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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논문

‘묻지마 범죄’에 대한 형사사법기관의 관리실태 및
시사점을 통해 본 범죄자 정보공유 방안 연구*

글 · 함혜현 국립부경대학교 경찰범죄심리학전공 교수

* 이논문은 2024년 저자가 ‘한국범죄심리연구’에 게재한 논문(제20권 제2호)을 ‘월간교정’ 발간 취지에 맞게 재구성 하였음.

국문요약

이 연구는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의 대응과 관련하여 모든 형사사법기관들이 ‘범죄의 동기(원인)’을 중심으로 한 범죄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범죄자가 전 형사사법 절차를 거치는 동안에 생성된 정보를 범죄의 예방과 수사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통합적 관리 방안」을 도출하는데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으로는 선행연구를 통해 묻지마 범죄의 개념, 유형, 분류방식 등에 대해 체계화하였고, 묻지마 범죄에 대한 관리실태 파악을 위해 경찰, 검찰, 교정, 보호 등 형사사법기관 실무자와의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각 형사사법기관간 정보공유를 통한 통합적 관리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묻지마 범죄 통계ㆍ정보를 형사사법기관들간의 매뉴얼을 통해 체계적ㆍ통합적으로 수집ㆍ관리해야 한다. 둘째,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KICS 등을 활용한 AIㆍ빅데이터 기반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가적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형사사법기관-학계 간 공식적인 공동연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 주제어 :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 형사사법기관, 범죄정보, 정보공유, 통합관리 방안

I. 서 론

1. 연구 목적

2023년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묻지마 범죄’(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부산 과외교사 살해사건 등 참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막대한 국민적 피해와 함께 커다란 사회적 충격을 던져주었다. 2000년 이래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첫 등장(‘묻지마 범죄’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점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한 이래 사상 최대규모의 범죄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경찰청은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로 인해 사건의 전형적인 특성이 없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이유로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반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무차별 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법무부의 경우 국(局)별로 ‘묻지마 범죄’와 ‘이상동기 범죄’를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 기관의 경우 최초 사건접수 기관인 경찰청에서 사용하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로 통일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망할 수 있다.
선행연구의 경우도 아직 통일적인 용어 사용에는 이르지 않고 있으며, 학자에 따라 ‘묻지마 범죄’와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계의 경우 정부 기관과 동일한 용어 사용이 적절하다는 점에서, ‘묻지마 범죄’보다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묻지마 범죄’ 연구 성과들을 반영ㆍ존중하는 한편, 『용어 사용의 과도기』라는 점을 고려하여 대다수 국민들에게 보다 친숙한 용어인 ‘묻지마 범죄’ 용어를 일정 부분 사용하면서, ‘이상동기 범죄’ 사용이 적절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동기 범죄’로 표기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전술한 바와 같이 용어의 통일조차 어려운 ‘묻지마 범죄’에 대해 경찰(수사, 범죄예방), 검찰(공소), 법원(양형), 교정(교화, 재활), 보호(재범예방) 등 각기 다른 기능을 행사하는 형사사법기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조사 연구하고, 그 실태를 중심으로 시사점(문제점)을 도출한 뒤, 바람직한 관리 방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학술적으로 검토하는데 있다.
특히, 묻지마 범죄의 특성상 「범행의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범행동기의 이상성)에 착안하여, ‘범행의 동기’라고 하는 부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서는 범죄의 수사, 양형, 교화, 예방 등 모든 과정이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범행의 동기’라고 하는 부분을 중요한 ‘범죄정보’로서 규정하여 다루고자 한다.
또한, ‘범죄정보’라고 하는 부분은 각 형사사법기관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모자이크 조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자가 전 형사사법 절차를 거치는 동안 생성된 범죄정보를 범죄의 예방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1) ‘묻지마 살인’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2000년 4월 26일 한국일보가 ‘묻지마 살인 광풍’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3년부터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에 대해 ‘묻지마 범죄’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이 연구는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형사사법기관의 대응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한다. 특히 묻지마 범죄에 대해 각 형사사법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살펴보고, 이와 관련한 한계점과 개선방안을 도출ㆍ제시하고자 하였다.
묻지마 범죄의 개념 및 유형과 관련해서는 주로 경찰청의 정의를 기준으로 삼고자 하였고, 형사사법기관과 관련해서는 묻지마 범죄와 직ㆍ간접적으로 관련성을 가지는 경찰, 검찰, 법원, 교정, 보호(보호관찰, 소년보호) 기관 등 모든 형사사법기관을 포함하였다.

