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처우
관련 판례 검토
교정시설의 의료처우에 관하여 국가배상소송이 제기되는 경우들이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은 의료처우와 관련하여 ‘제4장 위생과 의료’라는 별도의 장을 두어 이를 규정하고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 2022. 12. 27.] [법률 제19105호, 2022. 12. 27., 일부개정]
제4장 위생과 의료
제30조(위생ㆍ의료 조치의무)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1조(청결유지) 소장은 수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설비와 기구가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제32조(청결의무) ① 수용자는 자신의 신체 및 의류를 청결히 하여야 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거실ㆍ작업장, 그 밖의 수용시설의 청결유지에 협력하여야 한다.
②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머리카락과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제33조(운동 및 목욕) ①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운동 및 목욕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② 운동시간ㆍ목욕 횟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4조(건강검진) ① 소장은 수용자에 대하여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여야 한다.
② 건강검진의 횟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5조(감염병 등에 관한 조치) 소장은 감염병이나 그 밖에 감염의 우려가 있는 질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 대하여 예방접종ㆍ격리수용ㆍ이송,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6조(부상자 등 치료) ① 소장은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치료를 위하여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야간 또는 공휴일 등에 「의료법」 제27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제37조(외부의료시설 진료 등) ①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이하 “외부의료시설”이라 한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
② 소장은 수용자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치료감호시설로 이송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라 이송된 사람은 수용자에 준하여 처우한다.
④ 소장은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수용자가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받거나 치료감호시설로 이송되면 그 사실을 그 가족(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수용자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다만, 수용자가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하여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수용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제38조(자비치료)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이하 “외부의사”라 한다)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의사(공중보건의사를 포함하며, 이하 “의무관”이라 한다)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제39조(진료환경 등) ① 교정시설에는 수용자의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의료 인력과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② 소장은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되는 수용자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외부의사는 수용자를 진료하는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④ 교정시설에 갖추어야 할 의료설비의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제40조(수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의료조치) ① 소장은 수용자가 진료 또는 음식물의 섭취를 거부하면 의무관으로 하여금 관찰ㆍ조언 또는 설득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소장은 제1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용자가 진료 또는 음식물의 섭취를 계속 거부하여 그 생명에 위험을 가져올 급박한 우려가 있으면 의무관으로 하여금 적당한 진료 또는 영양보급 등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형집행법 제30조는 교정시설의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6조 제1항은 소장은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7조는 제1항 및 제5항에서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할 수 있고, 수용자가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하여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수용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집행법 제38조는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외부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의무관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종합하면, 국가는 교정시설의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교정시설의 자체적인 설비 또는 외부의료시설을 통하여 수용자로 하여금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그러한 경우에도 국가가 수용자의 부상 또는 질병의 종류와 관계없이 수용자에게 고가의 비용이 소요되는 치료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일단 국가의 비용으로 외부진료를 받게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형집행법 제37조 제5항은 수용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외부진료 시에는 수용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지, 수용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하지 않은 외부진료의 경우에는 국가에게 그 진료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정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용자에게 제공하여야 할 ‘적절한 치료’의 범위와 내용은 수용자의 질병상태와 그 치료비용, 수용기간, 국가의 예산규모, 다른 국민들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의료처우에 관한 국가배상소송의 요건에 대한 판례와 더불어 비용 부담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며 소송에서 느낀 약간의 당부를 남겨보고자 한다.
최근 유족들이 ‘망인은 수감중에 흉선암이 발병하였음에도 수용자인 망인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교도소 및 ○○교도소 의무관들은 망인의 흉선암을 진단하지 못하고 망인이 지속적인 흉통을 호소하며 외부진료 및 정밀검사를 요구하였음에도 이를 묵살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망인은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치게 되어 결국 사망하였다’고 주장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22. 선고 2023가합70174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22. 선고 2023가합70174 판결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망 ○○○(1956. 3. 10.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피고 대한민국 산하의 ○○교도소, ○○교도소 등에 수감되어 있었던 사람이고, 원고 ○○○, ○○○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2) 선정자 ○○○은 망인이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당시 ○○교도소의 의무관으로 재직한 사람이고, 선정자 ○○○는 망인이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당시 ○○교도소의 의무관으로 재직한 사람이다.
