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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범죄자 아니면서 교도소에
생활하는 유일한 사람 “교정공무원”

글 · 송남옥 교정본부 심리치료과 교감

“남편이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가끔 언론 보도에서는 ‘간수’라는 표현을 접할 때가 있어 유감스럽다. 이 간수라는 용어는 일본 교도관들의 계급 체계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법을 어긴 사람들과 최일선에서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노력하는 교도관의 사기를 꺾지 않게끔 호칭이라도 바르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부산일보, 2009. 1. 12. 독자마당)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교정공무원은 교정기관(교도소, 구치소)등에 재직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수용자들을 관리·감독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교정·교화를 담당하는 전문직(법제처, 2022)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관리, 감독, 교정, 교화로 정리된 교정공무원의 역할은 수용자들이 교정시설에서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사회로 나갈 때는 입소 전에 가진 범죄적 성향에 대한 개선을 통해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가지 단어로 정리된 이 역할이라는 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일단 수용자는 자신의 범죄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조치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규칙 준수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생활을 시킨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 과정에서 수용자는 교정공무원에서 언어·신체적인 폭력, 고소·고발, 정보공개청구, 진정 등을 행사한다. 물론 수용자가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정보공개, 진정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용자의 인권위원회 진정 접수 건수는 2020년 4,124건, 2021년 4,522건 등 평균 4천 건대이고, 권고 결정 비율은 1%미만인 것으로 볼 때 수용자의 정당한 권리라기보다는 직원을 괴롭히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매일신문, 2023.10.29.). 그 결과 교정공무원이란 직업 앞에 극한직업, 자살위험군, 정신건강 빨간불이란 단어가 붙게 되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2~2021년까지 사망한 현직 교정공무원은 121명이며, 이 중 38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망자 10명 중 3명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2022년 실시한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정공무원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특히, 공격성과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각각 3.9%로 2년 전보다 공격성은 0.7%p, 우울은 1%p 상승했다. 불안과 비인간화 위험군은 각각 4.2%, 2.5%로 2년전보다 0.8%p, 0.3%p 높아졌다고 보고되었다(법무부, 2022). 이는 교정공무원들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소진된 상태임을 여실이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진된 교정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인 수용자 교정·교화에 집중할 수 없게 되면서 더 많은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수용자는 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고소·고발이라는 악수를 두어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교정시설은 수용자-교정공무원이 대치하는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직원들이 경험하는 직무 스트레스 수준은 중가한다. 그로 인해 일부 교정공무원은 휴직, 이직 등의 방법으로 조직을 떠나게 되고, 교정시설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운영된다(박정수, 진종순, 2016).

교정공무원의 소진과 이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교정 조직과 수용자, 교정공무원 모두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과 앞으로 함께 고민해서 만들어갈 것을 제시해 본다.
첫 번째로 소진된 교정공무원의 회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소진은 직무에서의 무기력과 불만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밀한 대인관계, 가족과의 갈등도 유발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 더 고립되고 우울감, 무력감 등을 경험하고 심각한 경우 자살·자해 등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교정본부에서는 심리치료과를 신설하여 2016년부터 현재까지 ‘마음나래’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전문가와의 개인상담, 직원 정신건강 힐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정공무원 정신건강회복 지원 예산은 작년 8억 4천 7백만원에서 올해 15억 3천 8백만원으로 증가했다(KBS뉴스, 2022.9.4.). 앞으로 좀 더 많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교정공무원의 유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능감은 소진의 감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이소연, 박남숙, 2014; 조영문, 2014). 교정공무원은 입직 당시 법무연수원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직무를 배우고 있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경험하며 무능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필기·체력검증 등의 어려운 관문을 거쳐 입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배 직원과의 멘토링 프로그램과 소집단 토론 문화를 제도화하여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면, 선배들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자신감과 유능감을 가질 수 있다(박정수, 진종순, 2016).
마지막으로 교정공무원의 직업정체성 확립을 통한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체성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를 말하며(국립국어원, 2017), 인간은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는지, 어떤 지위를 획득했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직업은 현대사회에서 정체성 형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직업정체성의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배현미, 2022; 유은선, 이종연, 2017). 직업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열학한 근무환경이나 직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견뎌내고, 자신의 일이 주는 의미를 찾고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김요섭, 여영훈, 2018; 나홍규, 라채일, 우여름, 2017). 교대근무, 교정시설이라는 근무지 등 열악한 근무환경과 범죄자의 교정교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무 스트레스로 심각한 소진을 경험하고 있는 교정공무원에게 직업정체성을 잘 형성하는 것은 중요한 과업인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정체성을 생각해 볼 시간