연구 방법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첫째, 묻지마 범죄에 대한 학계 및 실무의 선행연구, 언론보도, 인터넷 자료 등을 토대로 개념, 분류 기준, 유형, 통계 등에 대한 자료 수집 및 분석을 실시하였다. 둘째, 형사사법기관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공개자료를 토대로 1차 검토를 실시하고,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각 형사사법기관 실무자들과의 인터뷰(대면, 전화)를 통해 보다 세부적인 사항을 조사하고 분석하였다.

Ⅱ. 연구의 이론적 배경

1. 묻지마 범죄의 개념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사법기관은 물론 학계에서도 통일된 개념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아직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검찰에서는 묻지마 범죄는 ‘법률적ㆍ학술적 용어’가 아니라 ‘언론이나 사회 일각에서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을 밝히고 있고, 그 개념에 대해서는 ‘명확한 동기 없이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살인이나 폭력을 저지르는 범죄’ 정도로 규정하였다(대검찰청, 2013; 고선영, 2012; 이윤호, 2006; 윤상연 외, 2023).
경찰에서는 최근 들어 ‘묻지마 범죄’보다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가운데,2) ‘동기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을 것(범행동기의 이상성), 불특정 다수 또는 전치된 대상에 대해 발생할 것(피해 대상의 불특정), 범행이 잔혹하고 과도한 등 행위적 특성이 비정상적일 것(범행의 잔혹성)’ 등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를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하였다(윤상연 외, 2023: 89).
학계에서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동기가 불명확한 범죄’ 정도로 규정하였다. 다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피해자가 한 명에 그치는 경우도 묻지마 범죄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연구에서 밝힌 묻지마 범죄의 핵심 요소인 불특정 ‘다수’라는 개념요소가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윤상연 외, 2023: 89). 2) 즉, 경찰청은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로 인해 사건의 전형적인 특성이 없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이유로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2. 묻지마 범죄의 분류 기준

묻지마 범죄가 최고조에 달한 2023년, 경찰청에서는 ‘이상동기 범죄’에 대해 범행의 계획여부, 범행방식, 범행당시의 심리상태, 배경 등의 정보를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분류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하였다.
또한 경찰청은 「이상동기 범죄 대응 TF」를 구성하였고, 2023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집계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 1월-6월 간 발생한 상반기 이상동기 범죄가 18건이라는 통계를 공표하였다. 또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이상동기 범죄가 다른 범죄와 구분되는 핵심요소로 ①‘범행동기의 이상성’, ②‘피해자 무관련성’, ③‘행위의 비전형성’ 등을 핵심요소로 추출하였다.

<표 1> 이상동기 범죄의 핵심적 개념요소(경찰청)

※ 자료 : 경찰청ㆍCSI학회, 2023년 제9차 국제 과학수사 컨퍼런스 발표자료

아울러, 경찰청은 2023년 1월-8월 간 발생한 범죄 사건 중 중대 대인범죄, 비면식 관계, 제3자 분풀이, 사회에 대한 적대감 등을 기준으로 987건을 추출한 후, 범죄분석관들이 심사한 결과(16건) 및 시도경찰청 범죄분석관들의 추천 건수(7건)를 포함하여 총 23건으로 집계하기도 하였다(경찰청ㆍCSI학회, 2023; 윤상연 외, 2023: 95).

3. 묻지마 범죄의 유형

묻지마 범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10년 이전까지 묻지마 범죄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첫째,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단순히 자신과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사회에 대한 불만, 분노 등을 표출하는 형태와 둘째, 실제로 공격하고자 하는 특정한 대상이 있으나, 접근성이나 신체적 열세 등의 이유로 공격이 쉽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람으로 공격의 대상을 바꾸어 실행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첫 번째 형태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형태이며, 두 번째 형태의 예로는 2011년 서울 광진구 묻지마 살인사건이 있는데, 가출한 전 처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극에 달한 남성(알코올중독자)이 골목길을 가던 여성이 가출한 전처의 뒷모습과 닮았다는 이유로 등 부위를 흉기(집에 있던 과도)로 1회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집을 나간 처가 미워 지나가던 여성을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 전화도 안 받고 적개심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기징역, 위치추적전자장치 10년 부착명령을 선고받았다.
2010년 이후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경찰, 검찰, 학계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묻지마 범죄를 보다 세부적으로 유형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 역시 각 기관과 주체마다 약간의 차이가 날 정도로 분류가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1) 국내
서울경찰청(2010년)에서는 ‘현실불만 유형’, ‘우발적 유형’, ‘정신장애 유형’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정연대ㆍ이윤호, 2013).
고선영의 연구(2012년)에서는 ‘정신병적 범죄자’, ‘비정신병적 범죄자’의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대검찰청(2013년, 2014년)에서는 ‘정신질환형’, ‘현실불만형’, ‘약물남용형’ 등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이수정의 연구(2013년)에서는 ‘정신장애 유형’, ‘외톨이 유형’, ‘반사회성 유형’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박지선ㆍ최낙범의 연구(2013년)에서는 ‘정신장애형’, ‘현실불만형’의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윤정숙ㆍ박지선ㆍ안성훈ㆍ김민정의 연구(2014년)에서는 ‘정신장애형’, ‘현실불만형’, ‘만성분노형’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검토하면, 묻지마 범죄의 특성을 개념적ㆍ유형적으로 가장 잘 체계화하고 있는 것은 윤정숙 외 연구(2014년)로 평가할 수 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의 경우도 동 연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3) 3)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서기관 전화면담(2024년 3월 19일) 결과

