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을 저버린 범죄,
친족 성범죄
“아빠 딸이잖아” 누구의 목소리인가?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자녀가 생전 밖으로 내지 못한 울부짖음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 전달하는 간곡한 메시지이다. 최근 가정 내 성폭력이 매스컴을 통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고, 성범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자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가족 간 성범죄는 비단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발생해왔고 음지에서는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애써 외면해 왔다. 낯설고 충격적인 사건을 사회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또 특정 정신질환자의 병리적 행동으로 치부하며 관심에서 밀어냈기 때문이다. 비윤리적 범죄 행위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지만, 그러한 분노는 일시적이고 쉽게 잊혀지곤 했다. 반면, 피해자는 사회의 무관심과 가족들의 외면에 홀로 상처를 견뎌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친족 간 성범죄의 형태는 다양한데, 주로 부녀(父女)가 동거하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친부에 의한 성폭력 빈도가 높다. 또한 재결합 가정에서의 발생하는 계부에 의한 성폭력, 그 외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조손, 형제, 친인척 간, 그리고 직계존속에 대한 성폭력 등이 있다. 2013년 6월 19일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을 전부 개정하였는데 친족 성범죄와 관련된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친족의 처벌 대상 확대와 친고죄 조항 폐지’가 그것이다. 과거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던 것을 법률 개정 후 동거인까지 친족으로 포함했다.
또한 그동안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는 처벌할 수 없었던 범죄가 친고죄 폐지 후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매스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모범적인 가장으로 자신을 꾸미던 이들이 결국은 교정시설에 들어오고 있다. 필자는 광주지방교정청 분류센터에서 고위험군 범죄자 재범위험성을 평가하면서 이들을 만나고 있다. 자주 접하는 범죄 유형은 성범죄이고, 친족 간 성범죄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빈도수가 증가한 만큼 하나의 범죄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사회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범죄 이전에 이러한 일이 윤리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고, 가장 편안해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성범죄의 온상이 되는지 궁금했다. 이러한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며, 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강구할 때이다.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친족 성범죄자는 일반 성범죄자에 비해 범행 책임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인 성범죄자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여 억울함을 주장하나, 친족 성범죄는 범행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경향이 높다. 생각건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공고하여 은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갑자기 범죄자로 탈바꿈되어 범행을 부인할 수밖에 없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혹 범행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두 가지의 변명을 한다. 하나는 피해자를 처(妻)로 오인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모(母)가 조종하여 무고했다는 것이다. 전자는 주취 상태에서 피해자를 처(妻)로 오인하여 성관계했으나 음주가 지나쳐 범죄 상황임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범행 책임을 면책받고자 하는 심리이다. 후자는 갈등 관계에 있는 처(妻)가 자신을 처벌받게 하려고 딸과 공모하였다는 것이다. 갈등을 유발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갈등 관계에서 비롯된 피해자 측의 과도한 억측임을 부각하고자 하는 주장이다. 성폭력이라는 비난을 피하려고 정서적 혹은 신체적 폭력은 인정하고, 경한 범죄를 인정함으로써 중한 범죄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하는 심리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변명도 수긍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변명은 언제나 한결같았고, 매번 예상된 답변을 벗어나지 않았다. 살피건대, 세련되지 못한 주장이기는 하나 그들에게는 윤리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거리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친족 간 성범죄를 처벌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4년이다. 1992년 김보은/김진관 사건이 발단이다. 피해자는 9세부터 21세가 될 때까지 12년간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친모가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이 두려워 묵인했던 사건이다. 피해자는 대학생이 되고서야 성폭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남자친구와 공모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범죄 동기가 밝혀지면서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결국 특별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가해자는 검찰수사관으로 가정 및 사회에서 절대적인 권위가 있었고, 그러한 우월한 지위가 성범죄에 이용되었다. 통상 우월한 지위는 가정 내 성범죄에 주요한 범행 수단이 된다. 반대로 피해자의 상반된 지위가 범행 은폐에 영향을 미친다. 피해자가 고소하기 어려운 사정, 그리고 이들 간에 신뢰 관계, 나아가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클수록 범행은 장기화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해자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지 못한다. 그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식수준이 동일 연령대의 평균 수준보다 낮아 동등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둘째,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계부모 밑에서 성장하여 신체·정서적 학대 경험이 많고, 성장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해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낮다. 그 결과 또래 및 이성 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성인기 이후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여 고립된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가해자의 특징으로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부의 모습을 답습한 경우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높아 상대방을 지배하려고 하여 대인관계가 협소하다. 자기의 뜻과 맞지 않으면 갈등 상황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잦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3가지 유형은 사회적 관계에서 위축된 특징이 있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반대로 가정에서는 절대적인 지위를 확보하려는 특성을 갖는다. 외부로부터 박탈된 지위가 가정에서는 특권의식으로 발현되고,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성 착취 대상으로 조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사회적 고립은 성적 욕구와도 밀접하다. 일상생활을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성인 이성과의 성적 만남을 어렵게 한다. 그 결과 성적 욕구는 음란물을 통해 해소하고, 나아가 자녀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이 되고 있다. 음주 역시 범죄를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고, 주취 상태에서 욕구가 증가할 때마다 가까이에 있는 자녀를 대상으로 습관적으로 범행한다. 주취 상태에서 범행은 자각 능력이 떨어져 죄책감을 덜어주기에 더 끊어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고립은 성적 욕구를 억누르고, 자녀에 대한 성폭력 행위는 부녀간 사과와 용서가 반복되며 만성화되는 특성이 있다.
