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가배상
판례 연구
2019년 11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발견·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는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을 때보다 현재는 그 심각성이 훨씬 낮아졌지만1) 아직까지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나 코로나19 관련된 국가배상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특성상 원고 측 청구 금액이 비교적 높은 특징이 있다.2) 또한 국가가 패소하는 선례를 남기면 별소로 제기된 다른 여러 사건에서도 향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따라서 교정본부는 위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수용자라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은 당연히 보장되는 것이며 헌법 제29조3)에 의하여 보장된 국가배상 청구를 하는 것 자체를 막연히 힐난할 일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손해배상의 요건을 갖추어 청구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코로나19 국가배상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국가배상 청구의 요건 중 특히나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를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정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임무를 해태하여 수용자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및 확산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인지가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교정시설은 여타 시설과 달리 다수의 인원이 일정한 시간 동안 특정 장소에 강제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특성이 있어 전염병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신규 수용자의 지속적 입소, 예산상 제약, 수용자에 대한 강제 검사 등의 인권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1) 2023년 5월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하여 풍토병 수준으로 관리되는 4급 감염병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2) 코로나19 관련된 소송 진행 현황은 2024.7.29. 교정기획과 기준으로 10건 이상 진행 중이며 청구 금액이 보통 5천만 원 이상이며 5억 원 이상인 경우도 허다하다.
3) 제29조 ①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②군인ㆍ군무원ㆍ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ㆍ훈련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
집단감염병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해 발생하고 있고, 향후에도 발병할 소지가 매우 크다. 또한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수용시설 내에서의 집단감염병에 대한 국가의 대처 및 보상에 대한 기대 수준 또한 높아질 것이다.4)
그렇다면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집단감염병이 발병하였을 때 수용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적절한 수준의 대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하여서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실제 국가배상 판례를 분석하여 수용시설에서의 집단 감염과 관련하여 현시점에서 과연 교정시설에서 어느 정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국가배상 청구 요건 중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일정 기간 수용자들의 접견 및 편지 수수를 금지하였던 것과 수용자에게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국가배상이 인정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4) 우리나라가 1990년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 10조 제1항은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은 인도적으로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여 취급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국가배상 사건에서 특히나 원고 측 법률대리인의 사건수임 경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 경위에 따라서 판결문의 주문 및 소송비용 부담의 주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가배상 사건의 경우 현재 수용 중인 자들이나 과거 수용된 이력이 있는 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피고 대한민국이 이에 응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 수용시설에서 지냈던 자들5)이 소를 제기함에 있어서는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으나 현재 수용 중인 자들이 어떠한 경위로 변호사를 선임하였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변호사가 교정시설에서 사건수임을 홍보하는 등의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6) 그렇다면 결국 사건 당사자 본인이 아닌 그 가족 등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과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나, 그 소송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 측이 부담하며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7)
만약 사건수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소송요건이 결여된 것으로 법원은 각하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국가배상 청구의 요건을 결여한 것이라면 법원은 기각판결을 내려야 한다. 각하판결의 경우에는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소송비용을 부담하지만, 기각판결의 경우라면 원고들이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5) 물론 이 경우에도 동일인이 재차 교정시설에 수용된 경우라면 현재 수용 중인 자들에 포함함은 당연하다.