2) 국외
미국 FBI의 경우를 참고하면, FBI에서 발간한 ‘범죄분류 매뉴얼’(Crime classification manual: Douglas, Burgess & Ressler, 2007)에 따르면, 살인의 하위 유형 중 하나로 ‘불특정 동기 살인’(A nonspecific motive murder)이 있다. 동 매뉴얼에 따르면, 불특정 동기 살인은 범죄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발생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살인으로, 무분별하고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특성이 있다(박지선, 2019: 189). 우리의 묻지마 범죄와 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의 여지가 있다.
우리 형법의 경우 제25장 ‘살인의 죄’에 살인, 존속살해, 촉탁ㆍ승낙에 의한 살인,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 등을 제외하고는 FBI와 같은 별도의 하위 유형이 없는 것과 구별된다.

4. 묻지마 범죄의 통계 분석

묻지마 범죄의 연구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은 그동안 묻지마 범죄가 별도로 분류되어 관리되지 않았고, 법조계나 학계에서도 개념조차 정립이 되지 않았기에 국가 차원의 통계 현황 파악은 물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묻지마 범죄의 유행기인 2023년 경찰청이 서둘러 ‘피해자원표 기반 데이터 추출’(16건) 및 ‘범죄분석관 자체 인지 사건’(7건)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월∼8월 간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23건으로 집계된다. 경찰청의 이상동기 범죄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2> 이상동기 범죄 분석 결과(경찰청)

※ 자료 : 경찰청ㆍCSI학회, 2023년 제9차 국제 과학수사 컨퍼런스 발표자료

5. 묻지마 범죄의 대응과 처벌

2023년 경찰에서는 순찰을 강화하고, 형사기동대를 부활하며, CCTV를 증설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에서 제시한 대책들은 ‘억제지향 전략’으로서 현재 우리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처벌 강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범행 기회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둔 단기적 방안이다.
즉, 범죄 취약장소 및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순찰을 통해 경찰의 가시성을 강화하는 것이 경찰 대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동기화된 범죄자들의 범행 기회를 차단하고 시민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양면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묻지마 범죄의 경우 범죄 형태에 따라 주로 살인, 상해, 폭행, 방화 등의 죄명으로 처벌을 받게 되고, 법원의 양형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충분히 고려되겠지만, 다른 범죄자에 비해 사회적 위험성과 재범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기징역형4) 등을 통해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는 중형을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로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최원종,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조 선, 부산 과외교사 살인 사건 정유정 등에 대해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1ㆍ2심 또는 3심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확정)하였다.
만약 이들이 출소하게 되더라도 사회적 위험성을 고려하여 보호관찰관에 의한 위치추적전자감독 등의 사회적 통제방법을 병행하게 된다.
범행동기가 조현병 등 정신장애에 의한 경우, 형벌과 병행하여 치료감호처분 등을 통해 심리치료를 실시하며, 교도소에 복역중에는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심리치료, 상담 등의 교정교화 처우를 병행한다. 4) 2023년 발생 부산 ‘정유정 사건’의 경우 무기징역 확정(2024. 6. 13).

Ⅲ.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관리 실태

1. 경찰 단계

경찰청은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을 통해 행위의 특성과 결과, 행위의 원인과 동기 등을 기준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1차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① 범행동기의 이상성, ② 피해자 무관련성5), ③ 행위의 비전형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단계에서는 이상동기 범죄에의 해당 여부, 유형 판단 등이 실시되는데, 이 과정이 정확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범죄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과 명확한 판단기준이 중요하다(윤상연 외, 2023: 95).
경찰청은 2023년 자체분석을 통해 시범적으로 이상동기 범죄 통계를 산출하였으나, 수사관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 이상동기 범죄 입력 항목이 별도로 없으므로 전산상 이상동기 범죄를 특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실이다.
다만, 경찰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 1월부터 『통계원표』를 개정하여 「범행동기」 항목에 ‘사회적 적대감’과 ‘제3자 분풀이’ 항목을 신설하였고, 「피해자 유형」에 ‘전혀 모르는 타인’ 항목을 신설하였다. 이를 통해 폭력, 상해, 살인 사건 중에서 ‘묻지마 범죄’를 추출할 수 있는 근거와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2024년 1월부터는 각 시도경찰청별로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이상동기 범죄 현장대응 TF’를 구성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범죄예방, 형사, 과학수사 기능 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6) 5) 다만, 기존의 기준인 ‘비면식 관계’의 경우 동기와 행위 간의 불균형을 판단하는 하나의 준거가 될 뿐, 필요적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인 간에도 뚜렷한 동기 없이 살인 또는 상해를 저지르는 경우 이상동기 범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윤상연 외, 2023: 95).
6) 경찰청 범죄분석관과의 전화면담(2024년 4월 4일) 결과