사회는 교정공무원인 우리에게 범죄자가 교정시설에서 나올 때는 더 이상 범죄하지 않는 새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바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정공무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정공무원의 직업정체성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진행중)를 위한 심층면담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든지 간에 교정공무원은 어떤 역할을 하든 어떤 마음으로 그 사람들한테 접근하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C교도소 CRPT팀장)

내는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에게는 친구들도 있었고 선생님들도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K교도소 심리치료팀 직원)

그렇다면 사회가 원하고 우리가 바라는 수용자의 재범방지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다시 돌아온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출소자에게 들어보았다.

직원과 재소자라는 걸 떠나서 되게 잘 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도 많이 잘 따르고, 마음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도 기억이 나니까요 성함이 기억이 나니까.(교정시설내 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 효과성 평가 연구, 2022)

되게 성심성의껏 교화를 도와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여러 명이 진행을 했는데 그런 걸 다 일대일로 따로 고민상담도 해주시고 교육을 해주셔가지고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았어요...(교정시설내 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 효과성 평가 연구, 2022)

교정공무원은 수용자에게 직업훈련, 학과교육, 종교집회, 전문상담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2020년 25.2%, 2021년 24.6%, 2022년 23.8%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우리의 역할에 무엇인지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정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간수’, ‘담배장사’, ‘범죄자의 조력자’가 아닌 자랑스러운 ‘3대 제복공무원(경찰관, 소방관, 교도관)’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더 이상 ‘반수인(半囚人)’이 아니라, 그들의 변화를 위한 마중물이 된 것이다. 담장 안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범죄자의 외롭고 힘든 변화의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은 교정공무원이다. 우리가 했던 그 일들은 담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불꽃은 아무리 감추려해도 담장의 틈 사이로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의 노력을 담장 밖의 사람들도 알게 된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참고문헌

김요섭·여영훈. (2018). 노인요양원 종사자의 업무환ㄴ경이 소진에 미치는 영향과 직업정체성의 조절효과, 「지역과 세계」, 42(3), 39-60.
나홍규·라채일·우여름. (2017). 근무환경이 심리적 소진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직업정체성의 조절효과: 커피전문점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Tourism Research」, 42(1), 43-64.
박정수·진종순. (2016). 교정공무원의 직무탈진감이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조직학회보」, 13(3), 183-200.
배현미. (2022). 예비 특수교사의 직업정체성 형성 과정에 관한 질적 탐구, 「인문사회21」, 13(2), 809-822.
유은선·이종연. (2017).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직업정체성에 대한 근거이론 연구, 「진로교육연구」, 30(2), 127-156.
윤정숙·김민영·이태헌. (2020). 교정시설내 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 효과성 평가 연구, 「연구총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소연·박남숙. (2014). 상담자의 직무스트레스와 심리적 소진의 관계에서 내재적 동기의 조절효과: 청소년상담자와 대학상담자를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학생생활상담연구소」, 35(1), 73-92.
조영문. (2014).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간호사 소진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융복합연구」, 12(6), 491-500.

매일신문 보고자료, 2023년 10월 29일.
부산일보 보도자료, 2009년 01월 12일.
법무부(2022).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조사. 법무부 교정본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http://kosis.kr
KBS뉴스 보도자료, 2022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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