나. 망인의 수용 경위
1) 망인은 2013. 10. 8. 통화위조죄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2013. 10. 16.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2014. 5. 9. ○○구치소, 2014. 10. 27. ○○교도소, 2015. 3. 9. ○○구치소, 2015. 6. 2. ○○교도소로 각 이감되었다.
2) 2015. 7. 23. 망인에 대한 징역 5년형이 확정되어 망인은 2015. 7. 30. ○○교도소에 기결 입소하였고, 이후 2015. 10. 2. ○○교도소, 2015. 12. 23. ○○교도소, 2016. 12. 28. ○○교도소, 2017. 12. 27. ○○교도소로 각 이감되었다.
다. 입소 이후 망인의 건강 상태
1) 망인은 2013. 10. 16.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당시 혈압이 158/100mmHg, 160/110mmHg로 측정되어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고혈압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2) 망인은 수감기간 중 매년 1회 외부기관에 의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건강검진 결과 및 소견은 아래와 같았다.
3) 2016년 1차 건강검진 결과와 관련하여 서울구로성심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2016. 6. 24. 원고의 흉부촬영결과를 다시 판독하였고, ‘폐 우하엽에 스폰지상의 음영증가: 폐기종 및 만성기관지염 내지 모세기관지염의증’ 진단을 하였다.
4) 2017년 건강검진 당시 망인의 흉부방사선촬영 결과 정상으로 판정되었다.
라. ○○교도소 및 ○○교도소 수감 당시 망인에 대한 의료조치 경과
1) 망인은 ○○교도소 수감 당시인 2017. 2. 13. 오목가슴 통증(혈압 190/110mmHg)으로, 2017. 9. 24. 입안에 피가 고이는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고, 그 외에도 피부질환, 두통, 몸살, 감기, 근육 통증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2) 망인은 ○○교도소 수감 당시인 2018. 3. 6. 오른쪽 가슴 부위에 통증이 있고 기침할 때마다 당긴다는 증상을 호소하여 진통소염제인 알리코이부프로펜정, 근이완제인 콘락스정, 위장약인 알리코시메티딘정을 처방받고 2018. 3. 29.까지 정기적으로 같은 약을 처방받다가, 2018. 3. 30. 호흡에는 이상이 없으나 가슴 통증이 여전함을 호소하여 같은 날 진통제인 폰탈캅셀을 추가로 처방받아 2018. 4. 30.까지 같은 약을 정기적으로 처방받았고, 2018. 5. 4.부터 가석방 시 까지는 폰탈캅셀, 알리코시메티딘정을 처방받았다.
마. 망인의 가석방 이후 치료 경과
1) 망인은 2018. 5. 21. 가석방되었고, 2018. 5. 28.경 ○○시 소재 ○○내과에 흉통 등을 주소로 내원하였는데, 위 ○○내과에서 가슴 CT촬영을 한 결과 전종격동 종괴(Anterior mediastinal mass) 및 우폐 결절(Rt. lung nodule)이 확인되어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2) 망인은 2018. 5. 29. ○○병원에 입원하여 2018. 5. 30. 비디오흉강경(VATS)을 통한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흉선암 4기로 주변 폐와 늑막에 전이가 되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항암화학요법을 통한 치료를 받다가, 2023. 3. 12. 사망하였다.
바. 의학적 배경
1) 흉선암은 가슴 부위에 있는 기관인 흉선에 악성 종양이 발생한 질환으로,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발생한 흉선암은 총 486건이며, 이는 전체 암 발생건수 214,701건 대비 약 0.2%에 해당한다.