2. 검찰 단계

검찰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공소제기 및 유지를 위한 추가 수사를 실시한다. 사실관계 규명 및 증거의 확보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므로, 검찰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를 기소하고 처벌하는데 중점이 두어진다. 이때 중요한 것이 범행 동기이다. 범행동기는 법원에서 형법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검찰수사 단계에서 더욱 중요성을 가진다. 물론 경찰수사 단계에서도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이 범행동기를 규명하는데 전력을 기울이지만, 구속기간이 10일이므로 이 기간 동안 현장검증, 피의자 신문, 참고인 조사, 증거확보 등 많은 절차들을 수행해야 하므로 범죄분석관이 피의자의 범행동기를 분석하는데 투입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부산 정유정 사건(2023년)과 같이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검찰에서는 범행동기를 확증하기 위해 전담수사팀 편성, 추가적인 수사 및 심리분석 등을 통해 경찰수사의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진다.7)
검찰의 경우 구속기간이 최장 20일로 경찰(10일)보다 길다는 점에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있어서 시간상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다만,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 이상동기 범죄 입력 항목이 별도로 없으므로 전산상 이상동기 범죄를 특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현실이다. 7) 부산지검 송영인 부장검사와 박인우 검사는 정유정의 범행 동기를 명확히 규명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당초 정유정은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과외앱 압수수색과 통합심리검사를 거쳐 정유정이 내적 분노를 표출하려 ‘묻지마 살인’을 했다고 결론내렸다. 정유정의 주거지에서 찾아 메모지 내용(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도 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1816310003866?did=NA).

3. 법원 단계

법원에서는 피고인에 대해 최종적으로 형량을 결정한다. 법원은 형을 결정함에 있어서 ①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② 피해자에 대한 관계, ③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④ 범행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야 한다(형법 제51조).
부산 정유정 사건(2023년)의 경우, 범행동기와 관련하여 재판부는 정유정이 부모 대신 조부와 함께 지낸 성장과정과 환경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고,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점이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법원단계에서 범행동기의 확증은 매우 중요하다.
법원단계에서는 필요할 경우 보호관찰관의 판결전 조사, 범죄심리학자의 감정, 정신과의사 또는 국립법무병원(舊 치료감호소)에 의한 정신감정 등을 통해 범행동기를 보다 깊이 있게 밝혀낼 수 있다.
재판단계에서의 구속기간은 1심의 경우 최장 6개월(형사소송법 제92조)이므로, 검찰(20일)에 비해 피고인에 대한 범행동기를 밀도 있게 파악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4. 교정 단계

교정에서는 2017년부터 ‘무동기 범죄자’8)에 대하여 별도 관리를 하며 교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왔으며, 2023년 10월부터 이상동기 범죄 등 중범죄자의 전담 교정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9)
법원의 형 확정 후 형 집행을 위해 각 지방교정청의 분류센터에서 정밀 분류심사를 받은 후 위험관리수준(RM)10)을 평가하여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및 중범죄자를 별도 분류하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자에 대한 심리검사로는 주로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 및 PAI(성격유형 검사)가 활용되며, 필요한 경우 PCL-R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입소 초기부터 중경비시설(S4)11) 중 전담 교정시설에 구금되어 엄중계호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전담 교정시설에서는 2단계 계호 및 처우를 적용하고 있는데, 최초 1단계 엄중계호 단계에서는 「형집행법」에 의거 수용자에게 보장된 최소 처우만 시행하며, 엄정독거를 통해 엄격한 통제 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 개선 정도에 따라 2단계 제한적 완화 계호로 상향하여 심리치료를 적용하게 되는데, 재범 방지를 위해 범죄성향을 개선하고 전문상담 및 집단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교정단계에서는 법원 판결문을 기초로 하여 범죄정보를 취득하므로, 수사기관인 경찰ㆍ검찰에 비해 비교적 가장 정제된 수준의 범죄자 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이상동기 범죄자에 대한 범행동기 등 세부 정보는 내부망인 ‘보라미’를 통해 심리치료 담당 직원 등 접근권한이 있는 교도관에 한해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8) 교정기관에서는 당초 ‘무동기 범죄’로 명명하여 왔으나, 최근 ‘이상동기범죄’로 명명하고 있다.
9) 부산교도소 교감(심리치료) 전화면담(2024년 3월 22일) 결과
10) 위험관리수준(RM) : ‘Risk Management’의 약자로 범죄의 위험성 및 재범가능성에 따라 교정시설에서 집중 개별처우를 통한 관리수준과 석방 후 재범방지를 위한 관계기관의 개입 수준
11) 중경비시설(S4) : 교정시설은 도주 방지 등 계호정도에 따라 4단계의 경비등급 시설로 나누며 개방시설(S1), 완화경비시설(S2), 일반경비시설(S3), 중경비시설(S4)로 구분하여 분류심사 결과에 따라 관리·감시를 엄중히 구분하여 수용