한편, 피해자 특성을 이해하는 것 또한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 첫째,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 확률이 높다. 아직 성인지가 발달하지 않아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딸과 함께 목욕하며 씻겨주거나 신체를 닦아주는 행동이 학령기까지 이어진다면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또한 성적으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신체접촉이 이루어진 경우, 아빠의 성기를 장남 삼아 만지는 경우, 팔을 베고 취침하거나 TV를 볼 때 다리 위에 앉는 경우 등도 홀로 양육을 책임지는 가장에게는 성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다. 둘째, 자녀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에 범행이 많다. 예를 들면, 포옹하는 과정에서 볼록한 가슴 부위가 닿는 경우, 노브라 옷차림을 목격한 경우, 샤워 후 속옷 차림으로 머리를 말리는 경우, 옷을 갈아입는 동안 맨몸 신체를 목격한 경우, 잠자리를 살피던 중 취침 중인 피해자의 속옷이나 신체를 목격하거나 이불 속에서 민감한 신체접촉이 있는 경우, 그리고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의 생리대나 옷을 갈아주거나 예민한 부위에 약을 발라주는 경우 등이 있다. 사춘기 자녀의 급격한 신체 변화와 성숙한 신체를 목격하는 것은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극적인 요소가 반복되면 성적인 행동으로 발전된다. 셋째, 가해자는 피해자가 TV, 컴퓨터, 혹은 핸드폰 등에 집중하고 있을 때 범죄를 시도한다. 피해자가 다른 상황에 몰입하여 범죄 행동임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우회적으로 접근한다. 넷째, 지적장애가 피해자가 많다. 이들은 성폭력에 항거하거나 성폭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적 수준이 낮아서 상황판단력이 부족하고, 가해자의 낯선 행동에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 특성이 범행에 이용된다.
범행 동기 및 접근 과정을 보면 가해자들은 자녀의 친밀한 행동을 성적 행동으로 오인한다. 현재 혹은 과거에 이성과의 친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목할만한 성적 행동은 자극적인 상황에 피해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려는 시도가 있다. 피해자의 예민한 부분을 만져 부끄러운 웃음을 유발하고 재미난 장난으로 받아들이도록 반복한다. 반대로 피해자가 자신의 예민해진 성기에 호기심을 가질 때 의도적으로 접촉하고, 피해자를 향해 일부러 성행위를 묘사하는 듯한 자세로 접촉하기도 한다. 한편 피해자가 문제 행동을 질책하고 이를 두려워하는 피해자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접촉할 때도 있다. 또 피해자와 장난치듯 서로의 신체를 만지는 것으로 기회로 피해자 신체를 깊게 접촉하는 경우 등이 두드러졌다. 최초 접근은 친근감 있는 행동으로 위장하여 신체적 접촉을 먼저 시도하며 성적 행동으로 오해받지 않으려고 장난처럼 접근한다. 성적으로 행동하기 전 마사지 등 신체적 접촉을 먼저 시도하고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범행 수위를 높여간다. 이때 피해자의 거부반응이 없는 경우 장난스레 추근대며 성적 접촉으로 진행한다. 구체적인 성적 행동은 피해자가 취침 중에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주취 상태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음주 후 늦게 귀가하여 숙면에 든 피해자의 노출된 신체를 탐닉하는 행동,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행동, 피해자 옆에 누워 음란물을 시청하며 자위행위를 하는 행동 등이 있다. 만약 피해자가 범행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치감이나 압력 때문에 거부반응을 하지 못한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행동을 오해하게 된다. 첫 범죄에서 들통나지 않았거나 다음날 피해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의 범죄 행위가 발각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범죄 행동을 강화하고 추후에도 들키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을 갖도록 한다. 다시 말해, 가해자의 범죄 행위에 적절한 반응을 하지 않거나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은 범행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취침 중이라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이러한 생각이 확신으로 이어지면 재범하게 된다. 그래서 가해자의 신체접촉에 대한 피해자의 적절한 의사 표현은 더 큰 범행을 차단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환경 요인도 범죄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동거하는 가족들의 관심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특성상 가해자인 아버지는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여 처벌을 피할 수 있다. 피해자인 딸이 가해자인 아버지를 고소하기란 어렵다. 친모마저도 피해 사실을 함구하도록 요구하면 더 이상 범죄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과거 생계가 어려운 중산층 이하의 삶에서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구속되면 그 고통은 오롯이 남은 가족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방관이 있었다. 친고죄가 적용되던 시기에 이러한 현실은 더욱 심각했다. 