2) 흉선암을 일으키는 원인과 예방법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흉선암에 대해 권고되는 조기 검진방법은 없고, 아무런 증상이 없이 우연히 X-ray 검사에서 발견되는경우가 많으며, 통상 X-ray 검사에서 의심되는 병변이 확인되는 경우 CT촬영 및 조직검사를 통하여 진단한다. 증상이 있는 경우 흉선에 발생한 종양이 폐와 심장을 누르거나 영향을 미쳐 호흡 곤란, 기침을 유발하거나 가슴 통증과 삼키기 곤란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고, 흉선이 본래 담당하는 면역 기능의 저하로 인하여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중증 근무력증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망인은 수감 중에 흉선암이 발병하였음에도 수용자인 망인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교도소 및 ○○교도소 의무관들은 망인의 흉선암을 진단하지 못하고 망인이 지속적인 흉통을 호소하며 외부진료 및 정밀검사를 요구하였음에도 이를 묵살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망인은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치게 되어 결국 사망하였다.
나.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 과실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바, 적극적 손해로서 망인이 지출한 치료비 22,498,536원, 소극적 손해로서 일실수익 123,329,262원(= 망인이 가석방된 2018. 5. 21.부터 사망한 2023. 3. 12.까지 도시일용노임 109,819원으로 산정한 일실수익)과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위자료로 망인에게 70,000,000원, 원고 박철홍, 박혜원에게 각 15,000,00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그런데 망인이 사망하여 원고 ○○○, ○○○이 망인을 상속하였으므로, 원고 ○○○, ○○○에게 각 122,913,899원 = (적극적 손해 22,498,536원 + 소극적 손해 123,329,262원 + 망인 위자료 70,000,000원) × ½ + 본인 위자료 1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 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2002. 8. 23. 선고 2000다41776 판결 등 참조),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바, 그 안전확보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피구금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시설의 물적·인적 상황, 시간적·장소적 상황 등에 따라 일의적이지는 않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75768 판결 참조).
나.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0조는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7조 제1항은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이하 “외부의료시설”이라 한다)에서 진료를 받게할 수 있다’, 제38조는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이하 “외부의사”라 한다)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의사(공중보건의사를 포함하며, 이하 “의무관”이라 한다)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고, 교도관직무규칙 제85조 제1항 제7호는 ‘환자를 외부의료시설에 이송할 필요가 있거나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로 하여금 직접치료나 보조치료를 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에 관한 상황 및 의견을 지체없이 상관에게 보고하고, 상관의 지시를 받아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원고들은 선정자 ○○○, ○○○가 의사로서의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망인에 대하여 흉선암을 진단하거나 최소한 중대한 질병의 발생을 의심하였어야 하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및 교도관직무규칙에 따라 망인의 외부검진 및 외부의료시설 이송을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선정자 ○○○, ○○○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5호증,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감정보완촉탁 결과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선정자 ○○○, ○○○가 교도소의 의무관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1) 원고들은 망인이 지속적으로 외부진료 및 혈액검사를 요구하였으나 의무관들이 이를 묵살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흉선암은 그 발병 비율이 높지 않은 희귀한 암으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고, 흉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나 흉통은 흉선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에 기하여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가 호소하는 흉통 증세만을 근거로 곧바로 흉선암 내지 중대한 질병 발생을 의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흉선암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흉부방사선촬영 등으로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고에 대한 2017. 6. 7. 정기검진 당시 흉부방사선 촬영 결과는 정상으로 판독되었고, 이와 같은 판독이 오진이라는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가사 이와 같은 판독이 오진이라 하더라도 이는 외부기관의 건강검진 과정에서 수행된 것이므로 피고 측의 과실과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3) 원고들은 2016.경 망인의 흉부 사진에서 우폐문 종대 등 특이 소견이 있었고, 2017. 2.경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측정된 점에 비추어볼 때, 2017. 2. 이전부터 중대한 병증의 발생을 추정할 수 있었고, 적어도 고혈압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외부기관 흉부 검사가 필요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진료기록을 감정한 서울의료원 소속 감정의(이하 ‘감정의’라고 한다)에 따르면 2016.경흉부사진상 우폐문 종대 및 스폰지상 음영 증대는 그 자체로 중대한 병증 발생을 추정할 수 있는 급격한 건강악화 소견은 아니고, 2017. 1.부터 3.까지 고혈압이 지속되었으나 이후에는 하강하였으므로 중대한 병증 발생을 추정할 수 있는 급격한 건강 악화 소견은 없었으며, 고혈압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흉부 검사가 필요하지는 않다.