5. 보호(보호관찰ㆍ소년보호) 단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는 보호관찰 및 소년보호 업무와 관련하여 2023년 묻지마 범죄에 대한 유형별 대책을 수립하였다.12)
범죄예방정책국은 묻지마 범죄의 유형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즉, ① 현실불만형ㆍ분노표출형 범죄유형과 ② 정신장애형 범죄유형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특성에 부합한 재범예방 대책을 수립하였다. 소년원 재원생ㆍ퇴원생 및 보호관찰대상자가 그 대상이다.
특히, 타 형사사법기관과 달리 묻지마 범죄자의 인적사항, 죄명, 판결내용 등의 정보를 경찰에 통지(보호관찰법 제55조의3 ‘가석방자 보호관찰 종료사실 경찰 통지 규정’ 개정 추진)함으로써 정보공유를 통한 재범 예방 및 수사에 참고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정신질환 보호관찰대상자의 정보는 경찰과 공유중이다(보호관찰법 제36조의2).
아울러 보호관찰 집행종료자 및 소년원 퇴원 보호소년에 대한 철저한 재범분석을 위해서는 재범자에 대한 경찰의 정보가 필요하므로(현재는 보호관찰 종료자, 소년원 퇴원생에 대해 3년간 범죄경력자료ㆍ수사경력자료조회 실시중), 현실불만형ㆍ분노표출형 대상자에 대한 경찰의 재범 사실 및 분석 정보를 보호관찰기관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13) 12)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서기관 전화면담(2024년 3월 19일) 결과
13) ② 보호관찰소의 장은 제1항의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보호관찰이 종료되는 때에는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종료사실을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서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통보할 수 있다.

Ⅳ. 묻지마 범죄 대응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1. 형사사법기관의 대응상 한계

2023년에 발생한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그리고 부산 과외교사 피살사건 등 최근의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모두 초범이다. 나이대도 20대-30대에 불과하다(물론 2023년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자의 대부분이 범죄경력자이지만, 실제로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던진 묻지마 살인범들은 모두 초범이다). 이러한 사실은 묻지마 범죄 전력이 없는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가장 잔혹한 형태의 묻지마 범죄가 자행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사회적 예방책 또는 일반예방책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묻지마 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묻지마 살인이 극에 달했던 2023년 우리 사회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형집행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의 근본원인이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갈등, 실업문제, 가정해체, 심리적 문제 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억제지향 전략은 근시안적이고, 임시방편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회구조적 긴장을 완화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범죄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즉, 경찰의 대응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체질개선을 하지 않고는 묻지마 범죄가 유발될 수 있는 조건은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을 고려해서 범정부적으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는데 있어서 경찰에게만 의존하는 정부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의 대응은 이 같은 범죄의 특성을 예민하게 고려하여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정책적 접근과 범행기회를 차단하는 억제지향 전략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거시적ㆍ미시적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2. 형사사법 단계에 따른 범죄정보의 숙성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정보는 형사사법기관의 첫 단계(경찰, 검찰)에서 마지막 단계(교정, 보호)로 갈수록 양질의 정보가 생성ㆍ축적됨으로써 정확성ㆍ완결성을 띠게 된다. 즉, 경찰보다는 검찰, 검찰보다는 법원, 법원보다는 교정ㆍ보호기관으로 갈수록 최초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심층적인 고가치 정보가 생성될 수 있다. 여기에는 형사사법기관별로 범죄자를 구속(구금)하는 기간의 차이에 발생함에 따라 수사관, 검사, 판사, 교도관이 범죄자와 접촉하는 시간에서 차이가 나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정ㆍ보호 단계에서는 사법기관에서 확정판결을 통해 생성된 판결문 등을 확보함으로써 경찰ㆍ검찰 수사단계에서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지 않았던 범죄자가 재판을 통해 피해자와의 무관련성, 범행동기의 이상성 등이 추가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상동기 범죄자로 재분류되는 경우도 있다.14)
또한, 경찰, 검찰, 법원 단계에서는 범죄자의 입장에서 형량의 최소화를 추구하므로 본인의 신상ㆍ비밀에 대해 숨기려 하거나 허위정보ㆍ부정확한 정보를 형사사법기관에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교정단계에서는 형이 확정됨으로써 범죄자가 심리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고 장기간 수용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운데 심리전문 직원의 심층면담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정보가 보다 명료해지거나 부정확한 정보가 여과되기도 하며, 새로운 유가치 정보가 획득되기도 하는 등 범죄자 정보의 숙성과정을 거치게 된다.15) 14) 부산교도소 교위(심리치료) 전화면담(2024년 3월 21일) 결과
15) 법무부 교정본부 교감(심리치료) 전화면담(2024년 3월 21일) 결과