6) 변호사법 제35조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를 유상으로 유치할 목적으로 법원·수사기관·교정기관 및 병원에 출입하거나 다른 사람을 파견하거나 출입 또는 주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7)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므로 굳이 피고 측에서 주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가배상 사건은 전술한 바와 같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특성이 있어 원고가 많게는 80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므로 소송 실무상 소송위임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89조 제1항에 의하면 소송대리인의 권한은 서면으로 증명하여야 하며, 동조 제2항에 따라 그 서면이 사문서인 경우에는 법원은 공증인, 그 밖의 공증업무를 보는 사람의 인증을 받도록 소송대리인에게 명할 수 있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소송대리권 수여에 관하여 특별한 방식을 요하지는 않으므로 당사자 본인이 서면 기타 구두로 자유롭게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소송위임을 하는 경우에도 소송 계속 중 소송대리권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불필요한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또한 제소 단계에서의 이러한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소송요건으로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고 그 소송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그 입증의 정도와 관련하여서는 대리권 수여의 의사가 객관적·외부적으로 명확히 표시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러한 의사가 묵시적으로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관련 사건에서 피고 측은 꾸준히 원고 측 법률대리인의 소송 수임 경위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자신의 카페나 블로그에 소송모집 관련 글을 올렸으며 댓글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수용시설과 수용번호 등 인적 사항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답변하였다. 특히 원고 측은 수용시설 및 수용번호는 당사자 본인이 제공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이므로 소송위임이 당연히 증명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는 소송위임 여부에 관한 입증이 적어도 그 의사를 묵시적으로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봄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과연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느 정도의 입증이 이루어지면 ‘그 의사를 묵시적으로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외국인들에 대하여는 각하판결을, 그 외에 대하여는 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8)9) 법원은 외국인들에 대하여 단순히 친·인척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적법하게 소송대리권을 수여받은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다. 반면, 내국인들에 대하여는 본인의 관여 없이는 발급받을 수 없는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 등이 제출되어 소송대리권 없이 소송을 수행한다고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8)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22626 사건
9) 원고 측 81인 중 외국인은 총 6명이었으며 그중 5명에 대하여 각하판결이, 나머지 1인에 대하여는 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 따라서 단순히 외국인, 내국인으로 구별하는 것이 정확한 구분이 아니다(기각판결이 선고된 1인에 대하여는 외국인등록증이 제출되었고, 실주거지 주소도 제출된 사정이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례는 본인의 관여 없이는 발급받을 수 없는 문서가 제출되었는지에 따라 소송위임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의 민사소송에서 소송위임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코로나19 사건의 경우에는 수용자들이 집단으로 소를 제기하는 특성상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 위 사건에서도 특정인들에 대하여는 각하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경우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므로 무분별한 소 제기의 남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10) 10) 실제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당사자 1인에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다수의 인원을 모집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중 몇 명에 대하여서라도 소송비용을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부담케 하는 것은 무분별한 소의 제기를 방지할 방법이 될 수 있다.
원고 측은 수용시설 내에서의 최초 감염자가 교정직 공무원이었다는 점,11) 위 직원들이 수용자들과 접촉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 신규 수용자가 입소할 때 유증상자에 대하여만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였고 신규 수용자들을 2주간 격리하면서 최초 1주간만 독거 격리하고 나머지 1주간은 신규 수용자들끼리 다인실에 혼거 격리하였던 점을 주된 근거로 교정시설 내로 코로나19가 유입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보건용 마스크를 미지급하고 마스크 착용 상태에 대한 감독이 소홀하였으며 초기 확진자 발생 사실을 미공지하였고 과밀 수용 상태를 방치하고 뒤늦게 이송 조치를 함으로써 인하여 집단 감염이 더욱 확산되었다고 주장하였다. 11) 가장 이슈가 크게 되었던 동부구치소 직원 중 2명이 20여 일 간격으로 각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원고 측은 교정시설에서 의사와의 대면 진료를 가급적 자제시키고 인터폰 등을 통해 진료를 한 점을 근거로 자신들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 사건 당시 생활치료센터의 실내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지 않았고 아침 도시락과 점심 도시락을 정오 무렵에서야 거의 동시에 배식하였으며 배식이 된 도시락도 차갑게 식었다는 점, 당시 몇몇 수용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러한 진료를 받지 못하였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원고 측은 수용자들의 외부인과의 접견을 금지한 사실, 생활치료센터가 격리 기간 중에 있는 수용자들의 외부인과의 접견을 금지한 사실, 특정기간 동안 코로나 확진자들의 편지 수신 및 발신을 금지한 사실을 들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 측은 당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공식적으로 고지해주지 않은 사실을 들어 수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 측이 가장 주목한 점은 교정직 공무원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하여 교정시설 내부로 감염병이 유입되었고, 교정직 공무원들과 수용자들이 접촉하는 과정 및 수용자들이 혼거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발생하였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가배상 청구의 요건 중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지속적으로 위의 부분을 입증하기 위하여 피고 측에 자료 제출 요구, 법원에 대한 구석명신청을 하였다. 교정과 관련된 대부분 정보를 교정본부에서 독점하고 있고 수용자들은 그 특성상 정보를 취합하여 변호사에게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도록 한다.
