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쓰거든요. 의도한 건 아닌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자동으로 그런 말이 나오네요. 제가 젊을 때랑은 세대가 많이 달라졌을 테니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만 가끔은 ‘요즘 애들은 이런 것도 내가 직접 가르쳐줘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어떨 때는 좀 헷갈립니다. 어느 정도까지 조언을 해도 괜찮을지, 후배들이 꼰대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선이 어디인지요.
노파심에 붙잡아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대체로 알아듣고 주의하려고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말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은 친구도 있습니다. 도움되라고 잘 하자고 하는 소린데 반응이 이러니 괜한 짓을 한 건가 싶었네요. 제가 직장 동료들로부터 비교적 친화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 편이고 어린 친구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조언을 듣기 불편해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노파심에 붙잡아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대체로 알아듣고 주의하려고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말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은 친구도 있습니다. 도움되라고 잘 하자고 하는 소린데 반응이 이러니 괜한 짓을 한 건가 싶었네요. 제가 직장 동료들로부터 비교적 친화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 편이고 어린 친구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조언을 듣기 불편해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From. 라떼이즈홀스
안녕하세요, ‘라떼이즈홀스’님. 반갑습니다.
저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일을 하는데요, 모 방송국의 팟캐스트를 진행한 지는 10개월쯤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의 작가, 30대 중반의 PD, 그리고 40대 중반인 저까지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일합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함께 하는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저 혼자만 신나게 떠드는 건 아닌지 좀 걱정입니다. 그럴 때면 아차 싶어요. 한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우리가 과연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혹시 ‘사회생활’이라는 마음으로 예의 바르게 제 이야길 들어주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실은, 제가 그랬던 적이 꽤 많거든요. 그래서 더 뜨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30대의 저는 제가 2030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3040이라니, 너무 올드해 보이잖아요. 하지만 실은 서서히 3040의 몸과 마음으로 변해갔을 겁니다. 그리고 마흔다섯인 지금, 어거지로 3040이라 주장하고 싶지만 역시 4050에 더 가깝겠죠. 그러고 보면 시간이란 좀 섭섭하다 싶을 정도로 모두에게 공평히 흐릅니다.
30대의 저는 제가 2030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3040이라니, 너무 올드해 보이잖아요. 하지만 실은 서서히 3040의 몸과 마음으로 변해갔을 겁니다. 그리고 마흔다섯인 지금, 어거지로 3040이라 주장하고 싶지만 역시 4050에 더 가깝겠죠. 그러고 보면 시간이란 좀 섭섭하다 싶을 정도로 모두에게 공평히 흐릅니다.
선배는 후배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알았으면 하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은 직접 몸으로 부딪쳐 구르고 깨지면서만 알게 됩니다. 그 난리를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죠. 그리고 어차피, 후배도 이미 알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들에겐 그들의 기준이 있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거예요. 단지, 가끔은 그 대상이 선생님이 아닌 것이죠. 어떤 이유에서일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나는 말할 테니, 너는 듣기만 하라는 식의 자세로 후배를 대한 건 아닐까?
- 만약 후배가 다른 의견을 낸다면, 나는 그걸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 오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자꾸 과거의 경험을 들먹이는 건 아닐까?
- 내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맞을까? 나 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건 아닐까?
- 만약 후배가 다른 의견을 낸다면, 나는 그걸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 오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자꾸 과거의 경험을 들먹이는 건 아닐까?
- 내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맞을까? 나 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건 아닐까?
성실히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 선배의 위치에 오른 사람에겐 탄탄한 논리와 근거가 있습니다. 때론 그래서 너무 지나치게 확신하기도 합니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이 하염없이 옛날이야기를 하는 걸 반쯤은 측은하게, 반쯤은 비웃으며 들었던 경험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테죠. 그런데 모르는 사이 저나 선생님도 이미 그런 대상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현재 위치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후배에겐 싫든 좋든 쓰든 달든 조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알아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는 참아야 합니다. 꼭꼭 씹어 잘 소화하는 건 그들의 몫이니까요. 씹고 있냐, 삼키긴 했냐, 맛은 어떻더냐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현재 위치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후배에겐 싫든 좋든 쓰든 달든 조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알아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는 참아야 합니다. 꼭꼭 씹어 잘 소화하는 건 그들의 몫이니까요. 씹고 있냐, 삼키긴 했냐, 맛은 어떻더냐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편, 꼰대란 꼭 나쁜 것일까요? 저는 오히려, 지나치게 무리해가며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은 소통을 하려 드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친구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한다’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시지만, 아마 눈높이에 절대 안 맞고 있을 겁니다. 자신의 나이, 위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무게감을 받아들이고, 더 높고 넓은 곳으로 올라가 그들을 보듬어 주시길.
참여 방법
어떤 사연이든 누군가와 상담하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익명으로 신청해주세요. 신청은 이메일(correct2015@naver.com, yjw1219@korea.kr)로 받습니다. 이름과 개인정보는 기재하지 말고 고민만 작성해 보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