4) 망인은 ○○교도소 수감 기간 중 앞서 본 바와 같은 각종 증상을 호소하기는 하였으나, 감정의에 따르면 망인이 호소한 위 각종 증상들은 특정한 중증 질환의 특이적 증상이 아니고, 가벼운 몸살, 감기, 염좌 등의 증상으로서 반복적·만성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이며, 처방된 진통제의 종류 또한 진통효과의 정도가 보통인 일반적 진통제인데다가 처방이 지속되지 않았고, 달리 망인이 지속적이고 심한 흉통을 호소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각종 증상과 기존의 고혈압만으로는 망인에게 중대한 건강상 이상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거나, 이를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5) 망인은 ○○교도소 수감 중이던 2018. 3. 6.과 2018. 3. 30. 흉통을 호소한바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흉통만을 근거로 하여 흉선암 발생을 의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교도소의 인적·물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보면 환자가 외부 진료를 요청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단순 흉통만을 이유로 의무관이 스스로 외부병원 후송을 결정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감정의도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흉통에 준하여 생각하면 감기로 기침을 많이 해서 늑골 부위에 발생한 염좌, 늑연골부위 염증이 발생한 경우가 흉통의 흔한 원인이며, 적절한 치료 시 통상 1개월 이내에 호전되는 경향이 있고, 척추관 협착증에 의한 신경병증 양상으로 발생하는 흉통의 경우 환자에 따라서는 1개월 이상도 통증이 지속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교도소 의무과장은 (폰탈캅셀 등 진통제의) 처방을 통해 통상적인 진료를 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6) 원고들은 망인에게 처방한 폰탈캅셀은 고혈압 환자에게는 처방해서는 안되는 약임에도 처방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망인에 대한 폰탈캅셀 처방과 망인의 흉선암 발병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감정의에 따르면 폰탈캅셀과 같은 비스테로이드계열 진통소염제는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어 조절되지 않는 심한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 하지 않으나, 조절이 되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사용가능하고, 망인은 혈압이 높게 측정된 적이 있기는 하나 이후 하락하여 조절되었으므로 폰탈캅셀과 같은 비스테로이드 계열 진통소염제를 처방할 수 있다.
5.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의 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공무원의 행위일 것, ② 직무를 집행하면서 행한 행위일 것, ③ 담당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있을 것, ④ 위법할 것, ⑤ 손해가 발생할 것, ⑥ 공무원의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것이라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 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그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
의료처우에 관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주로 의무관의 행위 및 의료담당 근무자에 대한 행위를 문제 삼는 바, 공무원의 행위일 것이라는 요건에는 해당할 것이다.
판례는 광의설의 입장에서 국가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는 권력적 작용만이 아니라 비권력적 작용도 포함되며 단지 행정주체가 사경제 주체로서 하는 활동은 제외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4. 4. 9. 판결 2002다10691 판결).
대법원 2004. 4. 9. 판결 2002다10691 판결 국가배상법이 정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권력적 작용뿐만 아니라 비권력적 작용도 포함되지만 단순한 사경제의 주체로서 하는 작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7245 판결 등 참조).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그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그에 반해 과실이란 자신의 행위로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그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행위로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과실은 다시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로 구분할 수 있는 바, 구체적 과실은 주의의무의 위반의 판단에 있어서 ‘행위자’의 주관적 인식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추상적 과실은 그 직업에 종사하는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일반적으로 추상적 과실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가 구체적 과실보다 높으며, 판례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을 민법상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추상적 과실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보통(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한편 시, 구, 읍, 면의 호적공무원의 호적신고에 대한 심사는 신고인이 제출하는 법정의 첨부서류만에 의하여 법정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는지, 절차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형식적으로만 심사하는 것이고(호적법 제76조의2, 같은법시행령 제50조 제1항, 제62조 제1항) 그 신고사항의 실체적 진실과의 부합여부를 탐지하여 심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등기공무원도 등기신청이 있는 경우에 당해 등기원인의 실질적 요건을 심사함이 없이 다만 그 외의 형식적 요건만을 심사하여 그것이 구비되어 있으면 가사실질적 등기원인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등기신청을 받아들여 등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등기법 제40조, 제41조, 제53조, 제55조).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의사가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참조).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의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당해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고 반드시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75768 판결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바, 그 안전확보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피구금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시설의 물적·인적 상황, 시간적·장소적 상황 등에 따라 일의적이지는 않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25136 판결 등 참조).