3. 형사사법기관간 범죄정보의 공유 단절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이상동기 범죄를 경험했지만, 이상동기 범죄의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16)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접근은 가장 먼저 그 원인을 밝히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정해진 구속기간(경찰 10일, 검찰 20일) 동안 사실관계를 밝히고 증거를 확보하는데도 부족한 시간이므로 그 원인을 세세히 밝히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오히려 법원에서 최장 6개월이라고 하는 구속기간 동안 전문가에 의한 정신감정, 환경조사, 심리검사 등을 통해 피고인의 범죄원인과 범행동기를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정기관의 경우 구속기간 및 수형기간 동안 대상자의 신병을 비교적 장기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범죄원인의 분석이 타 기관에 비해 더욱 용이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러한 형사사법기관들은 범죄의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각자의 임무인 수사, 공소, 양형, 형집행, 재범방지 목적에 치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형사사법기관에서 각 기능별 묻지마 범죄자와 관련된 양질의 정보들이 생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예컨대, 각 형사사법기관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경찰에서 생산되는 범죄자 인적정보는 개인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죄명, 처리결과 등에 대해서만 공유되고 범행동기 등의 부분은 시스템상 공유되지 않고 기관 내부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17) 물론, 수사서류 및 증거서류 등을 통해 경찰수사 결과가 검찰에 송부되지만 전산 시스템상으로는 공유되지 않음으로써 수사상 필요한 때에 바로바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교정기관에서 장기간 복역 중에 새로이 획득된 이상동기 범죄자 정보의 경우도 보안 등을 이유로 교정기관 내부에서만 활용되고, 경찰 등 타 형사사법기관에는 제공되지 않음으로써 전 형사사법기관을 아우르는 정보의 순환과 환류는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18) 16) 과거의 살인이 주로 원한이나 치정에 의해 발생한 반면, 묻지마 살인은 그 원인조차도 명확치 않고, 그래서범죄자 개인의 생애연구를 통해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내지 않으면 답을 찾기 어렵다. 그 원인도 개인마다 결이 다르며, 아직까지 묻지마 범죄의 사례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원인이 무엇이다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론적으로 무리수가 따른다. 학설과 이론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많은 학설들이 있지만, 실증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고 본다(私見).
17) 부산지검 수사사무관 전화면담(2024년 3월 19일) 결과
18) 법무부 교정본부 교감 전화면담(2024년 3월 21일) 결과

4. 형사사법기관-학계 간 공동연구의 미흡

이상동기 범죄자군에 대한 정보는 경찰, 검찰, 교정 등의 형사사법기관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각 형사사법기관의 고유의 기능 수행에 치중하다 보면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경찰, 검찰, 교정기관에는 박사급 특채 공무원들이 현업 또는 교육ㆍ연구기관에서 연구 기능을 일부 수행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ㆍ융합적 연구 역량은 민간에 비해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범죄자를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도 아니다.19)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그 원인이 인간의 생애 전체에 걸쳐 있고, 단편적 원인보다는 복합적 원인이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접근방법도 전문 분야별 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이상동기 범죄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학문 분야는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육학, 범죄학, 범죄심리학, 사회학,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 접근이 없이는 정확한 원인과 대책의 마련이 불가능한 최고 난이도의 범죄군이다.20)
그럼에도 학계의 경우 실무가와 달리 범죄자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의 차단 등으로 인해 사회적 차원의 범죄인 이상동기 범죄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즉, 경찰ㆍ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의 문화적 ‘방어성향’(defensiveness)과 법ㆍ제도적 장치가 민간 연구자에게 정보 공개하기를 꺼리게 만들고, 정보를 독점하고자 하는 현상이 유지되었다(강선ㆍ김시업, 2023: 39).
요컨대, 외국의 경우 많은 학자들이 경찰, 검찰, 교정기관 등과 연계하여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연구할 수 있는 협업 기반이 구축된 반면, 우리의 경우 자문위원 등 일부 특정의 학자를 제외하고는 이상동기 범죄자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이상동기 범죄의 연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 이무선의 연구(2020: 133)에서도 묻지마 범죄 발생 요인 및 재범가능성과 관련된 요인을 평가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자료 수집을 토대로 실증적으로 연구되어야 함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음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20) 이무선의 연구(2020: 133)에서는 체계적인 연구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즉, 미국 등에서는 묻지마 범죄의 예방 노력으로 학교나 직장에서 인사팀, 법무팀, 정신의학 분야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험평가팀을 구성하여 조직 구성원들의 정신건강 조기 진단 및 위험행동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하였다.