피고 측에서는 최초 감염자인 교정직 공무원은 다음날부터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교정시설의 제한된 공간 및 구조상 다수의 신규 수용자를 전부 장기간 독거 격리하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 신규 수용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코로나 검사는 예산상 제약으로 어려웠던 점, 무증상 수용자들에게 강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인권침해의 문제를 야기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또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에 바로 전수검사를 실시하지는 않았으나, 당시의 코로나 대응 지침 및 방역 당국의 판단 등에 따라 먼저 역학조사 등을 통해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 신속하게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직원들과 수용자들에 대하여는 발열 체크 등을 실시하였던 점, 초과수용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반드시 그 수용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을 주장하였다.12)
12) 실제 당시 서울 동부구치소의 전체적인 수용정원 초과율은 약 16.9%에 그쳤으며, 그 각 수용 거실의 1인당 수용 면적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수준에 해당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20다253287 판결 등 참조).
피고 측에서는 인터폰 등을 통해 진료하고 응급상황 등 필요한 때에만 대면 진료를 시행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침 등에 근거한 것이며, 제한된 수용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수용되어 있는 교정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집단 감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생활치료센터 온도는 섭씨 20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당시 몇몇 수용자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피고 측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1항 단서 제4호13)에 의하여 적법하게 접견이 제한된 것이며 동법 제43조 제1항 단서 제3호14)에 따라 편지 수수 등이 금지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13)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1조(접견) ①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과 접견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14) 제43조(편지 수수) ① 수용자는 다른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20. 2. 4.>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그러한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15)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바, 그 안전 확보 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피구금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시설의 물적·인적 상황, 시간적·장소적 상황 등에 따라 일의적이지는 않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16)
15) 대법원 2021.6.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등 참조
16) 대법원 2010.1.28. 선고 2008다75768 판결 등 참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국가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국가에 대하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당사자에게 있다.17) 17) 대법원 2015.9.10. 선고 2013다73957 판결 등 참조
법원에서는 피고 측 항변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였다. 법원은 당시의 방역 당국의 판단 등에 따라 교정시설 내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 바 있고, 국내에 코로나가 전파되기 시작한 2020.1.경부터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 대응을 위한 여러 대응계획 및 지침을 마련하였으며,19) 교정시설이라는 시간적·공간적 한계 및 예산상 제약을 고려하면 당시의 조치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8) 코로나19 사건 관련하여 다수의 언론보도가 되는 등 가장 논쟁거리가 되었던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판례를 인용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8.27. 선고 2021가단5239779).
19) 2020.11.25.경 마련된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방역관리 강화방안’에서는 확진자 발생에 따른 대응조치를 3명 이내의 인원이 감염된 1단계, 4명~30명의 인원이 감염된 2단계, 31명 이상이 감염된 3단계로 나눈 후 3단계의 경우 ‘격리 수용동 2개 이상 운영’, ‘코호트 격리’, ‘격리 수용동 추가 확보를 위한 조절 이송’, ‘필요 최소인원 고정 근무’ 등 조처를 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된다.
법원은 서울 동부구치소의 조치가 환자와 의료진의 접촉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동선을 통제하거나 분리하고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침 등에 근거한 것이며, 원고들의 건강이 위와 같은 치료방식으로 인하여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생활치료센터 온도는 항시 섭씨 20도 내외로 유지되었으며 그것이 수용자들에게 적정하지 않은 온도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수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여도 교도관이나 간호사들이 찾아오지 않은 사실 역시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수용자들의 편지 수신을 금지한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으며, 접견 및 편지 발신과 관련하여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비교적 짧은 기간20) 동안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보았다. 20) 서울 동부구치소와 이 사건 생활치료센터가 2020.12. 하순경부터 2021.1.14.경까지 코로나 확진자들의 편지 발신을 금지한 사실을 인정하였으므로 2주~3주의 기간 동안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법원은 비공식적으로라도 그 검사 결과를 알려준 사실에 대해 원고들도 자인하고 있다고 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는 없었다고 보았다.
