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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정기관, 수용자 농촌 일손 돕기
지원 정책 시행

글 · 한희도 영월교도소장

지난 6월 말, 포도 생산과 와인 사업으로 유명해진 영월지역의 협력기관으로부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영월교도소로 농촌 일손 돕기 협조 요청 공문이 접수되었다.
각종 언론 보도나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부모님의 전언을 통해 농촌의 인력 부족의 심각성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요청이 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일정을 조정하여 자원한 직원들과 봉사단을 꾸렸다.
물론 직원들의 봉사활동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교정기관에서 수년 동안 연례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특별한 사례는 아니지만 다행히도 지역 농민들로부터 나름의 좋은 평가와 반응을 얻고 있다.
협력 기관으로부터 소개받은 영월 외곽의 800여 평이 되는 포도 농장에 도착하였을 때 일손 부족으로 포도 봉지 씌우기 작업 시기가 다소 지연되어 근심 어린 얼굴의 80대 노부부와 땀에 젖은 채 작업에 바쁜 50대 후반의 아들이 우리를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에 응답하듯 우리 봉사단은 30도를 웃도는 더위와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송이 송이마다 봉지를 씌워 나갔으며, 작업의 마무리 즈음 80대 노부부의 눈가의 웃음으로 피로를 잊고 보람됨을 느꼈다.
이러한 농번기 때에 마침 법무부에서도 지역사회에 있는 교정기관에서 농촌 일손지원 정책을 시행하게 되어 그 과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 사회로 접어듦과 동시에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특히 지방은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일반 중소 제조업체나 건설 현장 등 인력이 필수인 개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인 노동자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고, 농촌지역에서도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인력난으로 외국인이 농업인력으로 투입되지 않으면 농사를 영위할 수 없는 실정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법무부에서는 지역사회에 있는 일부 교정기관을 지정하여 농촌지역의 일손 부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모범수용자들을 선발하여 지역 농협이나, 농업인 단체, 농업경영법인체와 협의하여 농촌 일손 지원 정책을 시행토록 하였다.
현재 전국 교정기관에서 모범적인 수용자들을 선발하여 출소 전 원활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자치형 교정시설을 운영 중인 경남의 거창구치소, 강원도에 영월교도소가 있는데, 먼저 올해 전반기 산청군과 협약하여 농촌 일손 지원형 외부 통근 작업을 시행한 거창구치소의 사례를 살펴보면, 벼 육종 작업과 딸기 하우스 재배 현장에 교정성적이 우수한 선발된 수용자로 하여금 작업을 진행하게 하였는데 초기 농업인과 지역사회의 우려 섞인 반응과는 달리 저렴한 임금에 일도 잘하고, 작업의 성과도 좋다며 다른 농업 현장에서도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농촌 일손 지원형 외부 통근 작업의 시행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역 농업 현장에서의 여러 이점을 살펴보면

첫째, 저렴한 비용으로 다수의 수용자를 고용할 수 있어 인력비 절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둘째,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교정공무원의 관찰과 작업 지도로 작업능률의 향상 및 작업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셋째, 작업 수용자 출소 시, 대체 인력의 원활한 공급으로 인력 및 작업의 공백 발생의 우려가 없으며,
넷째, 고용주와 협의를 통해 작업량 및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반면 수용자는 폐쇄된 교정시설을 벗어나 곧 복귀할 사회 적응의 기회를 제공받고, 작업에 대한 대가의 수령으로 노동 의욕의 고취와 사회복귀 후 일정 기간의 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또, 교정기관은 농촌지역의 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어 이를 시행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에 부응하며, 지역사회와의 유대강화로 교정행정에 대하여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이 외부로 이동하여 작업을 한다는 것은 여러 우려와 부담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작업 중 도주 사고가 발생한다면 좋은 취지로 시행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등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되는 위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교정공무원의 계호 인력의 보강이 필요하고, 작업장 내의 작업 공간 확보와 현지 직원들과의 작업 분배, 인간관계, 식사 문제 등 여러 대내·외적인 제약요인들도 따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영월교도소는 준비를 완료하여 7. 16.에 영월농협과 MOU를 체결하고, 계약서에 서명하여, 본격적인 인력을 공급하기로 하였다.
이는 전 농촌의 인력 공급 측면에서 보면 매우 미미하긴 하지만, 우선 몇몇 지역 교정기관을 시작으로 하여 각 지역의 교정기관에서 전향적으로 이 제도를 이해하고 지역 농촌 일손 지원에 보탬이 된다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수용자의 원활한 사회복귀라는 교정행정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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