Ⅴ. 이상동기 범죄자 정보공유 방안

1. 이상동기 범죄 통계ㆍ정보의 체계적 관리

이상동기 범죄의 예방과 대응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범죄 통계 및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아직까지는 정형화된 범죄유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테러와 함께 사회적 위험성이 가장 높은 범죄 형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별도의 관리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다.
다만 그간 형사사법기관에서 이러한 정보에 대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21)에서 향후 보다 과학적이고 치밀한 관리가 요망된다. 근래 들어 스토킹 범죄, 데이트폭력 범죄 등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듯이, 이상동기 범죄에 대해서도 별도의 관리 규정을 제정하여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특히 초동수사기관인 경찰은 범죄예방 및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상동기 범죄 통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공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동기 범죄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기존에 이상동기 범죄자로 분류된 형사사법기관의 범죄자 통계 및 데이터이다. 둘째는 과거에 이상동기 범죄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범죄경력자 중에서 이상동기 범죄의 기준을 적용하여 새로이 분류 가능한 범죄자 통계 및 데이터이다.
첫 번째 통계 및 데이터의 경우 주로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 이상동기 범죄자로 분류된 통계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상동기 범죄자의 범행 원인ㆍ동기ㆍ특징, 배경정보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데이터의 경우 수사기관인 경찰, 검찰에서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추후에 법원이나 교정ㆍ보호기관 등에서 새로이 드러난 사실을 기초로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교정ㆍ보호기관에서 경찰로 통보하는 제도가 신설되거나, 이를 종합적으로 집계하는 기관 또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만 초기분류된 이상동기 범죄와 재분류된 이상동기 범죄의 통계가 빠짐없이 하나의 통계시스템으로 취합ㆍ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21) 윤상연 외 연구(2023: 93)에서는 이상동기 범죄 통계를 확보(추정)하기 위해 경찰청 KICS를 바탕으로, 범죄통계의 원천이 되는 범죄원표(발생, 검거, 피의자) 항목을 활용하여 강력범죄 및 폭력범죄 사건의 원표 전수를 분석하였다.

2. 이상동기 범죄자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이상동기 범죄에 관한 한, 단 한 명의 이상동기 범죄자가 수사 입건되고 재판을 받고 형을 집행 받는 동안이라도 모든 형사사법기관들은 하나가 될 필요가 있다.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타 범죄에 비해 형사사법기관 간의 정보공유와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범죄자에 대한 다양한 인적정보와 배경정보, 심리검사, 상담내용 등이 각 형사사법기관에서 제각각 수집되고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매뉴얼을 통해 통합적으로 수집ㆍ집적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상동기 범죄자가 형사사법 절차의 모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범죄 원인 및 특성과 관련된 데이터들이 양질의 범죄정보로 재생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집적된 범죄자 정보를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를 통해 융합하고 분석함으로써 범죄원인별, 시간대별, 계절별, 연령별, 직업별로 이상동기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들이 모여지고, 이를 통해 예측적 범죄예방 활동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3. 형사사법기관-학계 간 공동연구 법제화