원고 측에서는 소송 진행 중에 계속하여 법원에 구석명신청을 하였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원고는 구체적으로 밀접 접촉자, 비접촉자, 확진자 분류기준, 수용 거실 및 이동 경로, 동일 거실 수용자 및 감염 여부, 각 수용동의 분류 및 지정, 해제 시기에 관하여 석명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측에서는 석명권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는 원고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사항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설명과 입증을 촉구하거나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를 과도하게 요청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법원에서는 수용 거실 지정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구석명신청에 대하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선행하는 다른 재판의 결과를 먼저 지켜보자는 재판부도 있었고 원고의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며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도 있었다. 원고 측에서는 수용시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교정본부에서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하였으나, 법원은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의 분배에 따라 피고 측이 이에 적극적으로까지 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가배상책임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하여 대부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법무부가 수용자들에 대하여 방역과 관련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는 취하였다고 본 결정적인 이유는 교정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당시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랐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가배상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실무상 원고 측의 소송위임 존부를 확인하여야 하며 교정시설에서 감염 당시의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였다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국가배상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은 전술한 바와 같다.
실제 아직은 코로나19 국가배상 청구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 측이 패소한 사안이 없어 보인다. 이는 교정시설에서 당시의 방역 대책을 적절히 잘 따르기 위하여 노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고 측에서 이렇다고 할만한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 만약 원고 측에서 구체적·객관적으로 교정시설 내에서의 집단감염병의 감염 및 확산 경위에 대한 입증을 명확히 해낸다면 소송의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이 합리적인 원칙에 입각한 적절한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21)
판례는 일관되게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바, 그 안전 확보 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피구금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시설의 물적·인적 상황, 시간적·장소적 상황 등에 따라 일의적이지는 않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고 본다.22)
즉, 교정시설의 관리자는 수용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으나 그 내용과 정도는 구체적 타당성을 따져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국가배상 사건과 관련한 개별적인 사안에서 법원은 교정본부에서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당시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랐는지를 기준으로 이를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향후 수용시설 내 감염병과 관련된 국가배상소송이 청구되었을 때 위 기준에 따라서 적절한 대응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시설 내부에서 집단감염병이 확산되었을 때 수용자들에 대한 전수검사나 분리 수용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공무원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는 감염병 유행 당시의 방역 당국의 지침을 준수하고 확진자가 발생하였을 때 그를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밀 수용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은 지 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혹은 과밀 수용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미래에도 위와 같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우려가 있다.23) 즉, 헌법재판소의 과밀 수용 위헌확인 결정일인 2016.12.29.로부터 7년이 넘게 지난 2024년 현재 혹은 그 이후에 과밀 수용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였거나 오히려 악화되었다면 집단 감염으로 인한 국가배상에서의 국가의 과실은 과거보다 더욱 크게 평가될 여지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24)
21) 국내에 코로나가 전파되기 시작한 2020.1.경부터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 대응을 위한 여러 대응계획 및 지침을 마련한 것과 같이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증거가 필요하다.
22) 대법원 2010.1.28. 선고 2008다75768 판결 등 참조
23) 헌법재판소 2016.12.29.자 2013헌마142 결정[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에서 국가는 수형자가 수용생활 중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제곱미터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하여야 하고 상당한 기간(늦어도 5년 내지 7년) 내에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을 촉구한 바 있다.
24) 헌법재판소 2016.12.29.자 2013헌마142 결정에서 과밀수용의 문제점 중 하나로 ‘교정시설의 위생상태가 불량하게 되어 수형자간에 질병이 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를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