의료처우에 관한 국가배상소송에서는 위와 같은 판례 등의 취지에 비추어 의무관 등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의료처우에 관한 국가배상소송에 있어서 위 주의의무 위반 및 아래와 같은 위법성 등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다26807 판결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여 그 법령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는 법익침해로 인한 불이익을 말하며, 재산적 손해·비재산적 손해,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를 가리킨다.
국가배상책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바, 이런 인과관계의 판정은 관련법령, 가해행위의 태양,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교도소장의 직무수행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하고 이를 남용한 경우로서 수용자의 의료처우에 관한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수용자의 생명, 신체 등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30. 선고 2016가단5037740 판결
다. 판단
1) 수용자의 의료처우에 관한 관련 법령의 규정과 수용자의 생명, 신체 등을 보호함과 동시에 수용자를 계호하며 교정시설 내 질서를 유지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 교정시설의 장(이하, ‘소장’이라고 한다)의 역할과 책임, 교정행정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는 경우 이를 허가할 것인지는 소장이 의무관의 의견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의료시설에서 치료받기를 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하지 않거나 즉시 시행하지 않은 소장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하고 이를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무관이 제시한 의학적인 소견과 수용자의 구체적인 증상, 해당 증상 및 예상 질환의 긴급성과 중대성의 정도, 교정시설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의 상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가) 수용자에 대한 외부 의료시설의 진료는 소장이 의무관의 의견을 고려하여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실시하는 경우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의무관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를 허가하는 경우, 중환자 및 응급환자로서 신속히 외부 의료시설로 이송하여 진료하여야 하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교정행정의 특수성과 외부 의료시설의 진료를 위해 요구되는 계호 인력 및 호소 차량 등 인적, 물적 시설의 제약 등을 고려하면, 자비로 외부 의료시설의 진료를 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수용자 모두가 원하는 시기에 곧바로 외부 진료를 받을 수는 없고, 소장으로서는 의무관의 소견과 함께 수용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의심할 수 있는 질환, 해당 증상 또는 질환의 긴급성과 중대성의 정도를 고려하여 허가 여부나 실행 시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수용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형집행법 제30조). 또한,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하며(형집행법 제36조제1항),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형집행법 제37조제1항).
외부진료 등의 비용 부담에 관하여 형집행법 제37조 제5항과 같은 법 제38조에서 수용자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에 대해 일정 부분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진료비 중 급여대상 항목은 본인 부담금과 공단부담금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용자가 아닌 국민들에 대하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들로부터 납부된 보험료를 통하여 공단부담금인 보험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이에 대해 수용자의 경우에는 수용된 기간 동안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하고 대신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하는데 위 요양급여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예탁받아 지급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 제60조, 제41조 등 참조). 즉 수용자는 보험료가 면제(국민건강보험법 제74조 제1항 참조)되는 반면 국가가 그 해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05. 2. 24. 선고 2003헌마31 결정
3. 판단
가. 이 사건 규정의 입법목적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여 국가에 보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의료 보호의 필요성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행형법 제26조는 교도소 등 구금시설의 “소장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하여 병실수용 기타 적당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들에 대한 치료의무 내지 의료보장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입법자는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에의 가입과 보험료 납입을 강제하는 의료보험제도를 마련하고 가입자의 보험료를 건강보험재정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68조).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가입자가 구금시설에 수용되는 경우 중복적으로 의료급여를 받게 된다. 따라서 국가로부터 무상의료급여를 받는 수용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급여를 받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에게 계속 보험료 납입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으며 수용자에게 건강보험급여를 받도록 한다면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의료부담을 건강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에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수용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에 의한 보험급여를 정지하고 보험료 납입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고 있는 것이다.