이상동기 범죄자에 관한 한 형사사법기관과 학계의 목적 또는 지향점은 공통점과 함께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형사사법기관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처벌하면 그것으로 임무가 끝나지만, 범죄학자들은 수사과정에서 범죄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졌는지, 범죄의 보다 심층적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ㆍ검증하고자 한다. 형사사법기관은 수사, 재판, 형 집행, 재범예방이라고 하는 고유의 목적 달성과 적법절차의 준수에 충실하면 된다. 그리고 각각의 형사사법기관에서 수집된 정보는 그 기관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쓰이고 나면 폐기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범죄자가 경찰, 검찰, 법원, 교정, 보호 기관 등을 거치며 힘들게 수집되고 가공된 범죄자 정보는 당해 기관의 목적에만 쓰이고 버려지기에는 장기적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살인범죄, 폭력범죄의 경우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고 법에 정해진 대로 수사하고 양형을 하면 되지만(법리적 측면의 검토 이외에 별도의 연구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그 원인이 예컨대 ‘분노’라는 점 외에 수사기관에서 더 이상의 깊이 있는 원인분석 결과는 내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기소된 범죄자가 더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되므로 피상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범죄의 근본 원인은 그 사회에 남고 계속적으로 진화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형사사법기관의 일차적 기능을 잘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그 기능을 잘 수행하더라도 정확한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는 사회에 존재하는 새로운 (잠재적)범죄자에 의한 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형사사법기관의 태생적 목적을 넘어서서 사회적 차원에서 국민안전을 위해 보다 중요한 가치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최근의 이상동기 범죄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로 전문가 풀을 구성하여 연구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즉, 각 시도경찰청 단위로 학계 전문가(교육학, 범죄심리학, 범죄학, 사회학,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등)를 선정하고,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실무자와 학계 전문가가 공동으로 개입하고 연구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보다 깊이있는 공동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다.
경찰 이외에 검찰, 법원, 교정ㆍ보호기관의 경우도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법률가ㆍ상담가 등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상동기 범죄에 관한한 범죄의 원인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범죄학 및 유관 학문과의 학제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Ⅵ. 결 론

이 연구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경찰, 검찰, 법원, 교정, 보호(보호관찰, 소년보호) 등의 형사사법기관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하는지에 대해 조사 연구하고, 그 실태를 중심으로 시사점과 문제점을 도출한 뒤, 바람직한 관리방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범행의 동기’라고 하는 부분을 묻지마 범죄에 있어서 중요한 범죄정보로서 규정하였고, 각 형사사법기관들 간에 이러한 범죄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서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도출하였다. 이를 토대로, 범죄자가 전 형사사법 절차를 거치는 동안에 생성된 범죄정보를 각 형사사법기관들이 공유함으로써 범죄의 예방과 수사에 선순환적으로 활용하는 통합적 관리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의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사사법기관의 대응상 한계로서, 그간 정부의 대응은 경찰력에 의존하는 정책이 중심이었고, 예방보다는 처벌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범정부적으로 묻지마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억제지향 전략과 함께 긴장완화 전략이 균형 있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정보는 형사사법 절차의 첫 단계인 경찰에서 마지막 단계인 교정 또는 보호 단계로 진행될수록 양질의 정보가 생성ㆍ축적되고 보다 정확성을 띠게 되는 등 범죄정보가 숙성된다는 점이다. 또한, 경찰ㆍ검찰 수사단계에서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지 않았던 범죄자가 재판을 통해 피해자와의 무관련성, 범행동기의 이상성 등이 추가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상동기 범죄로 재분류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범죄자가 확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용된 이후 심리적 안정을 통해 교도관과의 상담에서 그동안 자백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 유용한 정보로서 다루어질 수 있다.
셋째, 각 형사사법기관들은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양질의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특히 범행동기와 관련된 정보는 범죄의 예방과 수사에 매우 결정적인 정보로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각 기관에서 처리된 정보사항이 타 형사사법기관과 거의 공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묻지마 범죄의 대응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모든 형사사법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 묻지마 범죄자와 관련된 정보의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동 시스템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넷째, 묻지마 범죄의 경우 그 원인과 관련하여 전문 분야별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며, 연구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무의 경우 전문성이 축적된 관련 학계와의 공동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들이 범죄정보를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현실은 학계와의 공동연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상과 같은 시사점을 토대로 하여 이 연구에서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서 형사사법기관들의 정보공유를 통한 통합관리 방안을 세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묻지마 범죄 통계ㆍ정보의 체계적 관리이다. 즉, 묻지마 범죄의 예방과 대응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범죄 통계 및 데이터와 관련하여, 묻지마 범죄와 관련된 별도의 통계항목을 신설하고 각 형사사법기관들이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둘째, 묻지마 범죄자 정보공유 시스템의 구축이다. 즉,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다양한 인적정보와 배경정보, 심리검사, 상담내용 등이 각 형사사법기관별로 제각각 수집되고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매뉴얼을 통해 통합적으로 수집, 분석, 관리, 활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상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AI를 통해 범죄분석 및 범죄예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형사사법기관-학계 간 공동연구의 활성화이다. 즉,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형사사법기관의 본래적 목적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국민안전을 위해 보다 중요한 가치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각 시도경찰청 단위로 범죄심리학, 법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범죄학,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등의 분야별 학계 전문가를 공동연구단으로 편성하여 사건발생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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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개정 2024. 2. 13. 법률 제20265호).
https://vvvvvvvv.tistory.com/3019(경찰 지구대의 역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1816310003866?did=NA(정유정 거짓말 밝혀낸 검찰 수사팀, 우수사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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