘겼다. 커다란 동그라미 표시와 함께 ‘베트남 여행’이라고 적혀 있다. 잊고 있었다.
지난 2월 계획했던 베트남 여행을 코로나19 사태로 9월로 미루었다. 그때만 해도 9월 정도에는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겠지, 조심스레 낙관적 기대를 했더랬다. 9월 달력에서
여행 계획을 쓱쓱 지워낸다. 마음이 어지럽다. 세상도 마음도 요란하게 요동치는 요즈음 같은
때에는 평정심을 찾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묵묵하고 담담하고 평온한 옛 담장을 따라 걸으면
마음이 조금 진정되지 않을까. 마스크를 챙겨 경상도와 전라도로 향한다.
글·사진. 김수진
돌담길 따라 산책하기 좋은 삼지내마을

속도 늦추는 법을 생각하는 산책, 담양 삼지천마을 옛 담장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 닿는 화두가 된 요즈음, 자연과 환경,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자는 취지를 담은 슬로시티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빨리만 달리던 우리의 일상에 제동이 걸린 지금이 슬로시티의 의미를 제대로 돌아보기 좋을 때가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곳은 16개, 그중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은 우리나라 최초로 슬로시티에 지정된 곳 중 하나다. 마을은 월봉산과 국수봉이 감싼 형국에 아래쪽으로는 월봉천과 운암천, 유천, 이렇게 3개 물길이 모인다 하여 삼지내 또는 삼지천(三支川)이라고 이름 붙였다. 삼지내마을 탐방은 창평면사무소에서부터 시작하자. 한옥으로 된 면사무소 건물부터가 남다르다. 노후화된 기존 면사무소 건물을 대신할 신축 청사를 한옥으로 지었다. 2014년 한옥 청사를 완공하고 지역의 역사를 담아 창평현청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16세기에 형성됐다고 알려진 고풍스러운 마을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잠시 쉬어갈 만한 안뜰도 있다. 아담한 연못과 독특한 2층 구조의 한옥이 소소한 볼거리가 된다. 안뜰 쪽에 난 대문을 나서면 삼지내마을의 진수를 만나게 된다. 양쪽에 돌담을 끼고 좁은 흙길이 완만한 ‘S’자를 그리며 흘러간다. 한쪽에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이 풍경에 방점을 찍는다. 대문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른 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치 비밀의 통로를 지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다. 길의 흐름과 기운을 흩뜨리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돌과 흙을 섞어 만든 토석담에서 담을 쌓은 사람의 정성을 본다. 저마다 제각각인 수많은 돌을 이리저리 맞춰가며 합을 맞춰갔을 그 정성을 본 이상 걸음을 빨리 재촉할 수 없다. 느리게, 더욱 느리게 걸으며 담 한 면 한 면을 세심히 살펴본다. 돌과 흙을 번갈아 쌓은 담장이 있는가 하면 자유롭게 쌓아올린 막쌓기 형식도 있다. 300년 넘는 세월이 켜켜이 다져놓은 담장은 마치 마을과 한 몸이 된 듯 스며들었다. 마을의 옛 담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265호로 지정되었다.
담장 너머 고가들이 마을의 고풍미를 더한다. 고재선가옥, 고재환가옥, 고정주고택, 고재욱가옥 등 눈여겨볼 만한 고가가 많다. 고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의병장 고경명의 후손들인 창평 고씨(장흥 고씨) 집성촌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상류 주택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고재선가옥, 남부 지방의 전형적인 대농 가옥의 모습을 잘 유지한 고재환가옥, 전라도 지방에서 보기 드문 ‘ㄷ’자형 배치의 고정주고택은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 옛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 전통가옥만이 아니다. 창평쌀엿을 판다는 집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쌀엿, 한과, 국밥은 창평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다. 예로부터 곡창지대였던 창평에서는 쌀이 풍족해 겨울이면 엿과 한과를 많이들 만들어 먹었다.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져 쌀엿을 손수 만드는 집들이 있다. 창평쌀엿은 조선시대 양녕대군이 이 지역에서 지낼 때 함께 온 궁녀들에 의해 그 비법이 전수됐다고 전한다. 창평쌀엿 식품명인도 이 마을에서 배출됐다. 80~100회 정도 늘리는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창평쌀엿이 탄생한다니 슬로시티 속 슬로푸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작은 사진) 남사예담촌 곳곳에 오래된 건축물이 남아 있다.
큰 사진) 고풍스러운 운치가 가득한 삼지내마을

