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여자교도소
교사 이혜빈
2021년 월간 <교정>의 ‘부캐를부탁해’ 코너는 교정공무원이 새로운 일상을 통해 또 다른 삶을 경험하는 기회이다.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연말과 연초, 청주여자교도소 이혜빈 교사는
청이끼를 가꾸는 정원사이자 테라리엄 전문가라는 부캐릭터, 일명 ‘부캐’를 만들어 지난해의 아쉬움을 날려 버리고자 했다.
부캐로 새로운 일상을 체험한 이혜빈 교사는 ‘반짝이는 눈빛’을 마음에 새긴다.
글 양가희
※ 1월호 ‘부캐를 부탁해’ 코너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연말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해를 맞이하는 ‘부캐를 부탁해’
처음 교정공무원으로 발령된 이후 10년, 줄곧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근무한 이혜빈 교사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는 마치 모험과도 같으리라. 익숙한 시설에서 믿음직스러운 동료들과 함께하기에 부족함없는
직장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경험이나 모험이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혜빈 교사는 착실하게 맡은 바 업무를 해내는 직장인,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엄마이자 아내로 살아온 지난날을 회상해
봤다.
“현재 사회복귀과에서 서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제가 아침에 일찍 나오다 보니 아들은 혼자 학교 갈 준비를 하죠. 그것이 대견하기도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서 예전에는 아들과 많은 것을
함께하려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체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하지만 ‘지난날’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후회를 남기는 법이다. 이혜빈 교사는 2020년 코로나19로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던 중 월간 <교정>의 ‘부캐를부탁해’ 코너에 신청하게 됐어요. 이전에 알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2020년을 마무리할 수 있다니…. 아들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청이끼 테라리엄으로 얻은 부캐 ‘블루빈스’
국민 MC 유재석이 ‘유산슬’, 가수 이효리가 ‘린다G’라는 부캐로 방송가를 장악했다면, 이혜빈 교사는 ‘블루빈스’라는 이름으로 테라리엄에 도전했다. 아들과 함께 청이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블루빈스는 어느 다육 식물의 이름이지만, 이번만큼은 이혜빈 교사의 부캐 이름이다. 청이끼의 푸른색과 이혜빈 교사의 이름 끝 글자를 따서 지었다.
“남편이 직업군인이라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더라도 훈련 때문에 집에 오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아들의 표정이 시무룩해져요. 분위기를 전환하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려고 해도 너무
번거로웠어요. 그런데 청이끼로 미니 트리를 만들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요.”
이혜빈 교사는 ‘블루빈스’로 아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리틀 원예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이 마음은 아들 도윤 군도 다르지 않았다. 도윤이는 청이끼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세트가 도착하자마자 택배 상자를 풀고 세팅까지 척척 알아서 했다.
내심 품고 있던 기대가 택배 도착과 함께 증폭된 듯했다. “그동안 아들에게 잠깐 어디로 바람 쐬러 나가자고 해도 괜찮다고만 말해서 정말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활짝 웃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 정말 ‘부캐를 부탁해’에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뿌듯해졌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의 주재료가 청이끼라는 점도 이혜빈 교사와 아들 도윤이에게 좋은 점으로 다가왔다. 청이끼는 공기 청정에도 탁월해 창문을 꽁꽁 닫고 사는 겨울철, 집 안 공기를 조금 이나마 깨끗하게
해 준다. 이번에 만든 청이끼 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에도 짐이 아니라 거실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미뤄 온 일을 해결해 준 만들기 키트
이혜빈 교사는 ‘부캐를 부탁해’가 너무나 특별하다고 말한다. 이전에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 것은 물론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집에서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에는 한계가있고 독특한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만들기 재료가 한데 모인 키트 덕분에 집에서도 만들기 활동이 가능했단다. 약 30분의 시간이었지만 이혜빈 교사는 아들 도윤이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아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피곤하다거나 혹은 이제 아들이 혼자 잘한다는 핑계로 어쩌면 미뤄왔던 일일지도 몰라요. 한번 미루면 한없이 미뤄지잖아요. 그런 제 마음을 두드리듯 ‘블루빈스’라는 부캐가 찾아온 것
같아요.”
이혜빈 교사는 ‘부캐를 부탁해’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 확신한다. 지나온 2020년을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한 2021년, 이혜빈 교사는 거실에 놓인 청이끼
트리를 보며 아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아로새기고 더 많은 모험을 할 예정이다.
청이끼 트리, 어떻게 만들까? 재료 : 청이끼, 나무 모형, 화분, 베리 열매, 천일홍, 솔방울, 마 끈, 크리스마스 장식, 전구, 목공풀 등
❶ 나무 모형을 화분에 꽂아 고정시킨다.
❷ 청이끼를 가위로 다듬은 후 나무 모형에 꼼꼼히붙인다.
❸ 청이끼가 고정되도록 마 끈을 청이끼 나무에 둘둘 두른다.
❹ 청이끼 나무에 목공풀로 베리 열매, 천일홍, 솔방울 등의 장식을 달아 준다.
❺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고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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