살피건대 수용자에게 국민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하는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는 수형자나 미결수용자에 대한 제재의 일환이거나 재소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금시설에 수용된 자에 대한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고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의 건강보험료 납입부담을 없애 줌으로써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나. 기본권 침해 여부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국가의 보호, 감독을 받는 수용자의 질병치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여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 제도의 합리적 운영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와 같은 공익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2) 먼저 이 사건 규정이 청구인들의 건강권,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이하 ‘건강권 등’으로 약칭한다)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가 국가로 부터 무상으로 의료급여를 받는 것을 전제로 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자가 무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간접적으로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제도의 합리적 운영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보험급여를 정지하는 것일 뿐, 수용자의 의료보장수급권을 직접 제약하는 규정이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가사 국가의 예산상의 이유로 수용자들이 적절한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보건의무불이행에 기인하는 것이지 이 사건 규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국비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건강보험체계로 할 것인지는 수형자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구금의 목적과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의 의료보장을 일차적으로 국가가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건강보험급여를 일시 중지하는 것으로 그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거나 입법 재량을 벗어나 수용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거나 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보건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 없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규정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보건대,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이란 유죄의 확정판결 전에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는 불이익을 금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의 불이익이란 죄있는 자에 준하는 취급을 함으로써 법률적, 사실적 측면에서 사회생활에 유형, 무형의 불이익과 불편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의 의료보장체계를 일원화하고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의 건강보험료 납입부담을 면제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지 유죄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에 재소자라는 이유로 어떤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또 이 사건 규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건강보험수급권과 같이 공법상의 권리가 헌법상의 재산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일방적인 급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급자의 상당한 자기기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개인의 보험료와 국가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이 사건 규정의 적용에 의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수용자에게 보험급여가 정지되는 경우 동시에 보험료 납부의무도 면제된다. 그렇다면 수급자의 자기기여가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건강보험수급권이 정지되더라도 이를 사회보장수급권(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으로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재산권 침해로 다툴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0. 6. 29. 99헌마289, 판례집 12-1, 913, 948-949 참조).
(5) 끝으로 이 사건 규정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이용을 수용자라는 신분에 따라 차별을 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수용자는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점,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는 점, 수용자에게 건강보험을 계속 적용할 경우 보험료 부담능력의 유무에 따라 수용자간 의료급여에 형평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구금의 목적실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일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30조는 교정시설의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6조 제1항은 소장은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7조는 제1항 및 제5항에서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할 수 있고, 수용자가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하여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수용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집행법 제38조는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외부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의무관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종합하면, 국가는 교정시설의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교정시설의 자체적인 설비 또는 외부의료시설을 통하여 수용자로 하여금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그러한 경우에도 국가가 수용자의 부상 또는 질병의 종류와 관계없이 수용자에게 고가의 비용이 소요되는 치료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일단 국가의 비용으로 외부진료를 받게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형집행법 제37조 제5항은 수용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외부진료 시에는 수용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지, 수용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하지 않은 외부진료의 경우에는 국가에게 그 진료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정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용자에게 제공하여야 할 ‘적절한 치료’의 범위와 내용은 수용자의 질병상태와 그 치료비용, 수용기간, 국가의 예산규모, 다른 국민들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서울고등법원 2017. 9. 14. 선고 2017나9335 판결).
따라서 수용자 간의 싸움과 같이 제3자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가해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고, 수용자가 스스로 자해하거나 난동을 부려 부상을 입은 경우에는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교정시설의 의료처우와 관련하여 교정시설의 의료예산 부족 및 의료 인력 부족 등이 지적 되고 있다. 한편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수용자 자신의 의학적 지식의 부족, 수용으로 인한 행동의 제약과 정신적·심리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스스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용자의 외부의료시설 진료요청이 없더라도 교도소에 마련된 시설 등으로 수용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거나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신속하게 수용자를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 하거나 외부 의사로 하여금 수용자를 진료하게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만연히 수용자의 외부의료시설 진료요청이 있을 때까지 소독이나 약 처방만 계속하여 이로써 수용자의 중대한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교정시설의 수용자에 대하여 중대한 상해나 생명의 위험이 있는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경우 외부의료 시설 진료 우선 순위를 변경해서라도 적극 허가할 필요가 있겠다. 이로써 수용자 개인으로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고 국가로서도 막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경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인바, 의료처우에 있어서도 더욱 세심한 검토·적용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