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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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히 사는 남자

배우 박재정
베이지색 정장을 차려입은 배우 박재정이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일일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교정본부와의 뜻깊은 인연으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동하는 그에게 연기란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것’이다.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배우 박재정을 만났다.
성소영 사진 이정도
작품 위에 있는 배우는 없다
“매일 시청자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 합니다.”
KBS1 일일드라마 <속아도 꿈결> 촬영으로 숨 가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배우 박재정이 인터뷰에서 들려준 첫마디다. 평일 저녁마다 방영되는 하루 40분 분량의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 그는 현재 <속아도 꿈결>에서 출판사 대표이자 싱글 대디로 아이를 키우는 ‘최지완’ 역을 맡고 있다.
“이제 <속아도 꿈결>이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매주 200분 분량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배우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정말 많은 고생을 하고 있죠. 한정된 시간 안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면 NG 없이 완벽한 연기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하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 내는 것도 배우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배우는 홀로 반짝이는 듯 보이는 직업이다. 작품의 최전선에서 대중을 만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려면 수많은 사람의 땀방울이 모여야 한다. 박재정은 언제나 그런 가려진 노력을 기억하며 연기한다. 자기 자신이 아닌 작품 전체가 빛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배우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거든요. 드라마, 영화와 같은 영상물은 굉장한 공동체 작업이에요. 자기만 돋보이겠다는 욕심은 화면에서 금세 티가 나기 마련이죠.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촬영 현장을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작품 위에 있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성실한 오늘을 쌓아 만드는 미래
박재정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기를 꿈꿨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가 너무 좋아서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싶었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대구에서 상경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연기 공부를 했고, 대학 시절 내내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소견을 넓혀 갔다.
“영화는 저에게 철학적인 매체였어요.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이 특히 좋았죠. 제가 영화를 통해 좋은 메시지를 받은 만큼,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교 입학 전에 학교 영화 동아리부터 가입해서 활동을 시작할 정도로 푹 빠져 있었죠. 처음에는 연출에 흥미가 있었는데, 동아리에서 배우 역할을 하며 점점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2006년 KBS2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으로 처음 대중 앞에 선 박재정은 어느덧 데뷔 15년 차 배우가 됐다. 한 분야를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듯 그 또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더 잘할걸, 한 번만 더 해 볼걸’이라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세월이 알려 준 것이 하나 있다. 한껏 힘을 주고 걷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게 더 중요하고 어렵다는 사실이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더 열심히 해야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기를 할 때도 힘이 들어갔죠.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힘을 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분야든, 고수들은 힘들이지 않고 툭툭 하지만 큰 울림이 있잖아요. 촬영 현장은 늘 치열하고 긴장되지만 마음을 이완하고 힘을 빼려고 노력합니다. 긴장하는 것과 경직된 것은 다르니까요.”
자연스레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달라졌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대단한 상을 받고, 천만 관객 영화를 찍는 것보다 중요한 건, 오늘 나에게 주어진 연기를 충실히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거창한 목표가 많았죠. 세계 무대에도 서고 싶었고, 남우주연상도 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특정한 목표에 저를 가두지 않으려고 해요. 일부러 미래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하죠. 열심히 하는 하루하루가 쌓여 언젠가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교정본부와의 끈끈한 인연
박재정은 교정본부와 두 가지 인연이 있다. 첫 번째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교정시설경비교도대원으로 복무했다. 2001년 입대 후, 이듬해 교정시설경비교도대로 차출돼 서울구치소에서 2년여간 교정공무원과 동고동락하며 수용자를 관리하고, 시설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힘써 온 것이다.
“수용자 접견 시 대화 내용을 정리하거나 출정을 따라가고 보초를 서는 등 다양한 일을 도맡아 했어요. 서울구치소는 수천 명의 수용자가 지내는 하나의 사회거든요. 그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교정시설경비교도대원으로 복무하며 경험할 수 있었죠.”
서울구치소에서 지낸 2년여의 복무 기간은 배우라는 꿈이 영그는 시간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여러 밤을 지새우곤 했던 그는 직접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며 군 복무 중에도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배우라는 꿈에 대해 자문자답을 많이 했어요.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동경하는 건 아닐까?’, ‘겉모습만 보고 배우를 꿈꾸는 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만약 그렇다면 깨끗하게 꿈을 접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병장이 돼서는 당시 저희를 지도해 주신 신용해 대대장님(現 법무부 보안정책단장)께 부탁드려 영화 동아리도 만들었죠. 뜻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영화에 대해 토론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작품을 연습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어요.”
교정본부와의 두 번째 인연은 더욱 끈끈하다. 그의 친형(現 대구구치소 교감 박성우)이 현재 교정공무원으로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제가 서울구치소에서 복무하는 모습을 보고 형이 교정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어요. 저의 군 생활 추억이 깃든 곳이자, 형의 일터인 만큼 저에게는 교정본부가 특별할 수밖에 없죠.”
인터뷰 말미, 박재정은 “형에게 이 인터뷰를 바친다”며 환하게 웃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최일선에서 힘쓰는 교정공무원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쳤다.
“촬영 현장 스태프의 노력이 대중에게 가려져 있듯, 교정공무원분들의 노고도 곁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정본부 가족으로서, 교정공무원분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애쓰고 계시는지 잘 알고 있어요. 부디 힘내시고 존경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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