결국 가족들의 무관심은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가족 중에서도 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모가 지적 능력이 떨어진 경우, 외모상 자신감이 없는 경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 생계를 전적으로 가장에게 의존하는 경우, 그리고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실질적으로 훈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지배당한 경우는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부부가 갈등이 심하거나 맞벌이 등 기능적으로 결손 된 환경에서 범죄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부부 중 한쪽의 역할이 부족하여 훈육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는 부모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방임된 상태에서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이혼하여 모의 역할이 부재할 때 성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부녀가 함께 살고 있는 가정에서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반증한다. 부가 사회적 활동에 참여 없이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위험한 환경이다. 성적 자극은 누적되고 욕구를 해소할 기회는 박탈되어 성적 호기심을 자녀에게까지 드러낸다. 일시적인 감정이기보다 누적되어 온 억눌린 욕구가 음주 후 발현되고 통제력을 잃어버린다. 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성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소도 친족 성범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범죄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재범 예측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우리 사회는 가정이 급격히 해체되면서 가정폭력, 직계 존·비속 폭행, 동반자살, 이제는 성범죄까지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이혼 및 재결합 가정이 증가하고 사실혼(동거) 가정도 보편화되어 가족 구조의 변화가 근친 성범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처럼 신고를 해태한 것과 달리 지금은 피해자에 의한 직접 신고나, 학교 등 다양한 루트로 신고되어 처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지위와 교육 수준과도 무관하다. 그동안 법에 크게 저촉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교도소로 직행하고 있으며,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범죄가 이루어져 형량도 높게 선고받는 추세이다. 가정 내 성범죄는 한 세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에 걸쳐 가정을 파탄 낸다. 한 번 파탄 난 가정은 회복이 힘들고, 법적인 문제 이전에 근친 간 성범죄라는 윤리적 문제로 대두되어 더 이상 정상화가 어렵다. 바로 이것이 친족 성범죄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부부가 이혼 후 부녀 동거 가정의 가장인 된 사람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고립되고, 음주가 반복되는 일상이라면 고위험 상황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친족 성범죄의 가해자를 한 사람의 병리적인 행동으로 치부하여 관심에서 밀어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이끌어 예방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교정시설 등 형사사법기관을 통해 성 윤리 의식을 향상할 수 있는 의무 교육을 활성화하고, 학교나 직장교육을 통해서도 친족 성범죄의 실태를 알리고 예방 교육에 힘써야 한다. 또 이혼이나 재혼 과정에서 의무적 교육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혼 후 친권자를 지정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위험 요인이 높은 사람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도록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학교 등 외부에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처럼 외부와의 교류와 소통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같은 사회적 자원을 통해 위기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다행히 최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가 강화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이다. 그동안 가해자와 피해자가 적절하게 분리되지 못하여 피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공간에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절벽 앞에서 진로도 퇴로도 없는 상황처럼 말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절벽 앞에 서 있는 피해자에게 어디로 갈 것인지 물을 게 아니라 절벽에 다다르기 전에 길을 열어주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빛을 보여준 사람도 부모요, 아름다운 세상을 등지게 한 사람도 부모다. “아빠 딸이잖아!”의 의미가 불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아빠 딸로서 태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행복함을 담을 수 있는 표현이기를 가슴 아프게 소망한다. 이 글은 성범죄가 가정까지 침투하여 성 윤리 의식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태에 대한 고찰이다. 또한 예쁘게 낳아 사랑으로 키워야 할 자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나쁜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묘사하였다. 친족 성범죄가 메스컴을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회자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