고목이 있어 더욱 풍요로운 산책, 산청 남사마을 옛 담장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라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산과 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경관은 기본, 오래된 토담과 돌담, 고목, 전통가옥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경북에는 안동 하회, 경남에는 산청 남사가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표적인 양반의 고장으로, 고려의 왕비를 비롯해 많은 학자와 선비를 배출했다. 남사마을의 별칭은 남사예담촌으로, 표면적으로는 옛 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내면적으로는 담장 너머로 옛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마을 내 약 3.2km 길이의 토담과 돌담은 ‘산청 남사마을 옛 담장’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281호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안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담이 나타나기도 하고 고개를 빼꼼 내밀면 집이 보이는 낮은 담도 있다. 신분에 따라 담의 구조와 재료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반가에는 다소 높은 토담이, 민가에는 낮은 돌담이 놓여 있다. 마을에는 산청 남사리 최씨고가, 이씨고가, 사양정사 등 문화재 자료 및 전통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골목길을 자박자박 걷다가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고택에 들어가 옛 흔적을 눈으로 밟아본다. 단아한 집안 모양새와 기운에 마음마저 차분해진다.
고택 마당의 고목 또한 풍치에 한몫한다. 마을에는 선비들이 좋아했던 매화나무가 많다. 그중 하씨고가에 있는 원정매는 산청 3매 중 하나로 수령 약 670년에 이른다. 원목은 2007년 고사하고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고 있는데 기품은 여전하다. 하씨고가 뒤뜰에는 수령 600년 정도의 감나무도 있다. 남사예담촌의 많은 고목 중 인기 1위는 부부 회화나무다. 수령 300년 넘는 한 쌍의 회화나무가 ‘X’자 형태로 포개진 모습이 부부 같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오래된 돌담과 회화나무가 있는 골목길은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 토담과 돌담이 어우러진 남사예담촌
  • 창평면사무소 옆에는 독특한 2층 구조의
    한옥이 있다.
  • 슬로시티 상징인 달팽이를 테마로 한 다양한
    기념품도 있다

이국적 풍미 담긴 옛길 산책, 강진 한골목 옛 담장

국가등록문화재 제264호인 강진 한골목 옛 담장은 돌과 흙을 번갈아 쌓아올려 만들었는데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띤다. 돌을 약 15도 각도로 나란히 쌓은 후 그다음 층에는 반대 방향으로 다시 15도 각도로 쌓았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쌓아올린 담장은 일종의 빗살무늬처럼 보인다. 이 지역에서는 이런 형식을 ‘하멜식 담쌓기’라고 부른다. 여기서 하멜은 우리가 아는 <하멜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을 일컫는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으로 1653년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제주도에 표착했다. 제주도에서 몇 년을 지낸 하멜은 1656년부터 약 7년 동안 강진에 유배되었다. 전라병영성에 소속되어 노역했는데 이 담장을 쌓는 데도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담장 형태로 볼 때 하멜 일행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한골목을 빠져나오면 하멜과 강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온다. 네덜란드식 풍차가 우뚝 서 있다. 한국의 오래된 골목길과 이국적인 풍차가 공존하는 모습이 역사를 대변한다. 기념관 인근의 전라병영성(사적 제397호)도 둘러보자. 전라병영성은 조선 1417년에 축조되어 1895년까지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하며 육군 총지휘부 역할을 한 역사 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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